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방경찰청은 ‘내집 마련’의 꿈을 악용해 저소득층 노인 83명에게 “임대아파트 입주권을 주겠다”고 속여 12억7000만 원을 뜯어낸 혐의(사기)로 권모(54)씨 등 2명을 구속하고 이모(56)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지난 26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권씨 등은 지난해 2월 서울 대치동의 한 오피스텔에 ‘국제호밍복지재단’이란 유령 복지재단을 차려놓고 “집 없는 서민들을 위한 주택 복지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홍보하며 회원을 끌어모았다. 이들은 “전라도 지역에서 숨겨진 조상 땅 700만 평을 찾아 마련한 자금으로 복지사업을 하고 있다”, “회원 접수비 5000만 원만 내면 SH공사 등이 보유한 아파트 등 수백 세대를 재단에서 시세 절반 값에 구매해 입주시켜주고 20년간 임대 후 소유권도 이전해주겠다” 등의 내용으로 강의와 개인 상담을 진행했다.
이들의 강의에 참석한 회원 대부분은 기초생활보장 수급 대상자나 야간 청소일을 하는 60~70대 저소득 서민들이었다. 권씨 등의 꼬임에 넘어간 노인 83명은 지인·친척 등에게 빌린 돈 12억7000만 원 상당을 접수비로 납부했다.
경찰조사 결과 소형 빌라에서 가족 8명과 함께 사는 김모(67·여)씨는 야간 청소 용역업체에서 일하며 평생 모은 4400만 원을 회원 접수비로 내놓았고, 전모(70·여)씨는 이들이 잠실 미분양 아파트를 싸게 구입해 영구임대해주겠다는 말에 속아 파출부 일을 하며 모은 1330만 원을 접수비로 날렸다. 또 정모(64)씨는 돈이 없어 결혼을 하지 못하고 있는 두 아들에게 신혼집을 마련해 주기 위해 친척에게 빌린 5000만 원을 뜯겼다.
이들은 강의실을 만들어놓고 시간표에 따라 회원들이 강의를 청취하도록 한 다음 수십 회에 걸쳐 개인 상담을 하는 수법으로 회원들이 아파트 제공약속을 믿도록 철저히 세뇌시켰다. 또 이 단체는 기존 회원이 다른 사람을 회원으로 가입시키면 아파트 분양대금 5억 원의 3%인 1500만 원을 추천 수당으로 떼어주는 다단계 방식으로 몸집을 불린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를 당한 노인 중 일부는 그럴 사람이 아니다. 사심 없이 복지를 실현하려는 훌륭한 사람들이다라며 피해자 진술을 거부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최은서 기자> choies@ilyoseoul.co.kr
최은서 기자 choie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