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카메룬 다이아몬드 개발업체 씨앤케이(CNK)인터내셔널의 주가조작 의혹에 대한 수사에 나서면서 외교부, 총리실 등 관련기관 공직자와 정권 실세들의 개입 여부가 드러나면 거센 후폭풍이 예상된다.
23일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3부(윤희식 부장검사)에 따르면 지난 19일 대검찰청으로부터 카메룬 다이아몬드 광산 개발권을 둘러싼 CNK인터내셔널(CNK)의 주가조작 사건을 배당받고 설 연휴 이후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하기에 앞서 고발장 내용을 검토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가폭등·공직자 개입 등 석연찮은 'CNK 의혹'
해외자원개발 전문 코스닥 상장업체인 'CNK 사건'은 카메룬 다이아몬드 매장량 '뻥튀기' 의혹, 개발권 획득과정에 정권실세 개입 여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공직자들의 주가조작 가담사실 등이 논란의 핵심이다.
증권선물위원회에 따르면 오덕균 CNK대표는 카메룬 동남부 요카도마 지역의 다이아몬드 광산 매장량을 과장해 주가를 끌어올렸고, 외교부 1차관 출신인 조중표 전 국무총리 총리실장(CNK고문)과 김은석 외교부 에너지자원대사는 주식투자를 통한 부당이득을 얻은 의혹을 받고 있다.
오 대표는 2007년 김원사 당시 충남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가 작성한 탐사보고서, 1980년대 유엔개발계획(UNDP)이 추진한 탐사보고서 등을 근거로 추정매장량을 산정하며 카메룬 현지에 C&K 계열사인 C&K마이닝을 설립해 다이아몬드 개발 사업에 뛰어들었다.
CNK주가가 갑작스럽게 오른 데에는 외교부의 보도자료가 공신력 있는 '역할'을 했다. 이 보도자료를 배포하는데 '입김'을 낸 것으로 알려진 사람이 총리실 파견을 마치고 외교부로 돌아온 김은석 외교통상부 에너지자원대사다.
2010년 12월17일 외교부에서 배포한 보도자료에는 CNK 관계사인 C&K마이닝이 카메룬 동남부 요카도마 지역 다이아몬드 개발권을 획득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당시 보도자료에는 다이아몬드 추정 매장량을 전 세계 연간 다이아몬드 생산량(1.7억캐럿)보다 2.5배 정도 많은 약 4.2억캐럿으로 전망하면서 주식시장에 적잖은 파장을 낳았다.
이후 CNK주가는 3300원대에서 한 달도 안 돼 1만6100원으로 급등했고, CNK는 한 때 코스닥 상장업체 중 시가총액 상위 10위권까지 상승했다.
외교부는 지난해 1월과 6월에도 카메룬 다이아몬드 개발권 획득사실과 카메룬 정부가 매장량을 공식 인정한 취지의 브리핑을 통해 CNK 개발사업을 간접적으로 지원했다.
이같이 주가조작을 통해 오 대표는 800억원대의 시세차익을 남겼고, 김 대사나 조 전 실장도 가족이나 친인척들을 주식투자에 동원해가며 막대한 차익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공직자들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가조작에 나선 것이 사실로 확인되면 정권 말 공직사회의 기강이 다시 한 번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설 연휴 직후 고위공직자, 정권실세 줄줄이 소환?
검찰은 설 연휴가 끝나는 이번 주부터 CNK 주가조작에 가담한 의혹을 받고 있는 조중표 전 국무총리실장 등 관련자들을 잇따라 소환 조사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검찰은 이미 오덕균 CNK 대표와 조 전 실장 등 관련자들을 출국금지 조치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우선 카메룬 다이아몬드의 매장량에 대한 진위를 조사할 계획이다. 만약 CNK의 주장대로 실제 매장량이 풍부한 것으로 확인되면 주가조작을 통한 시세차익 논란은 단순히 해프닝으로 끝날 수도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다이아몬드가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CNK의 오 대표가 추정매장량을 의도적으로 부풀렸을 가능성이 크다. 객관적으로 사실 확인이 덜 된 정보를 활용해 자원외교의 홍보거리로 삼은 외교부로도 불똥이 튈 수 있다.
검찰은 또 다이아몬드 광산 개발권 획득과정에 정권 실세가 개입한 의혹이 제기됨에 따라 이 부분에 대해서도 수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일부 정치권에서는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이 카메룬 정부당국에 CNK의 다이아몬드 광산개발권 획득을 직접 요청하는 등 부적절하게 개입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실제로 박 전 차관은 2010년 5월 경제통상사절단장 자격으로 카메룬을 방문했을 당시 현지 정부관계자에게 CNK 지원을 요청한 사실이 전해졌다.
박 전 차관은 또 김 대사가 2008년 5월 이후 2년여간 국무총리실에 파견됐을 당시 국무차장으로 근무하면서 친분을 쌓은 점도 'CNK 의혹'을 더하고 있다.
아울러 검찰은 지난 1년간 CNK 주가가 등락을 거듭하는 동안 정부 관계자가 불법으로 관여하거나 주가조작을 통해 가족 등 주변 인물들이 부당 이득을 취했는지에 대해서도 수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김 대사의 동생 부부는 외교부가 보도자료를 배포하기 전 억대 주식을 미리 산 것으로 알려졌고, 조 전 국무총리실장 가족도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매매로 차익을 남긴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들이 시세 차익을 노리고 주 식투자한 사실이 드러나면 처벌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김 대사는 친인척들에게 주식투자를 권유할 사실과 미공개 정보를 제공한 사실도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조 전 실장이나 김 대사의 주변 사람들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정황이 확인되지 않거나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면 처벌이 힘들 수도 있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는 다이아몬드가 진짜 있는지와 주가조작에 중점을 두고 수사할 계획"이라며 "설 연휴가 끝나면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서울=뉴시스>
박준호 기자 pjh@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