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연예계는 끊임없는 사건과 사고로 바람 잘 날 없는 한해였다. 특히 지난해 4월 세상에 감춰질 뻔 했던 서태지 이지아의 판도라 상자는 일년 내내 연예계의 화두가 됐다. 또 탈세의혹이 불거지면서 국민MC 강호동이 잠정 은퇴를 선언해 방송가의 지각변동을 일으키기도 했다. 하반기에는 집단모독죄라는 명목으로 강용석 의원이 개그맨 최효종을 고소하면서 풍자개그가 세간의 주목받는 계기를 만들었다. 2012년 새해에는 연예계에 또 어떤 핫이슈들이 쏟아져 나올지 기대하면서 지난해 연예계 화제들을 설날특집으로 정리했다.
서태지·이지아 14년간 감춰진 비밀

‘문화대통령’이라고 불리던 서태지와 드라마 ‘베토벤바이러스’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이지아의 지난 14년 간의 숨겨진 과거는 국민들을 경악케 하기에 충분했다. 더욱이 이들은 주변 측근들에게도 결혼과 이혼 사실을 숨겨왔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해 4월 이지아가 서태지를 상대로 ‘위자료 및 재산분할 청구 소송’을 제기하면서 이들 관계가 세상에 알려졌다. 두 사람은 지난 1993년 미국에서 처음 만나 1997년 미국에서 결혼식을 올렸고 2009년 미국에서 정식으로 이혼한 사실이 드러났다. 결혼 당시 이지아의 나이는 19세였고 서태지는 은퇴 직후인 25살이었다.
파문이 확산되자 이지아 측은 즉각 소송을 취하했다. 반면 서태지 측은 이에 동의하지 않고 소송이 지속시켰다.
결국 두 사람은 합의 하고 각자 갈 길을 선택했다. 하지만 서류상 정확한 이혼 절차가 필요하다는 점과 양측 금전 거래가 전혀 없었다는 점을 밝히고 합의 후 발생할 수 있는 갖은 오해와 루머 방지를 위해 조정이 내용을 공개했다. 이는 또 한 번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한편 이지아는 MBC 드라마 ‘나도 꽃’의 주인공을 맡으며 연기활동을 재개했다.
잠정은퇴 선언 강호동, 언제 복귀하나?
강호동은 지난해 9월 세금과소납부로 국세청으로부터 수억 원의 추징금을 부과 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이에 그는 방송활동을 중단하고 기자회견을 자청해 잠정은퇴를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지난 1993년 MBC특채개그맨으로 데뷔한 강호동은 18년간 승승장구하며 방송계의 ‘천하장사’로 군림했다. 하지만 그가 탈세라는 도덕적 치명타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강호동의 잠정은퇴는 방송가의 일대 지각변동을 일으켰다. 당시 그는 KBS 2TV ‘1박 2일’, MBC ‘무릎팍도사’, SBS ‘강심장’, ‘스타킹’ 등 지상파 3사의 간판 예능 프로그램을 맞고 있어 그 파장은 매우 컸다. 당시 지상파 방송사들은 대책 마련을 위해 골머리를 알아야 했다는 후문이다.
아울러 연예계 탈세 의혹은 김아중, 인순이 등에게도 불똥이 튀었다. 김아중은 소득액 중 일부를 누락한 혐의로, 인순이는 2008년 누락 소득분을 납부하지 않아 각각 세금을 추징당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당시 ‘나는 가수다’에 출연 중인 인순이는 출연중단을 고민하기도 했다.
한편 강호동의 탈세의혹은 서울 중앙지검이 해당사건을 각하하면서 싱겁게 마무리 됐다.
하지만 강호동은 아무런 반응이나 입장을 표명하지 않은 채 4개월째 자숙의 시간을 갖고 있다. 최근 강호동의 복귀를 바라는 팬들의 응원 글귀가 담긴 버스광고가 등장했고 강호동이 배우 엄태웅과 새해인사를 문자메시지로 나눈 것이 알려지면서 조심스럽게 복귀설이 고개를 들고 있다.
‘한예슬 사태’ 열악한 드라마 촬영환경 반발 이탈 사건
지난해 여름 KBS 2TV 드라마 ‘스파이 명월’에 출연하던 배우 한예슬은 ‘살인적인 스케쥴’을 이유로 촬영을 거부하며 돌연 미국으로 출국해 버렸다. 이어 “연예계를 은퇴하더라도 드라마에 복귀하지 않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이에 방송사는 주인공을 교체해 예정대로 드라마를 마친다는 발표를 했고 제작사는 막대한 손실에 대해 수백억대 소송을 벌이겠다고 밝혀 파문이 확산됐다. 또 가장 많은 출연료를 받는 주연배우가 무책임하다며 한예슬에 대한 비난여론이 거세게 일었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한예슬은 결국 귀국해 취재진 앞에서 물의를 빚은 것에 대해 사과했고 동시에 드라마 촬영 현실에 대해 꼬집었다.
그는 스스로 “희생자”라며 “연기 생활이 얼마나 열악한지 국민들이 알아주길 바란다. 이렇게 하지 않고서는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제가 옳은 일을 했다고 믿고 싶다”고 밝혔다.
이후 드라마는 무사히 촬영을 마쳤지만 한예슬 사태로 생방송과 다름없는 현 드라마 제작 시스템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흘러나오면서 그 여파는 쉬 가라않지 않고 있다.
“풍자 하나쯤 없으면 개그 아나잖아요” 풍자개그 전성시대
지난해 시청률 20%를 넘나들며 제2의 전성기를 구사하고 있는 개콘은 시사와 풍자개그를 선보이며 흥행과 화제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개콘의 ‘사마귀유치원’ 코너는 아이들 시각으로 사회 부조리와 이에 순응하는 방식을 가르치는 설정으로 청년실업, 전세대란, 조기교육 등 굵직한 사회문제를 다뤄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특히 ‘사마귀유치원’ 코너에서 개그맨 최효종은 지난해 ‘국회의원이 되는 법’을 역설해 무소속 강용석 의원으로부터 ‘집단 모욕죄’로 고소당했지만 세간의 관심과 인기를 한 몸에 받았다.
이와 함께 개그프로그램은 아니지만 인터넷 팟캐스트인 ‘나는 꼼수다’는 유명 연예인, 정치인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실랄하고 코믹하게 비판을 쏟아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나꼼수는 정치에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내 정치에 관심 없는 젊은 층의 관심을 끌어냈다는 점에서 박수갈채를 받고 있다.
이처럼 방송계에 불고 있는 시사 풍자 코미디는 어지러운 정세, 어려워지는 경제상황이 지속 될수록 그 인기는 끊임없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말 많고 탈 많은 종편 4사 개국, ‘초라한 성적표’
조선, 중앙, 동아, 매일경제 등의 대형 신문사가 모기업인 종편채널은 국회 날치기 통과와 방송통신위원회의 각종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으며 우여 곡절 끝에 탄생했다.
이들 종편은 단기간 콘텐츠를 확보한다는 명분으로 스타들에게 거액을 제시해 섭외 전쟁을 불러 일으켰다. 이로 인해 배우들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뛰어 오르는 문제를 낳기도 했다.
현재 JBTC, TV조선, 채널A, MBN 등 종편 4사는 시청률 1%를 넘지 못하고 있다. MBN의 경우 종편으로 넘어오면서 시청률이 이전보다 더 떨어지는 기 현상을 겪고 있다. 다만 거액의 몸값으로 섭외한 정우성, 김혜자, 채시라 등의 몇몇 톱스타가 출연하는 드라마만이 간신히 1%를 넘겨 겨우 체면치레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러한 종편의 초라한 성적은 종편 출범으로 지상파 방송사의 시청률 하락을 점쳐왔던 예상과 달리 평균 시청률은 소폭 상승하는 결과를 낳았다. 이는 종편의 영향력이 거의 없어 향후 종편이 부진한 시청률을 극복하고 자리매김 할 수 있을지에 귀추가 주목된다.
<김종현 기자> todida@ilyoseoul.co.kr
김종현 기자 todida@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