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산명동서일필 “김윤옥 몸통론”

민주당 강기정 의원의 폭로가 ‘찻잔속의 태풍’으로 한풀 꺾이는 모습이다.
강 의원이 지난 11월 1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남상태 대우조선해양 사장 연임관련 로비 의혹 사건 몸통으로 이명박 대통령 영부인 김윤옥 여사를 지목할 때만해도 정치권은 요동쳤다. 민주당은 ‘엄정한 검찰 수사’를 주장한 반면 집권여당은 ‘의원직 사퇴’까지 운운하며 맹공을 퍼부었다. 진노한 이 대통령은 국회의원 면책특권 제한까지도 검토할 것을 지시하는 등 직접적으로 분노를 표출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김윤옥 여사 의혹 부분’에 있어 갑자기 숨고르기 상황으로 돌입했다. 집권 여당은 겉으론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지만 추가적인 맞대응을 자제하는 모습이다. 청와대 역시 국회의원들이 자신만의 고유한 면책 특권을 제한할 것으로 보지 않는데다 ‘긁어 부스러기’ 만들 필요가 없다는 속내도 한몫하고 있다.
결국 정치적으로는 불발탄이 된 ‘김윤옥 몸통론’을 되짚어 본다.
강 의원은 지난 1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남상태 대우조선해양 사장의 연임 로비 의혹과 관련해 “거액의 (연임) 사례금으로 1000불짜리 아멕스(American Express Bank) 수표 다발이 김윤옥 여사와 이 대통령의 동서 황태섭 씨에게 전달됐다”고 폭로했다. 또한 강 의원은 “김윤옥 여사의 금품 수수를 감추자고 ‘천신일 수사’를 한다는 것이 이번 사건의 본질”이라고 덧붙였다.
나아가 강 의원은 “지난해 2월 19일 민유성 산업은행장이 대우조선해양 이사진에게 남상태 사장에 대한 연임 의사를 전달하고 그 다음날인 20일 이사회에서 남 사장의 연임이 확정됐다”며 “산업은행 주변과 국회, 청와대, 검찰에서 이미 다 나온 이야기다. 이 수사는 간단히 할 수 있다”고 이귀남 법무부 장관에게 수사를 촉구했다.
또한 강 의원은 평소 김 여사와 친분이 남달랐던 남동생 김재정씨가 병원에 입원할 당시 남사장이 김씨의 처를 통해 김 여사 방문 일정을 알아내 병원에서 자연스럽게 만나게 됐다고 주장했다. 강 의원에 따르면 “같은 해 2월초에 대통령의 동서이자 ‘이명박 후원회’의 사무국장도 역임한 황태섭씨의 주선으로 남 사장은 처와 함께 청와대에 가서 김 여사를 만나고 여기서 연임로비 청탁이 들어갔다”고 주장했다.
대우조선, 대통령 친인척 측근, 친구 다 거론
이후 남 사장과 처의 청와대 방문 사실은 다음 날 김 여사의 부속실장이 김재정씨 처에게 전화로 직접 알려줬으며 같은 해 2월 10일 경 김 여사는 당시 정동기 민정수석에게 남 사장의 연임 문제를 챙겨보라고 얘기했다는 주장을 했다. 또한 5일 뒤인 그해 2월 15일 정 수석은 민유성 산업은행장을 만나 김 여사의 뜻을 전달했다는 주장까지 함께 제기했다.
하지만 황씨를 비롯해 정 수석(본지 인터뷰 참조), 남 사장, 민유성 은행장 등 김 여사를 제외한 모든 관련 인사들은 강 의원의 주장을 일축하고 나섰다.
강 의원이 국회의원 면책 특권을 방패로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폭로한 대통령 영부인 관련 의혹은 검찰의 손으로 넘어간 셈이다. 검찰은 그동안 남 사장이 대통령의 친구인 천신일 세중나모회장을 비롯해 대통령 영부인까지 거론될 정도로 연임에 대한 애착을 왜 가졌고 그 과정에 로비를 어떻게 벌였고 돈의 출처는 어디서 난 것인지 밝혀내는 것이 수사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이미 이귀남 법무장관과 김준규 검찰총장은 이 사건을 조사 중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수사는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검찰에선 ‘김 여사가 로비 몸통’이라는 강 의원의 주장이 나오기 전까지 연임 로비 의혹은 남 사장이 협력업체인 임천공업 등을 이용, 비자금 조성해 그 돈으로 정권 실세에게 로비를 했다는 식으로 정리를 해 가고 있었다. 정권 실세로 거론된 인사는 고대 61회 회원이자 이 대통령 친구인 천 회장이 지목됐다. 또 대우조선 해양에 취직한 3명이 이재오 특임장관의 측근이라는 점에서 이 장관 역시 구설수에 올랐다. 하지만 이 장관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관련 의혹에 대해 전면부인했다.
반면 검찰은 대우조선해양 관련 업체뿐만 아니라 천 회장 회사인 세중나모까지 압수수색을 통해 수십억 원의 돈을 받은 물증을 확보했다. 하지만 천 회장은 지난 9월초 해외로 출국한 이후 국내에 들어오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로비 의혹의 핵심 당사자가 해외에 도피해 있어 검찰 수사는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다. 대통령의 친구로 수사에 부담을 느낀 검찰이 해외 출국을 눈감아 주고 수사를 지지부진하게 만들었다는 의혹이 이는 배경이다.
‘영장반려’, ‘때늦은 압수수색’, ‘비자금 축소의혹’까지
의혹은 이뿐만이 아니다. 강 의원은 지난 7월 6일 “지난 6월중에 대우조선해양 압수수색 영장을 작성한 이후 폐기했다”고 폭로했는데 실제로 지난 10월3일 대정부 질문장에서 이귀남 법무장관은 “영장 반려 사실을 국정감사 과정에서 알았다”고 시인했다. 천 회장이 9월초에 출국했으니 검찰 압수 수사가 지연되고 그 사이 천 회장은 ‘도피성 해외 출국’을 단행한 셈이다. 하지만 현재 검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천 회장이 현금과 주식, 상품권, 건축자재 등 40억 원어치를 수수한 것을 밝혀냈다. 또한 검찰이 임천공업 비자금 조성 의혹 수사 초기에 600억 원대 비자금 조성을 포착했다고 밝혀왔지만 정작 공소장에는 354억 원으로 기재해 나머지 300억 원이 남 사장 연임 로비에 쓰인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검찰은 임천공업 이모대표가 진술이 오락가락해서 빠졌다고 해명했지만 역시 석연치 않은 구석이 남아 있다. 결국 검찰이 대통령의 친구를 정조준하면서 MB 정권 2인자인 이재오 특임장관에 이어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까지 의혹 선상에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의 면책 특권 논란만을 지켜 보며 수수 방관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야당의 의구심에 답을 줄 차례다.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pot.co.kr
#泰山鳴動鼠一匹 태산명동서일필
태산(泰山)이 떠나갈 듯이 요동치게 하더니 뛰어나온 것은 쥐 한 마리 뿐이었다는 뜻으로, 예고(豫告)만 떠들썩하고, 실제(實際)의 그 결과(結果)는 보잘것없음을 비유(比喩ㆍ譬喩)해 이르는 말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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