
전국 대학들의 평균 등록금 인하폭이 반값의 기대치에 훨씬 못 미치는 평균 4~5% 인하에 그치면서 ‘반값등록금 투쟁’이 다시금 고개를 들고 있다.
이에 반발해 각 대학교 총학생회는 잇따라 단식투쟁과 함께 유권자운동 등을 펼치겠다고 선언해 대학과 학생들 간의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오는 3월 새 학기를 앞두고 운동권을 비롯해 비 운동권이 장악한 총학생회까지 ‘반값등록금 투쟁’에 동참하고 있다. 개강 이후 학생들까지 합세할 경우 등록금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자리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4·11 국회의원 총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전망이 흘러나오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대학가 ‘반값등록금 국회 만들기’ 유권자 운동 전개
한국대학생연학(한대련)은 1일 19대 국회에서 반값등록금을 실현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반값 등록금 국회 만들기 투표운동본부’를 구성, 연대 투쟁에 나설 예정이다.
한대련은 “정부가 내놓은 국가장학금 예산 1조7500억 원 대책이 미흡하고 대학들의 반응이 미온적이다”며 “반값등록금을 지지하는 인물을 차기 국회에 입성시키겠다”고 전했다.
이는 대학생들의 등록금 시위를 대규모 유권자 운동으로 전환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한대련 관계자는 “한대련과 정견이 다르더라도 반값 등록금을 지향하는 모든 단위를 포괄할 것이다”라는 입장을 밝혀 본격화 할 뜻을 전했다.
박자은 한 대련 의장은 “반값 등록금은 실현 불가능한 구호가 아니다”면서 “대학생들이 결집해 관련 문제를 해결하고 4월 총선도 대학생들이 앞장서 투표해 변화를 이끌겠다”고 말했다.
적립금 상위 10개大. 등록금 5%이상 인하 단 두 곳
지난해 ‘반값등록금’이 사회적 문제로 제기되면서 정부에서도 등록금 인하를 유도하고 있지만 대학들의 반응은 신통치 않다.
대학들의 등록금 논의가 막바지로 접어든 가운데 고려대와 숙명여대 등 누적적립금 상위 대학들의 명목등록금 인하율이 정부 방침인 5%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적립금 상위 10위 대학들의 연평균 등록금은 816만 원이었다. 이와 함께 해마다 적립금을 이월시킨 누적적립금(이하 2010회계연도 기준)은 최대 6000억 원을 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대학이 등록금을 5% 내릴 경우 학생 1인당 41만 원 가량을 덜 내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적립금 상위권 대학들의 재학생수가 1만 명 정도인 점을 감안할 때 연간 41억 원 안팎의 금액을 부담하면 된다.
하지만 대학들은 5%에 해당하는 연간 40억 원 안팎의 등록금 인하에 대해 인색한 실정이다. 5% 인하를 결정한 대학은 청주대(5.1%)와 인하대(5%) 단 두 곳 뿐 인 것으로 조사됐고 이외의 인하 결정을 내린 대학 3곳은 평균 2.3%에 그쳤다.
이에 대해 한 사립대 관계자는 “등록금 인하와 함께 적립금과는 별도로 과거 3년 간 평균 이상으로 장학금을 추가 확충했다”고 해명했다.
임희성 한국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등록금을 한번 내리면 올리기 힘들기 때문에 대학들이 등록금 인하를 기피한다”며 “특히 적립금이 많고 재정적으로 여력이 있는 대학들은 일시적인 장학금 확충으로 일단 피하고 보자는 식으로 안일한 대웅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립대 기성회비 반한 판결…반값등록금으로 이어지나
지난달 27일 법원은 “국공립대의 기성회비가 법적 근거가 없어 학생들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판결을 내려 국공립대 기성회비 제도를 근본적으로 수술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는 국·공립대 등록금 인상의 주범인 기성회비를 개선함으로서 반값등록금 실현으로 이어질지가 주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6부(정일연 부장판사)는 이날 서울대, 부산대 등 8개 국립대 학생 4219명이 각 대학 기성회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 반환청구 소송에서 “각 대학 기성회는 학생들에게 1인당 10만 원씩을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판결을 내렸다.
기성회비는 1963년 `대학, 고·중학교 기성회 준칙'(옛 문교부 훈령)에 따라 학교 시설 확충에 사용하도록 마련됐다.
사립대에서는 2000년대 초 폐지됐으나, 국·공립대에서는 존치돼왔다. 기성회비는 2009년 기준 국·공립대 전체 등록금의 86.9%를 차지했다.
교과부는 법원 판결이 나온 가운데 국·공립대의 등록금 인하에 노력할 것을 당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교과부 관계자는 “이번 판결이 확정판결이 아니고 현재 기성회비가 등록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커 당장 기성회비를 걷지 않을 수는 없지만 대학들이 등록금을 낮추는데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한 대련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은 지난달 31일 서울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공립대 재정이 기성회비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근본적 이유는 정부의 재정지원 부족이다”라며 “‘반값등록금’으로 국공립대 기성회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종현 기자> todida@ilyoseoul.co.kr
김종현 기자 todida@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