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오, “둥근달이 뜨면 동네 개들이 짖는다”
이재오, “둥근달이 뜨면 동네 개들이 짖는다”
  • 고동석 기자
  • 입력 2012-01-19 17:52
  • 승인 2012.01.19 17: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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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 글 김종인 겨냥 ‘MB 자진탈당’, ‘정권 실세 용퇴’ 반박

▲ 이재오 한나라당 의원.<뉴시스>
한나라당 친이계의 좌장 이재오 의원이 19일 트위터에 “밤중에 구름에 가렸던 둥근달이 갑자기 나타나서 동네를 환하게 하면 졸고 있던 동네 개들이 모두 나와서 짖어된다”며 당내 상황에 반감이 묻어나는 글을 올렸다.

트위터 글의 뒷 구절에는 “그때 어른들이 하는 말씀 야들아, 건들지 마라 건들면 더 시끄럽다 도망가면서도 짖는다. 가만두면 지쳐서 저절로 꼬리내린다. 그걸 달보고 짖네라고 한다. 달은 언제나 뜨고 진다 어렸을 때 촌에 살면서 들은 이야기다”라고 썼다.

이 의원의 트위터 글을 두고 당 안팎에서 해석이 분분하다. 그도 그럴 것이 당 비대위가 쇄신의 주도권을 쥔 이후부터 비대위원들의 발언이 공식-비공식 석상을 가리지 않고 노출되는 과정에서 친이계의 숙청을 공공연히 부르짖고 있기 때문이다.

언뜻 속뜻을 풀어보면, ‘구름에 가렸던 달’은 현 정권 내내 침묵했던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을 비유한 듯 보인다. ‘졸고 있던 동네 개들’은 친박 또는 일부 비대위원을 빗댄 듯하다. 

또 ‘개들이 시끄럽게 짖어대더라도 무시하면 자연히 꼬리를 내린다’는 의미 속에는 전날 김종인 비대위원이 이명박 대통령의 자진 탈당을 요구하자, 청와대가 ‘비대위원 개인적인 의견’이라고 무시했던 것을 연상케 한다.

이밖에도 ‘뜬 달이 지는 것은 섭리’라는 말은 당 비대위가 쥔 쇄신이라는 칼자루 앞에 궁색한 지경에 몰린 이 의원이 달이 지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보기에 따라선 정권 말기 언론에서 ‘폐족’ 취급 받는 친이계의 몰락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비쳐질 법하다. 

특히 친이계로서는 ‘현 정권 실세 용퇴론’과 전날 “MB 자진 탈당”을 주장했던 김종인 비대위원에 대한 반감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그럴 때마다 이 의원은 넋두리를 날리듯 트위터에 글로 속내를 에둘러 털어냈다.

그는 이어진 다른 글에서  전국구와 비례대표로만 4선 의원을 지낸 김 비대위원은을 겨냥한 듯 “탈당이라...한번도 지역구 국회의원을 안해 봐서 당을 너무 쉽게 생각하시는 것인지 눈감고 생각하는 것과 눈뜨고 생각하는 것이 다르다는 것을 모르시는 것은 아닐 텐데 공식입장은 아니라고 극구 부인하니”라고 꼬집었다.

그런 뒤 박 위원장을 의식해 “공식적으로 말할 것도 아니지만 짜고 치는 고스톱인 것 같기도 하고, 이런 일이 한두 번도 아니고 좀 더 두고 보면 알겠지 갈수록 가관”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고동석 기자>kds@ilyoseoul.co.kr

고동석 기자 kd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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