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뭔가 있긴 있나
한화 뭔가 있긴 있나
  • 윤지환 기자
  • 입력 2010-11-02 13:12
  • 승인 2010.11.02 13:12
  • 호수 862
  • 1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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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계속된 압수수색 내막

한화그룹 비자금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수사 고삐를 바싹 당기고 있다. 그룹 계열사인 한화 호텔앤드리조트 본사를 지난달 27일 압수수색한 검찰은 확보한 계열사 간 내부거래 내역을 조사 중이다. 현재 검찰은 이 회사가 레저 부문 사업을 확장한 과정을 주목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돈이 수상하게 흘러간 정황을 포착한 검찰은 부당 내부거래 여부를 집중 추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압수물 분석이 끝나는 대로 그룹 최고 경영진에 대한 소환 시기를 저울질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의 이번 수사에 대한 의지는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고 검찰 소식통은 전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견해가 나오고 있지만 가장 무게가 실리고 있는 쪽은 검찰의 자존심이 걸려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검찰은 과거 삼성, CJ 등의 은닉 비자금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를 벌인 적 있다. 하지만 결국 상속받은 돈으로 결론짓고 사건을 종결했다. 이번 한화 수사도 상속받는 돈이라는 쪽으로 흐르고 있어 검찰의 대기업 수사 3연패 가능성이 엿보이고 있다. 따라서 검찰은 기필코 이번 수사를 통해 손상된 자존심을 만회하겠다는 결의에 불타고 있다. 한화가 이번 검찰수사에 특히 긴장하는 것도 이런 까닭에서다.

한화그룹 비자금 의혹을 수사하는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이원곤 부장검사)는 같은 달 19일 한화그룹 관계사인 (주)태경화성의 서울 서초구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한화 케미칼이 태경과 거래하며 돈을 빼돌려 비자금을 관리했다는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서였다.

검찰은 이날 오전 태경 본사에 수사관을 보내 재무자료와 전표, 컴퓨터 등 박스 30∼40개 분량의 증거 자료를 확보하고 이 회사가 김 회장의 은닉재산을 불리는 데 관여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파헤쳤다.

이 업체는 지난해 보유하던 전 한화 계열사 한익스프레스의 지분 60만9261주(50.77%)를 김승연 회장의 누나인 김영혜씨에게 장외 매각하기도 했다.

태경은 전 한화그룹 임직원들이 자본금 7억8500만 원으로 설립한 회사로, 그룹 계열사인 한화케미컬에 화공약품을 납품하며 상시 종업원 18명이 작년에 약 797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눈에 불 켠 검찰 그러나

태경 압수수색 당시 기대에 찬 시선이 검찰에 모아졌다. 하지만 수사는 생각보다 쉽게 풀리지 않고 있다. 특별히 비자금 의혹을 입증할 만한 물증이 나오지 않은 것이다. 다급해진 검찰은 며칠 후 추가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검찰은 다시 같은 달 27일 그룹 계열사인 한화 호텔앤드리조트(주)의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이날 오전 9시께 서울 장교동 한화그룹 사옥 7∼8층에 있는 한화 호텔앤드리조트 본사에 수사관을 보내 회계장부와 보고서,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의 확보에 나섰다.

한화 호텔앤드리조트는 한화 콘도와 서울 프라자호텔, 골프장, 설악워터피아 등을 운영하는 레저 기업이다.

이 회사를 압수수색한 배경은 이렇다. 이 회사 홍원기(59) 대표는 본사 기획실 출신으로 2002년 부실상태였던 한화기계(주)를 되살려 김 회장의 신임을 얻은 그룹 핵심 인사다. 또 검찰은 한화 호텔앤드리조트가 내부거래 등을 통해 김 회장의 부외자금 운용을 도운 것으로 보이는 단서를 포착해 이날 압수수색을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전날인 26일에는 김 회장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금춘수(57) 그룹 경영기획실장을 불러 부외자금의 운용 경위와 출처 등을 추궁했다.


최고 경영진 소환 임박

일각에서는 검찰이 한화의 비자금을 ‘상속받은 돈’으로 공식화 시켜주는 역할만 하고 수사를 종결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내비치고 있다. 실제로 검찰은 비자금 조성을 입증할 결정적 단서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정치권에서는 “검찰이 한화를 수사하는 진짜 속내가 궁금하다”는 조롱 섞인 의문마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수사가 시작된 지 한 달 반여가 지났지만 아직 분석 작업이 많이 남아 있다”며 “일부 여론은 검찰이 헛물켜는 것 아니냐는 식으로 비꼬고 있지만 비자금 의혹의 실체는 반드시 밝혀낼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 소식통에 따르면 한화 최고위층의 소환 여부는 내달 중후반께로 예상되고 있다.

검찰은 한화 전현직 임직원 소환조사를 통해 다양한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검찰은 차명계좌에 조성된 자금을 놓고 오래전부터 퇴직 임직원과 한화 총수 일가 간에 미묘한 갈등이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한화 차명계좌 자금의 실주인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한화 측과 일부 퇴직 임직원이 자금의 소유권을 놓고 줄다리기를 한 것 같다”며 “차명계좌의 주인인 임직원들이 퇴직 후 계좌에 든 돈에 대해 소유권을 주장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계좌 돈 되찾아

퇴직 임직원 중 일부가 계좌의 돈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면서 한화 측이 골머리를 싸맸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최근 검찰 수사로 ‘문제의 임원들’이 이 자금을 한화의 돈이라고 실토하면서 자연스럽게 주인이 결정되게 됐다. 검찰 주변에서는 “퇴직임원에 발 묶인 한화의 돈을 한화가 되찾을 수 있게 검찰이 도와준 꼴이다. 한화가 속으로는 웃고 있을 것”이라는 자조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편 이번 한화 비자금 의혹 수사 사건의 단초를 제공한 전 한화증권 직원 윤모씨의 행방이 묘연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소식에 정통한 한 소식통에 따르면 윤씨는 이번 사건을 금감원에 제보한 이후 검찰 수사가 시작되면서 연락이 두절된 상태라고 한다. 알려진 바와 달리 윤씨는 검찰에 나가 어떤 진술도 한 적 없으며 아직 검찰은 윤씨와 직접 접촉한 적이 한 번도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윤씨와 연결을 시도하고 있지만 연락이 닿지 않고 있는 상태라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윤지환 기자] jjh@dailypot.co.kr


윤지환 기자 jjh@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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