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정치인 다 죽이나’

검찰발 사정 정국이 여의도를 강타하고 있다. 검찰, 국세청 등 양대 사정기관이 나서 C&, 태광그룹, 한화 그룹 등 대대적인 조사를 벌이고 있는 가운데 대검 중수부가 C&그룹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정치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C&그룹에 대한 수사가 촉각을 모으는 것은 이 그룹이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시절 승승장구했기 때문이다. 특히 수사 과정에 구정권 정치인 및 참여정부 486 정치인들 10여 명의 실명이 거론되고 있다. 사실일 경우 민주당 자체가 붕괴될 수도 있다는 계산이다. 설상가상으로 여수시장발 검찰 수사도 호남 지역 국회의원들 6~7명이 실명으로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며 소방설비업체 납품 비리 수사와 청원경찰법 개정 관련 수사도 직간접적으로 많은 정치인들이 관련돼 있어 정치권은 때 이른 한파에 떨고 있는 형국이다. 특히 검찰이 C&그룹 수사와 관련 금명간 전 현직 정치인에 대한 소환이 이뤄질 것으로 알려지면서 민주당 측은 ‘표적수사’라며 강력 대응을 예고, 정치권은 바야흐로 태풍 속으로 진입한 형국이다.
C&그룹 검찰 수사의 핵심은 비자금 및 정관계 로비 의혹 수사다. 검찰에선 C&그룹의 로비가 참여정부 시절인 2004~07년 사이에 집중돼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임병석 회장이 무리하게 기업의 인수 및 합병을 통해 사세를 키우는 과정에서 정관계 로비가 벌어졌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임 회장이 회사자금 1000억 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하고 구 정권 실세들에게 로비한 의혹을 집중적으로 캐고 있다.
호남 출신, 전정권 인사가 검찰 수사 주요 타깃
임 회장이 전남 영암 출신으로 로비를 받은 의혹을 사는 정치인 다수가 호남 출신이다. 정가에 떠도는 현직 민주당 호남 출신 국회의원으로는 L, L, P 의원이 로비 의혹 명단에 올라 있다. 전직 국회의원으로는 P, H, K, L, Y 이름이 나오고 있고 이중에 대표적인 친노 486정치인인 L, W, S 전 국회의원도 포함돼 친노 진영을 긴장케 만들고 있다.
한편 명단중 민주당 고위직을 맡고 있는 국회의원이 2명이 포함돼 있어 당 지도부를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검찰발 민주당 사정 정국은 C&수사뿐만 아니다. 지난 9월 15일 구속기소된 오현섭 전 전남 여수시장건이 있다. 오 전 시장은 2007년부터 올해 3월까지 여수시내 각종 사업을 맡기는 대가로 업체로부터 10억 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이미 전남 여수에 지역구를 둔 민주당 주승용 의원에게 수천만 원의 돈이 흘러간 정황을 잡고 검찰은 금명간 소환 통보를 예고하고 있다.
하지만 10억 원 중 밝혀지지 않은 4억 원의 사용처가 주 의원뿐만아니라 다른 국회의원들에게 건네졌다는 소문이 돌았다. 주로 호남 출신 국회의원들로 J, C, P, K, K, C 등 이름이 금품 수수 금액과 함께 돌았다. 여수시장발 금품 수수 의혹 역시 민주당 고위직 인사들이 포함돼 있다는 점에서 부담스럽기는 C& 수사와 마찬가지다.
“천신일 수사는 대대적인 야당 수사의 전주곡”
이같은 검찰의 수사가 민주당 현역 국회의원들 이름이 거론되면서 야당에선 ‘야권 탄압’, ‘표적 수사’라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특히 ‘왕의 남자’로 불리는 이재오 특임 장관이 공개적으로 ‘구정권 인사를 겨냥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민주당은 발칵 뒤집혔다. 민주당에선 ‘이 장관이 검찰 수사 가이드라인을 정해줬다’며 기획 수사라고 맹공을 펼쳤다. 야권의 검찰에 대한 항의가 거세지자 검찰은 구색 맞추기 모습을 보였다.
검찰은 C&그룹이 이명박 정권이 들어선 이후인 2008~09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무리한 사업 확장에 따른 경영난 타개를 위해 여권 인사 2명(L, 또 다른 L 의원)에게 로비를 벌인 정황을 포착해 사실관계를 확인중이라고 흘렸다.
즉 임 회장이 자금난으로 그룹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던 2008년 한나라당 L의원과 또 다른 L의원을 만나 금융권 대출 청탁을 한 단서를 일부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L의원은 임 회장과 상당기간 교류했으며 두 의원 모두 금융권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검찰이 언론 플레이를 하고 있다”, “구색 맞추기용”이라고 성토했다. 이와 함께 검찰이 이명박 대통령의 친구인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하는 것도 야당 인사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의 전주곡이 아니냐는 소리도 높다. 실제로 검찰이 조사하는 사건이나 거론되는 규모면에서 민주당 출신 의원들은 최대 20여 명에 육박하지만 여권 출신은 2~3명만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민주당 일각에선 ‘검찰 수사가 개헌을 위한 야권 군기 잡기’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여야 합의가 기본인 개헌에서 제 1 야당인 민주당이 반대할 경우 개헌은 물건너 간 것이나 마찬가지 때문이다.
“이대로 당할 수 없다” 야당 메가톤급 폭로 준비
또한 민주당 일각에서 ‘이대로 당할 수 없다’며 당 차원에서 반격카드를 준비하고 있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 한나라당으로부터 C& 검찰수사의 ‘몸통’으로 지목받은 바 있는 박지원 원내 대표가 이명박 정권을 뒤흔들 ‘메가톤급 폭로’가 이어질 것이라는 소문이다.
나아가 민주당 소장파 출신인 J 의원이 영남에 소재한 S 기업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는 말마저 나오고 있다. S 기업은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면서 승승장구한 배경에 공공 기관으로부터 각종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이 과정에서 로비 의혹을 받은 인사로 한나라당 광역단체장을 비롯해 MB 정권 핵심 실세, 그리고 영남 출신 한나라당 의원들 실명이 거론되고 있다. 민주당에선 “C& 그룹이 호남 출신 민주당 의원을 겨냥했다면 S 기업이 영남 출신 한나라당 의원이 다수 포진돼 있다”라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검찰발 야권을 겨냥한 사정 태풍에 맞서 민주당 ‘반격 카드’가 어느 정도일지 여권 역시 예의주시하고 있다.
수사 전방위로 확산중
검찰의 정치인 겨냥한 수사는 C&, 태광그룹 조사뿐만 아니라 더 확대하고 있다. 기존의 대우조선해양 남상태 회장 연임로비 사건이 천신일 세중나모회장으로 튀면서 정관계 로비 의혹 수사를 본격화하고 있다. ‘대통령의 친구’인 천 회장이 귀국할 경우 여당 정치인들이 거론될 수 있다. 또한 고질적인 정치인 불법 후원금까지 검찰이 손을 댄 상황이다.
청원경찰 친목단체 간부들이 자신들의 처우 개선을 위한 입법 로비를 통해 여야 30여 명 국회의원들에게 수억 원의 후원금을 보낸 혐의로 구속됐다. 법안은 통과됐고 대가성이 입증될 경우 여야 국회의원들 소환하겠다는 게 검찰의 입장이다.
이와함께 소방설비업체의 공기업 납품비리를 수사 중인 창원지검 특수부는 지난 10월 27일 경남 김해에 있는 민주당 최철국 의원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검찰의 정치인에 대한 수사의 칼날이 여야 전방위로 향하면서 여의도는 때 이른 한파로 잔뜩 웅크리고 있다.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pot.co.kr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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