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손학규·김문수 “딜레마에 빠지다”
박근혜·손학규·김문수 “딜레마에 빠지다”
  • 홍준철 기자
  • 입력 2010-11-02 13:41
  • 승인 2010.11.02 13:41
  • 호수 862
  • 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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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대 선 박근혜, ‘대세론·단일화’ 손학규, ‘유시민이 문제’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차기 대선 잠룡군들이 딜레마에 처해 있다.

한나라당에선 박근혜 전 대표가 ‘대세론’을 이어가고 있지만 불안하다. 아직 친이 대표 후보가 확실하게 뜨지 않아 실체를 알 수 없는데다 과거 ‘이회창 대세론’의 결과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여권 내 2위를 달리는 김문수 경기도지사 역시 박 전 대표가 강력한 라이벌이고 행정수도 이전 반대 투쟁에 수도권 규제완화 주장으로 인해 충청 민심을 얻기가 난감한 현실이다. 민주당에선 손학규 대표가 주가는 올라가고 있지만 친노 대표 주자인 ‘유시민’과 관계 설정이 걸림돌이다. 자칫 손 대표 측에선 ‘악어새(유시민)가 악어(손학규)를 잡아먹는 꼴’이 될 수 있다고 우려감을 표출하고 있다 . 차기 대권을 2년여 앞두고 누가 빨리 ‘딜레마’를 극복하고 본선으로 직행할지 정치권은 지켜보고 있다.

박근혜 전 대표가 차기 대권을 잡기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두 개다.

하나는 당내 대통령 후보 결정을 짓는 경선이고 두 번째는 본선이다. 박 전 대표는 지난 2007년 한나라당 경선에서 당원과 대의원 표심에서 근소하게나마 이명박 후보를 눌렀지만 여론조사에서 패해 대통령 후보 자리를 내줘야 했다. 하지만 오는 2012년 대선에서 상황이 역전 돼 당원과 대의원 표심에선 친이 후보에게 밀리지만 대중성 측면에선 박 전 대표가 높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친이 후보로 거론되는 김문수 경기도지사나 오세훈 서울시장, 그리고 정몽준 전 대표 모두 대중 흡입력에서 상대가 되지 않는다. 반면 친이계가 주류가 되면서 당내 당원 대의원을 친이 성향으로 교체돼 당내 기반은 약화됐다. 실제로 지난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박 전 대표가 움직였건 안 움직였건 간에 친이 후보인 안상수 후보가 당대표로 됐고 서병수 최고를 제외한 4명 지도부가 모두 친이 성향의 인사로 채워졌다. 홍준표 후보가 친박에 우호적이었지만 2위에 머물러야 했다.


‘박근혜 대세론’ 약이냐 독이냐

박 전 대표가 한나라당 경선에서 친이 통합 후보에 승리한다고 해도 안심할 수 없다. 이재오-김문수 등 친이 대표주자들이 박 전 대표를 진심으로 도와줄 것인지에 대해서도 회의적이다. 97년 대선 당시 김영삼 전 대통령과 ‘대세론’을 누리던 이회창 후보가 ‘결별’한 이후 YS는 간접적으로 DJ 당선에 일조해 이 후보가 낙마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한 인사는 오히려 2012년 총선을 앞두고 공천권 문제가 불거지며 친이, 친박이 ‘분당’으로 치달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우여곡절 끝에 박 전 대표가 친이계와 화해한 이후에도 관문은 남아 있다. 바로 손학규 전 대표와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단일화 성사 여부다. 박 전 대표는 ‘대세론’에 기대 후보로 확정된 가운데 민주당은 당내 경선을 거치고 국민참여당 유시민 후보와 재대결을 벌일 공산이 높다. 야구로 치면 민주당내 경선이 플레이오프, 유시민 후보와 민주당 후보 대결은 한국시리즈인 셈이다. 아무래도 흥행적인 요소가 한나라당에 비해 많고 극적일 수밖에 없다.

특히 손학규 민주당 후보와 유시민 국민참여당 후보가 야권 단일후보 명목으로 지난 2002년처럼 국민참여 경선을 통해 전국 순회 공연을 펼칠 공산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민주당 일각에서 주장하는 ‘200만 명 국민선거인단’ 구성을 통해 결선을 치룰 경우 그 폭발력은 예측하기 힘들다. 박 전 대표가 맞불작전으로 자유선진당 이회창 후보와 보수진영 대통합 기치로 ‘후보 단일화’를 시도할 수 있지만 민주당 흥행 열기에 비하면 결과가 뻔하다는 점에서 약할 수밖에 없다. 이에 친박 진영에선 손학규 후보와 유시민 후보간 야권 단일 후보 저지를 위한 비책을 고심중이지만 뾰족한 해법은 없는 상황이다.

박 전 대표의 대권 가도가 순탄하지 않은 만큼 친이 진영 역시 마찬가지다. 당장 박 전 대표를 이길 수 있는 카드로 김문수, 오세훈, 이재오, 정몽준, 임태희 카드가 거론되지만 미비하다. 그마나 오 시장과 김 지사가 여론조사에서 수위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오 시장은 ‘중도하차는 없다’고 못을 박은 상황이다. ‘왕의 남자’이자 친이계 수장인 이재오 특임장관이 적극 김 지사를 지원하고 있지만 김 지사의 대권 행보는 한계가 적잖아 보인다.


김문수, ‘제 3후보론’ ‘오세훈 차출론’

당장 대중적 인지도에서 박 전 대표에 비해 떨어지고 무엇보다 충청권 민심을 얻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역대 정권에서 충청권 민심을 얻지 못한 후보가 당선된 예는 없었기 때문이다. 김 지사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추진한 ‘세종시 공약’에 대해 ‘수도 분할 정책’이라고 반대 운동을 극렬하게 벌렸다.

또한 세종시 수정안에 대해서 ‘적극 환영’해 박 전 대표의 ‘원안 찬성’과 극명하게 갈렸다. 김 지사가 충청권 민심을 얻기가 쉽지 않은 배경이다. 또한 평소 소신인 ‘수도권 규제 완화’ 주장으로 인해 수도권을 제외한 다른 지역에서 ‘수도권 지상주의’라며 곱지 않은 지적을 받고 있다. 한나라당 경선이던 본선이던 김 지사가 반드시 풀어야 할 대권 숙제인 셈이다.

친이 진영의 고민은 곧 이 대통령의 고민과 맞물려 있다. 박 전 대표와 화해 무드는 임기말로 갈수록 불안할 수밖에 없다. 특히 총선과 대선이 맞물려 있는 2012년 전후로 계파별 대결 양상은 더욱 치열해질 공산이 높다. 하지만 박 전 대표를 견제할 마땅한 친이 ‘대항마’가 없다는 점에서 김문수 카드가 아쉬울 수밖에 없다. 청와대 일각에서 박근혜 대항마로 ‘오세훈 차출론’이 나오는 배경이다.

손학규 대표는 외형상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지만 언제까지 계속될지에 회의적인 지적이 많다. 특히 한나라당 출신으로 민주당 대선 주자로 나선 만큼 당내 기반이 허약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당내 기반이 상대적으로 강한 정동영 정세균 측에선 내년 12월 대선 출마를 위한 당 대표 사퇴시까지 당 운영을 잘못할 경우 ‘대권과 당권 다 한방에 갈 수 있다’는 경고성 발언도 서슴지 않고 있다.

하지만 손 대표의 차기 대권가도의 딜레마는 당내보다는 당밖에 존재한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바로 국민참여당 유시민 전 장관을 두고 하는 말이다. 손 대표로선 2012년 총선을 앞두고 국민참여당과 통합한 이후 대통령 후보 경선을 통해 유 전 장관을 제압하겠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손 대표와 친분이 깊은 한 인사는 “당내 기반이 약한 손 대표가 유 장관을 얕잡아 보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며 “유 전 장관이 민주당으로 들어올 경우 급속히 ‘손학규 대항마’로 부상될 공산이 높다”고 지적했다. 당내 구민주계를 제외한 친노, 486 운동권 인사들이 유 전 장관에게 급속히 ‘쏠림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유 전 장관은 민주당과 통합에 대해 부정적이다. 유 전 장관은 평소에 “총선 이후에나…”, “DNA가 틀리다”며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유 전 장관측은 2012년 총선까지 국민참여당 지분을 넓히고 이후 대선전에 민주당 후보와 야권 단일화 논의를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2007년 대선 직전 노무현 후보와 정몽준 후보가 단일화를 통해 정권을 재창출한 경험에 기초하고 있다. 이번에는 유 전 장관이 민주당 후보를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깔려 있다.

실제로 유 전 장관은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1년여 넘게 경기도지사를 준비해온 김진표 민주당 후보를 누르고 경기도지사 후보가 된 바 있다. 조직에 강한 김진표 후보였지만 인지도에서 밀려 유 전 장관에게 후보 자리를 내준 바 있다.

또한 최근 10·27 재보선 광주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유 전 장관이 지지한 후보가 민주당 후보에 앞섰다. 광주 서구청장 선거에서 무소속 김종식 후보(37.9%)에게 민주당 후보가 당선자 자리를 내준 것은 물론 비민주 야4당 단일후보로 나선 서대석 국민참여당 후보(35.4%)에게도 밀렸다. 민주당의 김선옥 후보(24%)는 2위 후보에 11.4%p나 뒤지는 3위였다.

특히 광주 서구청장 재선거에서 민주당 손 대표와 국민참여당 유시민 후보가 대리전을 치렀지만 민주당 후보가 패했다는 점에 국민참여당측은 방점을 찍고 있다. 2002년 첫 도입된 민주당 국민참여 경선에서도 ‘이인제 대세론’에 맞서 ‘노무현 돌풍’을 일으킨 진원지가 광주였다는 점에서 국민참여당은 2012년 대선에서 ‘유시민 돌풍’을 내심 기대하는 모습이다.

반면 민주당 텃밭인 광주에서 무소속 후보에 패하고 국민참여당 후보에게마저 뒤졌다는 점에서 손 대표를 비롯해 민주당 지도부는 아연 긴장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손 대표 진영의 경우 ‘유시민 돌풍’이 간접적으로 확인된 이상 ‘야권 후보 단일화’ 프로그램을 전면 재수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감도 확산되고 있다. 손 대표가 10·27재보선 결과를 두고 “광주 패배, 오히려 고맙다”고 말한 배경이기도 하다.


‘악어’ 손학규, ‘악어새’ 유시민 승자는 누구

한나라당 박근혜, 김문수 민주당 손학규 잠룡군 3인방은 어느 누구도 안심할 수 없는 처지다. 박 전 대표의 경우 친이 통합후보의 출현과 야권 단일화 성사여부에 따라 명암이 엇갈릴 전망이다. 김 지사의 경우 ‘박근혜 대항마’로 우뚝 서지 못할 경우 ‘플랜B(도지사 임기 수행)’를 가동하거나 오 시장이나 제3후보에게 자리를 내줘야 한다. 손 대표는 ‘뜨거운 감자’격인 유시민 카드를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희비쌍곡선이 엇갈릴 전망이다.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pot.co.kr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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