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금 웅진 회장, 태양광사업 수장 교체 ‘헛발질’ 되나
윤석금 웅진 회장, 태양광사업 수장 교체 ‘헛발질’ 되나
  • 김나영 기자
  • 입력 2012-01-31 10:38
  • 승인 2012.01.31 10:38
  • 호수 926
  • 2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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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웅진에너지


- 웅진에너지, 4건의 계약해지 통보에 주가 4분의 1토막 나
- 2대 주주 썬파워, 보유했던 웅진에너지 지분 전량 매각…왜?

웅진그룹(회장 윤석금)의 태양광 사업이 맥을 못 추고 있다. 윤 회장은 웅진에너지와 웅진폴리실리콘의 수장들을 교체하면서까지 의지를 새롭게 다졌지만 결과는 별로 좋지 않은 실정이다.

웅진에너지는 수장 교체 40여일 만에 거래 기업들로부터 ‘무더기’ 계약해지 통보를 받으며 주가가 무너졌다. 또한 웅진그룹과 합작해 웅진에너지를 설립한 미국 썬파워(Sun Power)가 지난 10일 보유했던 웅진에너지 지분 전량을 매각함으로써 지분 관계가 완전히 청산됐다. 이에 향후 썬파워 역시 ‘대규모’ 계약해지를 통보할 가능성이 언급되고 있다.

이미 업계 내에서 “웅진의 에너지부문이 수장 교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흔들리고 있다”는 질타가 쏟아지고 있는 현황을 알아본다.

웅진에너지의 저공비행이 불안하다. 웅진에너지는 지난해 12월 23일 공시를 통해 현대중공업, 대만 유니텍솔라, 제스솔라 등 3개 사로부터 총 513억 원 규모의 태양전지용 웨이퍼 공급 계약이 해지됐음을 밝혔다.

같은 해 9월 23일에도 웅진에너지는 오스트리아 블루칩에너지로부터 1216억 원 규모의 장기공급 계약해지를 통보받았다. 계약해지 사유는 업황부진, 자금경색, 기업회생절차 돌입 등으로 글로벌 태양광산업의 불황에서 비롯된 것들이다.

이에 웅진에너지의 주가는 1년 2개월 만에 4분의 1토막이 났다. 지난해 11월 2만2250원으로 최고점을 찍던 주가는 26일 현재 5140원으로 주저앉았다. 최저점은 지난 3일 4000원으로 계약해지 공시 이후 열흘 만이다.

매출액 75%를 차지하는 썬파워와의 결별…계약은?

앞서 한국신용평가(대표 조왕하)는 지난해 12월 태양광 시장구조 재편에 따른 기업별 동향 분석을 통해 “웅진에너지는 글로벌 태양전지 기업인 썬파워와의 거래관계가 유지되면서 안정적인 실적을 올리고 있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하지만 앞으로 웅진에너지가 썬파워와 계속해서 파트너십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공동설립자이자 2대 주주였던 썬파워는 보유했던 웅진에너지 지분(최대 31%)을 지난해 9월부터 지난 10일까지 4개월여에 걸쳐 전량 매각했다.

웅진에너지 측은 “썬파워가 유동성 확보를 이유로 지분을 매각한 것”이라고 밝혔지만 업계에서는 “웅진에너지와 썬파워의 관계가 사실상 종료되는 수순이 아니냐”는 눈초리다. 지금까지 썬파워의 태양전지용 잉곳 및 웨이퍼의 주 공급선은 웅진에너지였지만 실제로는 이 공급선에 커다란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썬파워와 대만 AUO가 합작해 말레이시아에 건설 중인 태양전지 셀 공장에 주목하고 있다. 이 공장에서 필요로 하는 잉곳이나 웨이퍼는 기존 공급선인 웅진에너지로부터 공급받는 것이 아니라 대만 AUO의 자회사인 ACC(AUO Crystal Corp.)가 공급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웅진에너지 관계자는 “이미 썬파워와는 2016년까지 장기계약이 돼 있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이마저도 안전한 것은 아니다. 주목받던 태양광산업이 불황의 늪에 빠진 이상 거래 기업들 간의 일방적인 계약취소는 다반사기 때문이다. 웅진에너지가 지난해 타 기업들과 맺었던 4건의 계약이 해지된 사례 역시 그러하다.

게다가 썬파워가 웅진에너지에 행사하는 영향력은 타 기업들보다 훨씬 높아 우려가 더욱 크다. 웅진에너지의 지난해 3분기 총 매출액은 870억 원 가량으로 이중 650억 원인 75% 가량이 썬파워로부터 발생한 것이다.

또한 썬파워 측의 삼성(회장 이건희)과의 협력 가능성 역시 제기되고 있다. 프랑스 토탈(Total)이 지난해 6월 썬파워를 인수함으로써 기존 토탈과 삼성의 파트너십이 썬파워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겠냐는 분석이다. 토탈은 지난 2003년 삼성과 합작해 ‘삼성토탈’을 설립한 바 있다.

특히 썬파워가 웅진에너지의 지분을 매각하기 시작한 것은 같은 해 9월로 피인수 후 3개월 만이다. 이에 증권가에서는 “만약 삼성이 본격적으로 태양광사업에 박차를 가한다면 썬파워는 모기업을 따라 웅진보다는 삼성을 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BW 발행에 에너지-폴리실리콘 합병설까지

때문에 윤 회장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는 후문이다. 윤 회장은 지난해 4월 열린 경북 상주 웅진폴리실리콘의 공장 준공식에서 “태양광 사업에 매년 1조 원씩 투자하겠다”면서 “내년까지 투자가 예정된 1조5000억 원 이외에도 이후 해마다 1조 원씩을 투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윤 회장은 “그룹의 역량을 태양광 등 에너지사업에 집중하겠다”면서 “이를 통해 재계 10위권 도약을 노리고 있다”는 뜻을 밝혀왔다.

하지만 웅진에너지와 웅진폴리실리콘은 수장을 교체한 이후에도 거래 기업의 계약해지와 공동설립자의 지분 관계 청산 등 악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외에도 웅진에너지는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 완료 후 3일 만에 계약해지를 공시해 투자자들의 비난을 산 데다가, 에너지부문의 대규모 구조조정설에 이어 웅진폴리실리콘과의 합병설까지 나오는 실정이라 그룹 내부 분위기가 흉흉하다는 전언이다.

웅진에너지 관계자는 “계약해지는 수장 교체와 관련이 없으며 서로 의견을 조율하는 기간을 거쳐 결정된 것”이라면서 “썬파워 측의 공급선 변화나 삼성과의 협력 가능성은 어떻게 될 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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