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MB는 언급도 안하지요”

한때는 최고로 잘나가던 동기회
이명박 대통령의 오랜 지기이자 주요 지원 세력으로 알려진 모임이 있다. 바로 고려대 경영학과 중심의 ‘61회’다. 지난 2007년 12월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의 당선을 위해 거액의 스폰을 할 정도로 물심양면으로 도와준 이 대통령의 측근그룹이다. 이 대통령 역시 61회 회장을 맡았을 정도로 인연이 깊다. 이 모임은 아직까지도 매월 마지막주 금요일 모임을 가질 정도로 결속력이 깊다. 하지만 61회 모임에 참석한 한 인사는 “몇 개월 전부터 MB 얘기를 꺼내는 동기가 없다”며 “임기후반기로 접어들면서 동기들이 먼저 말을 조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의 가장 절친한 모임인 동기회에서부터 임기말 ‘레임덕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얘기다.
이명박 대통령은 고려대 경영학과 61학번이다. 고대 61회에는 경영학과뿐만 아니라 전체 61년에 입학한 타 학과생도 폭넓게 포진해 있다. 300여 명에 달하는 61회 멤버는 ‘국회의원’, ‘차관’, ‘검사장’, ‘기업 고위 임원’ 등 사회에서 성공한 인사들로 구성됐다. 고대 61회는 이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2007년 말 송년회에서 ‘이명박 대통령’ 등 만세 삼창을 할 정도로 끈끈한 애정을 과시했다.
61회 모임의 대표적인 인사로는 천신일 세중나모여행사 회장을 비롯해 김승유 하나금융그룹 회장, 유지담 전 대법관, 송정호 전 법무장관, 서경석 전 3군부사령관, 김화남 전 경찰청장 등 40여 명이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이 모임에는 롯데 그룹 총괄사장을 맡은 바 있는 현대 아산 장경작 사장도 회원으로 있다. 장 사장은 이명박 정부들어 ‘제2 롯데월드 건립’과 관련해 이른바 ‘친구 게이트’로 세간에 알려졌다.
61회 핵심 천신일 ‘친구 게이트’ 터지나
롯데 그룹은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직 시절 그의 절친한 친구인 장경작 사장을 영입했고 서울시는 제2롯데월드 건축을 허용했으나 참여정부가 반대해 무산됐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이후 롯데 그룹은 장 사장을 전진 배치시키고 안보상 이유로 ‘제2롯데 월드’를 반대하던 공군참모총장까지 교체하면서 제2롯데월드 건설 사업을 성사시켰다. 61회의 막강한 파워를 엿볼 수 있는 한 사건이라는 말도 나온다.
61회 멤버 중 또 다른 주목받는 사람이 천신일 회장이다. 동기 모임의 회장을 역임한 천 회장은 지난 대선 때 수십억 원의 돈을 이명박 후보 캠프에 후원한 것으로 알려져 왔다. 그럴 정도로 이 대통령과 ‘절친 중에 절친’으로 꼽힌다. 하지만 검찰은 지난 10월 28일 천 회장의 세중나모여행사에 대해 압수수색을 단행하는 등 압박을 가하고 있다.
천 회장은 한 중소기업으로부터 40억 원대의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또한 이 기업이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을 받는 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했고 세무 조사 무마 등 명목으로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천 회장은 지난 8월 일본에 나가 국내에 들어오지 않고 있다. 검찰로선 압수수색을 통해 귀국을 압박하는 모양새지만 속내는 ‘대통령의 친구’를 구속시켜야 한다는 부담감을 갖고 있다.
지난 10월 22일에도 61회 모임이 서울시내 모처에서 정례 모임을 가졌다. 이 모임에 참석했던 고대 61학번 한 인사는 “아무래도 천 회장은 동기회에서도 쉽게 풀려날 것으로 보고 있지 않다”며 “대통령 동기 중 처음으로 구속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이 인사는 현재 이 모임은 여전히 30여 명이 넘게 참여할 정도로 결속력이 높다고 말했다. 이 인사는 “하지만 언제부터인지 동기 모임에서 ‘이명박’ 이름이 사라졌다”며 “예전만해도 2시간 동기모임을 하면 1시간 정도는 MB 얘기를 꺼냈는데 4개월 전부터 누구하나 언급하지 않고 금기어처럼 됐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정치권에 정통한 이 인사는 “이 대통령이 임기 후반기를 거치면서 동기들부터 입조심을 하는 모습이다”며 “대통령 당선될 때만 해도 만세삼창을 하고 61회의 자랑이였는데…”라며 권력무상을 토로했다.
“이명박, 박근혜 화해? 모르는 소리”
그는 또 대통령과 대학 동기로서 세간의 관심을 받는 데 대해 섭섭한 점도 실토했다. 그는 “주변에서 대통령의 동기라는 이유로 부러움을 사는 건 사실이다”며 “하지만 동기 중에 MB 정부로부터 자리를 받은 사람은 한 명도 없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이 동기회에 애정을 갖고 있지만 동기들을 공직에 중용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한편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가 화해를 한 듯 나오는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 ‘말도 안된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 인사는 “박 전 대표 입장에서 이 대통령이 포옹하자고 두 팔 벌리는 데 어떻게 거절할 수 있느냐”며 “겉으로는 두 인사가 화해를 한 듯이 보이지만 내년 하반기가 되면 피터지게 싸울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그는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는 가만히 있으려하겠지만 측근들이 가만히 놔두질 않는다. 그게 권력 속성”이라며 “공천을 두고서 계파별 갈등이 심해질 경우 당내 중재자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당이 깨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pot.co.kr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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