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여성 지도자들도 실력을 보여줘야 할 때”

조배숙 민주당 최고위원은 국내 여검사 1호로 통한다. 사법시험에서 5번이나 고배를 마셨지만 1982년 검사에 임용된 뒤 1991년 판사로 전관해 서울고법 판사를 지냈다. 이후 1996년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하며 법조 3륜을 모두 거친 법조인으로 이름을 알렸다. 3년 뒤인 1999년 새천년 민주당 창당 발기인으로 참여하며 정계에 입문했다. 조 최고위원은 10·3 전당대회를 통해 민주당의 여성 배려 규정에 따라 홍일점으로 지도부에 입성했다. 그를 지난 3일 국회 본청에서 직접 만나 여성 지도자의 역할과 리더십을 들어봤다.
- 여성 배려 규정에 의해 지도부가 확정됐다. 여성 지도부가 가지는 의미가 뭔가.
▲ 과거 여성의 정치 참여는 늘 부수적인 역할에 국한됐지만 이제는 여성이 당당하게 정치의 주체로 나서게 된 것에 의미를 두고 있다. 지난 6·2 지방선거를 통해 민주당의 기초 및 광역단체 여성 지방의원으로 300명이나 당선됐다. 여성 지도부는 앞으로 더 많은 여성들이 정치에 진출할 수 있도록 당 내 분위기와 제도의 틀을 만드는 역할을 담당할 것이다.
- 여자 대통령이 탄생하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브라질에서도 여성 대통령이 당선됐고 독일에서도 여성 총리가 나오지 않았나. 이런 사례는 앞으로 우리나라에서도 더 많은 여성 지도자들이 탄생하는 것을 예고하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자연스러운 추세라고 생각한다.
- 검사, 판사, 변호사 등 법조 3륜을 모두 거친 소위 잘나가는 법조인이었다. 정치에 입문하게 된 동기는 무엇인가.
▲ 사실 정치를 하려고 생각 안했었다. 정치에 입문한 동기는 당시 새천년민주당 출범할 때 유선호 의원의 권유를 받고 발기인으로 참여하면서 부터다. 1999년도니까 벌써 11년 전이다.
- 라이벌이라 생각하는 여성 정치인은.
▲ 여러 분들이 있는데 라이벌 이라기보다는 서로 거울로 생각하며 채찍질 하는 관계라 생각한다. 나경원 한나라당 최고위원을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나 의원은 서울대 법학과 후배, 사법연수원 후배다. 여성 법조인 출신들이 정치에 진출해서 기쁘게 생각한다.
- 배치되는 법원·검찰청마다 여자 화장실을 만들었다는데 화장실에 집착하는 이유가 있나.
▲ 그건 사실과 다르다. 왜 이런 보도가 나왔는지 모르겠다. 그 당시 법원에 가니까 화장실 입구가 남녀가 같이 들어가도록 통합돼 있어서 굉장히 곤란한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여성 배려차원에서 화장실 입구를 분리해달라고 요구했던 것이다.
- 여성 지도부에게 요구되는 자질은 무엇인가.
▲ 이제는 여성 지도자들도 전문가로서의 실력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다음에 남성분들이 서로 첨예하게 대립할 경우 화합 할 수 있도록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 살면서 성차별을 느꼈던 적이 있나.
▲ 크게 성차별을 느껴본 적은 없다. 검사·판사 등을 거쳤는데, 법조계는 남녀평등이 확실하게 보장되는 곳이었다. 다만 있다면 업무적인 부분이 아닌 비 업무적인 측면에서다. 그 당시 회식에서 남자들만의 ‘밤 문화’가 있었는데 그런 것들을 같이 하지 못했다는 것을 느꼈다.
- 3선까지 하게 된 원동력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 많은 분들이 기존의 정치인 스타일하고는 좀 다르다고 말한다. 가급적이면 약속을 지키려는 것, 겸손하고 지역주민들의 어려운 고충과 민원이 있으면 그 분들의 조그마한 목소리라도 귀담아 듣고 해결하려고 노력했던 점을 좋게 평가해준 것 같다.
- 불법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은 주승용 의원에 대해 지도부 차원에서 의원직 사퇴를 요구할 용의가 있나.
▲ 지금 수사가 진행 중이고 어떻게 결론이 날 지 모르는 상황에서 사퇴 요구는 너무 앞서가는 것 같다. 추후 법원에서 혐의가 확정되면 의원직은 상실하게 되는 것 아닌가.
- 지도부가 한미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문제 등 입장차로 분열될 조짐을 보이는데.
▲ 분열될 조짐은 아니고 서로 입장을 논의하는 중이다.
- 지도부 일원으로서 민주당을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 나갈 것인가.
▲ 당 내 화합을 이루고 차기 대선과 총선에서 승리하기 위해 철저한 준비를 하겠다. 현재 당개혁특위를 구성해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앞으로 당원제도와 공천제도 등을 정비해 당을 변화시킬 것이다.
[전성무 기자] lennon@dailypot.co.kr
전성무 기자 bukethead@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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