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마 제국은 고대 세계를 통틀어 가장 큰 제국과 가장 세련된 문화를 꽃피운 대제국이다. 그동안 로마 제국을 다룬 수많은 책들은 제국의 역사와 정복전쟁, 황제들 그리고 그들의 화려한 생활에 초점을 맞춰왔다.
그러나 이 책은 제국의 수도 로마의 일상적인 분위기 속으로 독자를 직접 인도한다. 이탈리아의 유명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독자들과 함께 2천 년 전 고대 로마의 하루를 여행한다.
이 매력적인 대탐험은 로마가 가장 번성하던 시기인 기원후 115년의 어느 날 새벽녘에 시작해서 24시간 동안 계속된다.
시간의 흐름을 따라 독자들은 고대 로마 주민들의 삶에 대한 모든 궁금증과 세밀한 사항들을 낱낱이 알게 되는 것은 물론이고, 당시 그곳의 집이나 거리 그리고 군중들 사이에 섞여 있다는 착각마저 일으킬 정도로 생생하게 재현된 하루를 체험할 것이다.
고대 로마 제국은 형언하기 힘든 매력을 가지고 있다.
로마는 다양한 자연환경을 가진 방대한 영토를 다스렸고, 인종 또한 북유럽 인종부터 아시아, 아프리카 인종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다. 로마는 제국의 중심지였다. 로마시의 거주민 수는 150만 명에 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렇게 거대한 제국의 수도에 대한 매력은 현재까지 남아 있는 콜로세움이나 황제들의 화려한 기념물들을 볼 때마다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러한 유적지를 설명하는 안내책자는 건축양식과 그 시대의 역사적 사건에만 집중한다.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서 묘사된 고대 로마는 절대 권력을 휘두르는 황제들과 전쟁 그리고 아름다운 여인들과 화려한 연회가 열리는 세계였다.
고대 로마 제국의 대부분을 이루고 있던 일반 시민들의 생활은 어떤 모습일까. 그 궁금증이 바로 이 책의 출발점이다.
고대 로마인은 어떻게 살았을까? 거리에는 어떤 분위기가 감돌고 있을까? 콜로세움에서 검투사들의 시합을 보면 어떤 느낌이 들까? 아름다운 귀부인들의 화장비법은 무엇일까? 연회에서는 무슨 음식을 먹었고, 또 그 맛은 어땠을까?
이 책은 한 인물(화자)의 하루 여정을 따라 고대 로마 최전성기의 사회를 그리고 있다. 물론 상상에 의한 내용이지만 그 안에 담긴 세부적인 사항들은 고대 로마 유적지에서의 고고학 연구와 발굴의 결과물이다.
저자는 하루의 일정을 따라 여행을 시작한다.
서서히 여명이 밝아오는 새벽녘에서 시작된 여행은 우선 제국의 아침 일상을 보여준다. 부자들의 저택에서 벌어지는 귀족 남성의 몸단장과 여성의 화장비법 그리고 그 주인들을 위해서 바쁘게 움직이는 노예들의 삶이 펼쳐진다. 아침부터 로마의 모든 거리가 사람들로 붐빈다. 노예들은 하루의 노역을 시작하고, 상점과 작업장은 하루 장사를 준비한다.
그 많은 시민들이 거주하기 위해서 로마에는 거대한 고층의 아파트들이 즐비했다. 이 로마의 공동주택은 현대의 아파트와 흡사하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현대의 아파트에서는 부자들이 고층을 차지하는 반면 고대 로마에서는 저층을 차지했다. 전기가 없던 시절, 그리고 화재가 빈번하던 시절이므로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로마인들은 우리가 상상할 수도 없는 곳에서 사교적인 만남을 하기도 했다. 공중목욕탕과 거리의 포룸들은 대표적인 사교장소였다. 심지어 공중화장실도 그러한 역할을 했다. 콜로세움은 오늘날에도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명소이다.
2000년 전 위풍당당하게 서 있는 콜로세움에 들어가서 죄인들에 대한 공개 처형 장면과 맹수와 인간의 싸움 그리고 검투사들끼리의 시합을 보며, 그곳에서 로마인들이 느꼈을 충격과 흥분을 체험할 수 있다. 오후 4시경 로마인들은 저녁을 먹었다.
이 시간부터 6~8시간 정도 계속되는 연회를 베풀었다. 그리고 그들의 연회는 포도주를 마시고, 맛있는 요리를 먹으며 자신의 부를 과시하는 사교의 장이었다. 다만 연회의 마지막은 성(性)이 배제되지 않은 채 마무리되기도 했다.
이렇게 이 책에서는 하루의 여정을 따라 고대 로마의 풍경이 생생하게 펼쳐진다. 수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 로마, 고대에서 가장 화려한 문명을 꽃피운 로마, 그 로마에서의 특별한 하루가 이제 시작된다. 지금으로부터 2000년 전 어느 날에…….
<김선영 기자> ahae@ilyoseoul.co.kr
김선영 기자 ahae@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