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장품 업계의 순위다툼이 치열하다. 1위 독주를 지속하던 아모레퍼시픽(대표 서경배)이 주춤한 사이 LG생활건강(부회장 차석용)이 치솟아 오르고 있다. 특히 후발주자이기도 한 LG생활건강의 대다수 제품들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이 좋아지면서 아모레퍼시픽에 대한 시장점유율도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아울러 경영척도라 할 수 있는 ‘기업이미지’에서도 LG생활건강이 앞서는 모양새다. 때문에 조만간 화장품 업계의 지각 변동이 불가피할 전망이라는 분석이 증가하고 있다. 양사의 대립을 조명해본다.
방문판매 시장 포화로 화장품 경쟁력 심화 중
이미지 제고 나서지 못하면 ‘도태’ 위기까지
아모레퍼시픽의 전신은 태평양공업사이다. 지난 1964년 여성 판매원의 가정방문 판매를 통한 가격 정찰제 및 판매구역 준수 방식으로 유통 시스템을 바꾸면서 화장품 업계의 부동의 1위로 우뚝 솟았다. 이에 힘입어 1970년대 말까지 연평균 30~60%의 매출 신장을 가져왔다.
아모레퍼시픽의 대표상품인 ‘설화수’는 지난 2009년 국내 화장품 중에서 처음으로 단일 품목 매출액 5000억 원을 넘어섰을 정도다. 한방화장품 개발에 열정을 쏟은 지 42년 만에 일궈 낸 성과이기도 하다. 지금도 아모레퍼시픽을 이야기할 때 ‘방문판매(방판)의 대가’와 ‘설화수’라는 명칭이 따라다닌다.
하지만 아모레퍼시픽의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3분기 부진한 실적을 내놓으면서부터다. 동시에 그 해 11월 초부턴 업계에서 아모레퍼시픽의 주력인 방판의 실적부진을 원인으로 지적했다.
인적판매 방식인 방판은 옛 태평양 시절부터 아모레퍼시픽의 상징으로 여겨질 정도로 아모레퍼시픽의 주 무기로 통하는 핵심 유통 채널이었는데, 방판 경로의 둔화로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이 3.7%감소했다.
더욱이 정수기 방판으로 유명한 웅진코웨이와 KT&G의 화장품 시장 진출 등 최근 몇 년간 경쟁업체들이 잇따라 방판 시장 확대에 나서면서 업계에서 ‘철옹성’으로 불리던 아모레퍼시픽 방판 조직에도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고, 그 결과 2000년대 초 만해도 50%가 넘던 아모레퍼시픽 점유율도 30% 수준으로 낮아졌다. 이는 곧바로 회사 수익성에 빨간불이 켜짐을 의미했고, 주가 하락으로 이어졌다.
같은해 10월 초에는 132만5000원까지 올라 신고가를 기록하기도 했던 주가가 100만 원대로 하락했다. 지난 11일에는 종가 기준 주가가 98만3000원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또한 주력상품 중 하나인 프리미엄 라인 ‘설화수’도 백화점에서 밀리고 있는 형국이다.
지난 24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신세계백화점의 모든 지점에서 매출 기준으로 SKⅡ가 1위, 키엘이 2위를 차지했다.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는 5위에 그쳤다. 또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내 화장품 브랜드 매출 순위에서도 3위를 기록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한 단계 하락했다.
기업이미지가 매출 증대로
반면 LG생활건강의 주가 흐름은 보기 좋은 그래프를 형성하고 있다. 매출 순항이 한 눈에 보여질 정도다.
차 부회장은 신년사에서 “프레스티지 화장품 시장에서 확고한 위치를 점유하기 위해 다각적인 기회를 모색하겠으며, 그 동안 취약했던 색조화장품 사업을 본격적으로 육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실제 LG생활건강은 지난해 10월 색조화장품 업체인 보브(VOV)의 화장품사업을 550억 원에 인수했다.
LG생활건강은 보브 인수를 통해 기존 화장품 사업에 흩어져있던 색조제품들을 통합하고, 외부 색조전문 아티스트의 노하우 및 브랜드 도입 등을 통해 색조부문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26일에는 일본 화장품업체 긴자 스테파니를 인수하기도 했다. 이번 인수로 기업가치가 최대 2643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진다.
차 부회장의 경영스타일도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차 부회장의 세계적인 경제전문지 아시아머니에서 선정한 ‘2011년 한국 최고경영자상’ 수상은 소비자들로 하여금 좋은 인상을 형성 하게 했다.
이번 수상으로 차 부회장은 지난 2009년, 2010년에 이어 3년 연속 한국 최고경영자에 선정됐다.
더욱이 아시아머니지는 지난해 한국 최고경영자 선정과정에 대해 언급하며 한국 내 최고경영자가 누구인지를 묻는 질문에 해당 애널리스트들이 주저함 없이 “LG생활건강 차 부회장이라고 응답했다”는 후문이 있을 정도다. 그만큼 차 부회장의 지난 1년 간의 업적이 매우 뛰어났고, 그 결과가 매출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김혜림 현대증권 연구원은 “LG생활건강이 색조화장품 전문 브랜드 ‘보브' 인수로 화장품 사업 강화 계획을 밝혔다"며 “시장 지배력 강화와 프리미엄 효과로 이익 성장이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한 “지속적인 M&A를 통한 추가 성장 동력 모색이 기대돼 중장기 성장성이 견조하다"고 덧붙였다.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