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 4기 이대엽 전 경기 성남시장 재임 당시 성남시청 공무원들이 저지른 각종 비리 사실이 서서히 베일을 벗고 있다.
관급 공사를 따내기 위해 업체 관계자들은 공무원과 이 전 시장 조카에게 뇌물을 주고 공사를 따냈고 공무원들은 인사 청탁을 위해 이 전 시장 조카 부부에 줄을 대기 급급했다.
일부 공무원들은 '小 시장'으로까지 불리던 이 전 시장 조카에게 충성 맹세 문자를 보내기도 했고 이 전 시장 조카와 친분이 있는 시청 청원 경찰에게까지 뇌물을 전달했다.
결국 수원지검 성남지청은 성남시 '비리 종합세트' 베일 벗기기에 나섰다.
검찰은 그동안 이대엽 전 시장의 조카 이모씨(61)와 이씨의 부인 뿐만 아니라 국장급(4급)부터 말단까지 공무원 6명을 구속했다.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은 공무원도 10여명에 이르며 성남시에 인사자료를 요구한 공무원도 50여명이 넘는다.
검찰은 지난 20일 이대엽 전 시장에 대해서도 출국금지 조치를 하며 본격적인 '몸통 찾기'에 나섰다
◇성남시는 '비리 종합세트'…공무원만 6명 구속
이대엽 전 시장의 친조카인 이씨가 구속되면서 성남시의 각종 비위 사실이 세상에 드러나기 시작했다.
이씨는 지난 2007년 1월과 4월 공영주차장 건설과 관련해 건설업자 김씨로부터 공사 수주 청탁 대가로 3000만원씩 2차례에 걸쳐 모두 6000만원을 받아 특가법상 알선 수재 혐의로 지난 8월28일 구속됐다.
검찰이 이씨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공무원들도 줄줄이 구속되기 시작했다.
정 모 과장(5급)은 지난 8월 29일 공영주차장 계약과 관련해 업체로부터 3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이씨와 함께 구속됐고 송 모 국장(4급)은 시 발주 관련 5개 업체로부터 1600만원을 받아 지난 9월 12일 구속됐다.
부하 직원으로부터 인사 청탁과 함께 5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이 모 과장도 지난 9월22일 구속되는 등 공무원 6명의 비리가 드러났다.
검찰은 특히 공무원 30여명이 이 전 시장의 조카 이씨에게 '충성을 맹세한다'는 내용의 휴대폰 문자 메시지를 보낸 사실도 밝혀냈다.
이씨의 부인도 공무원 2명으로부터 인사 청탁과 함께 5500만원을 받은 혐의로 지난달 21일 구속됐다.
◇ 검찰 소환 공무원 10여명…시청 분위기 '뒤숭숭'
성남시 공무원 6명이 각종 비리로 구속된데 이어 공무원 10여명이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으면서 성남시 분위기는 뒤숭숭하기만 하다.
동료들이 1주 걸러 1명씩 구속되고 있는 데다 검찰이 성남시에 인사자료를 요구한 공무원도 50여명이 넘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 전 시장의 조카에게 '충성 맹세' 문자를 보낸 공무원 30여명도 수사 대상이 되고 있어 앞으로도 얼마나 많은 동료들이 검찰의 칼날 앞에 놓일지 모르는 상황이다.
'다음 소환 대상은 A씨이고 구속 대상은 B씨'라는 흉흉한 소문까지 나돌면서 시청 분위기는 말그대로 얼어붙었다.
업무상 외부인들을 만나는 것을 제외하면 부서별 회식도 될수 있으면 자제하는 분위기다.
성남시의 한 공무원은 "그동안 소문으로 돌기는 했지만 사태가 이렇게 심각할 줄은 몰랐다"며 "문제가 있다면 처벌은 받아야하겠지만 같이 근무했던 동료들이 검찰에 불려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편하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검찰 수사 어디까지…이대엽 전 시장 정 조준?
검찰은 '小 시장'으로까지 불리더 이 전 시장의 조카 부부와 공무원 6명을 구속한데 이어 잇따라 공무원들을 소환하면서 수사에 탄력이 붙고 있다.
여기에 지난해 11월 완공한 성남시 신청사 건립공사와 야탑동 납골시설인 메모리얼파크 공사 등을 염두에 두고 성남지역 D조경과 K개발 등 10여곳의 공사 발주 및 하도급 내역도 수사하고 있다.
성남시 비리 종합세트의 몸통을 찾기 위해 하나하나 가지를 치고 있는 형상이다.
검찰 관계자는 "공무원들의 비위 사실을 하나하나 수사를 하고 있지만 조직적으로 인사비리 등이 진행된 점은 발견하지 못했다"며 "일부에서 특정 인물을 지목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혐의점을 발견하지는 못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검찰은 지난 20일 이대엽 전 시장을 출국 금지했다.
검찰은 이씨 부부가 이렇게 성남시 실세 행세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이 전 시장의 비호 때문이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일 뿐 혐의점이 드러난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 전 시장의 출국금지에 대해 검찰 일각에서는 사실상 이 전 시장이 성남시 비리 종합세트의 '몸통'으로 지목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 내부에서도 조카인 이씨 부부의 구속에 이어 공무원들이 줄줄이 구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 전 시장의 수사는 불가피하는 입장이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성남시 공무원들이 비위에 이 전 시장이 연관이 있는지 없는지는 아직 드러나지 않았지만 당시 인사 등 모든 권한을 가지고 있던 이 전 시장을 조사하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라며 "시기 문제겠지만 최소 한 차례는 소환되지 않겠냐"고 내다봤다.
결국 성남시 비리 종합세트의 '몸통'이 이대엽 전 시장인지 여부는 검찰의 판단에 의해 가려지게 됐다.
김기중 기자 k2j@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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