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제 위기의 골이 깊어지면서 서울 강남 지역의 부유층을 중심으로 운영되던 이른바 ‘강남 귀족계’들이 잇따라 깨져 강남 일대가 술렁이고 있다.
강남 귀족계 파문의 시초가 된 다복회를 시작으로 한마음회와 모나리자회, 금복회 등의 사건이 터지면서 계원들 가정이 파탄나는 등 사회문제로 비화되고 있다. 귀족계의 경우 계원 상당수가 여러 귀족계에 동시에 곗돈을 붓고 있는 구조로 이뤄져있다.
때문에 하나의 계가 깨지면 돈을 잃은 계원이 자금 마련을 못해 다른 계에 곗돈을 더 이상 붓지 못하게 되면서 계가 무너지게 된다. 특히 ‘다복회’와 같은 초대형 계가 깨지게 되면 다른 계에 미치는 여파는 상당하다. 이런 가운데 곗돈을 부동산 경매에 투자했다 곗돈을 날린 계주가 실형을 선고 받았다.
“집안 재산 많아 계 유지에 아무런 문제 없다” 허위 재력 과시
부동산 경매 투자사기 당한 뒤에도 곗돈 제때 줄 것처럼 속여
서울 강남의 귀족계로 널리 알려진 ‘다복회’ 회원이었던 장모(39·여)씨는 2007년 7월부터 ‘재성계’라는 명칭으로 낙찰계를 운영했다. 그는 곗돈이 1억~3억 원 등 다양한 낙찰계와 번호계 수십여 개를 조직해 운영하면서 강남 일대 이름난 계주로 급부상했다.
“나 이런 사람이야”
장씨는 수시로 계원들에게 “시어머니가 부산 동아백화점 사주고, 남편은 유능한 펀드매니저”라고 허위로 재력을 과시했다. 장씨는 또 “집안에 재산이 많이 있기 때문에 계원 들 중 일부가 계 불입금을 내지 못하더라도 계를 유지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계원을 모집했다. 그는 “재성계에 가입해 계 불입금을 납입하면 틀림없이 곗돈을 낙찰일에 지급할 것이다”라고 말해 계에 가입하면 곗돈을 제때 지급할 것처럼 행세했다.
다복회가 깨지면서 불안감과 위기감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던 터라 장씨의 말은 강남 귀족계 회원들의 귀를 솔깃하게 했다. 계원들 상당수는 사업가 등 강남 부유층으로 장씨의 재력에 대해 장씨에게 직접 듣거나 다른 계원들로부터 간접적으로 듣고 재성계에 가입하게 됐다.
재성계는 주로 곗날에 강남 지역에 있는 식당에서 이뤄졌다. 낙찰계는 각 곗날에 가장 많은 이자액수를 적어낸 계원이 낙찰을 받아 원래 정해진 곗돈에서 이자를 뺀 금액을 곗돈으로 가져갔다. 또 나머지 계원들 중 아직 낙찰을 받지 않은 계원들은 이자를 일정한 비율로 나눠 이를 뺀 계 불입금을 납입하고, 이미 낙찰을 받은 계원들은 정해진 계 불입금을 납입하는 방식으로 입금했다.
장씨는 낙찰계의 입찰 금액이 비공개라는 점을 이용했다. 장씨는 자기 마음대로 낙찰 계원을 정할 수 있다는 점을 악용해 낙찰 받은 계원한테 선순위로 곗돈을 받게 해주겠다며 자신이 운영하는 다른 계에 가입을 유도해 계를 불려 나갔다. 이처럼 장씨는 “다른 계에 가입해 계를 늘려나가면 많은 수익이 날 수 있다”며 신규 계를 조직해 계 가입을 꼬드겼다.
고수익에 현혹돼 곗돈 날려
1년여 간 곗돈을 제대로 지급하며 수십여 개의 계를 운영해오던 장씨는 2008년 6월 한 계원을 통해 부동산 개발업자 임모씨를 소개받으면서 위기에 처했다. 장씨는 부동산 경매에 투자하면 3개월 내 2배로 수익을 내 주겠다는 부동산 개발업자의 말에 속아 곗돈을 포함해 7억 원을 투자하고 30억여 원을 추가로 투자했다.
장씨의 기대와는 달리 임씨로부터 약정된 투자수익금을 지급받지 못했기 때문에 장씨가 운영하고 있는 계들이 유지될 수 있을지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하지만 장씨는 곗날에 모인 계원들에게 이 같은 사실을 숨긴 채 계 불입금을 납입하면 곗돈을 제대 지급할 수 있을 것처럼 행세했다.
이후 장씨는 투자금 회수를 위해 임씨를 감금해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결국 재성계는 계원들에게 곗돈을 지급하지 못해 2009년 1월 깨졌다. 계가 무너진 후 계원들이 계장부 등을 정리해 장씨를 고소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7부(부장 김형두)는 곗돈을 부동산 경매에 투자했다가 계원들에게 수억 원의 손해를 입힌 혐의로 기소된 장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고 지난 24일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사기를 당했다는 것을 안 이후에도 계 불입금이나 차용금 명목으로 돈을 지급받은 것은 사기 의도가 있었다고 봐야 한다”며 “피해자들의 피해가 회복되지 않았고, 피해자들의 금전적 피해 외에 정신적 충격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고 실형선고 이유를 밝혔다.
<최은서 기자> choies@ilyoseoul.co.kr
최은서 기자 choie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