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란 핵개발로 호르무즈 해협에서 무력 시위와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25일(현지시간) 평화적 해결을 촉구하고 나섰다.
반 사무총장은 이날 호르부트 해협의 봉쇄에 따른 긴장을 완화시켜 줄 것을 이란과 미국 등 모든 당사국에 호소했다.
그는 뉴욕에서 “평화적 해결을 대신할 다른 안은 없다”며 “무엇보다 먼저 긴장 상황을 풀어야 한다고 당사국들에게 촉구해왔다. 격한 수사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이 세계 석유 물동량의 20%를 차지하는 주요 수송로인 점을 감안해 “공해상에서 모든 선박의 자유로운 통행은 존중되고 보호돼야 한다”고 밝혔다.
IMF, “국제유가 20∼30% 상승할 것”
문제는 반 사무총장이 우려한 군사적 무력 충돌을 차치하고, 당장에 미국-유럽연합(EU)의 대이란 제재로 인해 원유 수급 불안정에 따른 세계 경제가 또다시 위기 국면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란의 원유 수출 중단과 관련해 국제통화기금(IMF)은 같은 날 첫 공식 논평에서 국제유가는 20∼30%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IMF는 또 미국과 EU의 대이란 금융 제재는 원유 금수조치와 다를 바 없기 때문에 하루 약 150만 배럴의 원유 공급이 차질을 빚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정도의 원유 공급 중단 규모라면 지난해 리비아 내전으로 원유 생산이 감소한 양과 맞먹는 수준이다. 당시 국제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했다.
이처럼 IMF가 예고한 유가 상승 경고와 함께 전 세계 경제가 다시 침체 국면으로 빠져드는 실물 부분 지표들이 조금씩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대내외 기업 실적 감소…유럽 연쇄 디폴트 가능성
국내적으로는 기업경기실사지수가 4개월 연속 기준치 100 포인트 이하로 접어드는 하향세를 기록하면서 경기침체 우려가 장기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26일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기업경기실사지수 조사 결과 2월 전망치 원지수는 91.0을 기록했다.
이는 기업들의 자금사정과 실적 악화되는 징후로 유럽 재정위기 확산과 이란발 유가상승 압력 등의 대외 악재로 수출환경 악화, 물가급등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 보니 엎친데 겹친 격이다.
비단 국내 기업들의 문제만은 아니다. 원유공급 중단 여파로 지난 13일(현지시간) 스탠더드 앤 푸어스(S&P)가 이탈리아, 프랑스, 스페인 등 유로존 9개국이 신용등급 강등이라는 직격탄을 맞았다.
또 16일(현지시간) 구제금융 수단인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의 신용등급마저 1단계 하향 조정돼 유럽발 경제위기가 한층 고조되고 있다.
여기에다 그리스, 스페인, 이탈리아 등의 국채 만기 도래가 이어진다. 이들 국가들이 현재 여건으로 볼 때 채무불이행 가능성이 높다.
자칫 유럽 국가들의 연쇄 디폴트는 그간 EU 내에서 돌려막기로 간신히 버텼던 경제 위기가 미국과 아시아로 전가되는 최악 상황을 초래할 수도 있다.
이외에도 일본은 지난해 대지진 영향이라고 둘러대지만 31년 만에 무역적자의 충격에 빠졌고, 중국의 경우 2011년 4분기(10~12월) 성장률이 2년6개월 만에 처음으로 8%대로 떨어졌다. 이처럼 경기둔화 여파가 아시아로 확대되는 추세 역시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미국은 대유럽 수출 감소에다 유로화에 대한 달러화 가치 상승 때문에 지난해 11월 무역수지는 전월 대비 10% 가량 적자를 면치 못했다.
이는 실물부문에서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있는 것으로 3차 양적완화 우려까지 제기돼 전 세계가 그야말로 이란發 핵폭탄급 경제 위기 상황으로 빠져들 수 있음을 의미한다.
<고동석 기자>kds@ilyoseoul.co.kr
고동석 기자 kd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