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현희 한국 펜싱의 구세주로 부각…
왕기춘, “금메달 외에는 관심없어”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2012 런던 올림픽’이 200일 안으로 접어들면서 국가대표 선수들에 대한 관심이 스포츠 전면으로 이동하고 있다. 모든 것을 버리고 운동에만 전념한 시간들이 결실을 맺을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 국내 언론들은 남몰래 피와 땀을 흘린 선수들을 조명하면서 스포츠 강국의 위엄을 변함없이 지켜주길 응원하고 있다. 이번 올림픽은 전통 강세 종목과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종목들의 조화를 목표의 큰 틀로 삼고 있다. 유도, 레슬링, 양궁, 태권도, 배드민턴 등이 전자라면 수영, 역도, 사격, 체조, 펜싱 등은 스타 선수로 유지되거나 이제 막 떠오르고 있는 종목에 속한다.
지난 9일 12개 종목 340여 명의 태극전사들은 ‘10-10’(10개의 금메달과 종합 10위)을 목표로 개시식을 열고 마음가짐을 새롭게 새겼다. 2008 베이징 올릭픽에서 종합 7위의 쾌거를 올린 만큼 틀림없이 목표 달성을 이룰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올림픽을 앞두고 많은 선수들이 관심을 받고 있지만, 그 중 손연재(리듬체조·18), 남현희(펜싱·31) 왕기춘(유도·24)을 조명해봤다.

리듬체조의 손연재는 런던 올림픽을 앞둔 국가대표 선수들 중에서도 화제의 중심에 서있다. 올림픽 메달리스트도, 세계랭킹 상위권도 아니지만 귀여운 외모를 앞세워 수많은 열성 팬을 거느리고 있기 때문이다. 김연아를 제외하고 가장 스타성이 출중한 여자선수라는 평가도 있다. 인터넷 포토 뉴스의 단골손님인 것은 물론 각종 CF, 심지어는 연예 프로그램에도 종종 등장한다.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 자신의 이름을 내건 ‘갈라쇼’까지 열었다. 일거수일투족이 기사화 되는 것을 보면 연예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하지만 손연재는 자신에게 쏟아지는 인기를 접어둔 채 올림픽에서의 활약에만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열린 프랑스 세계선수권대회에서 11위에 오르며 진출권을 따내, 자신감도 얻었다. 당시 대회에서 손연재는 곤봉에서의 연기력이 폭발하면서 자신의 최고점을 경신했다. 올림픽에서 주력 종목으로 염두하고 있는 것도 곤봉이다.
손연재는 지난해 1월부터 체조 강국 러시아에서 전지훈련을 해왔다. 러시아 선수들에게 ‘연습벌레’라는 얘기를 들을 정도로 구슬땀을 흘린 그녀는 그 성과를 지난해 9월 대회에서 증명했고 기술적, 예술적 성숙도를 한껏 뽐냈다.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손연재는 “런던 올림픽을 위해 곤봉 프로그램을 바꿨다. 난이도를 높이고 매일 새벽 조깅을 하며 체력을 끌어올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며 진행 상황을 밝히기도 했다. 러시아에서 한국으로 돌아와도 고된 훈련은 계속됐다. 세종고와 태릉선수촌을 오가며 하루 8시간씩 훈련을 이어가고 있는 것.
얼마 전까지만 해도 손연재는 “런던 올림픽에서 10위 안에 들어 결승 무대에 진출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지만, 최근에는 “조금 더 욕심을 부리고 싶다. 메달까지 바라보고 노력하고 있다”는 당찬 포부를 숨기지 않았다.
체조는 기계체조, 리듬체조, 트램폴린 등 세 분야로 나뉘는데, 여자 선수만 참가하는 리듬체조에는 2개의 금메달이 걸려있다. 몸 풀기만 1시간 30분을 할애해야 할 정도로 힘든 스포츠에 몸담고 있는 손연재는 런던 올림픽을 시작으로 전성기 열어젖힐 준비를 하고 있다.
손연재가 체조계의 요정이라면 남현희는 펜싱계의 얼짱이다. 지난해 11월 결혼에 골인해 신혼 생활을 누리고 있는 남현희는 베이징 올림픽에서의 은메달을 뛰어넘기 위해 애쓰고 있다. 남현희는 베이징 올림픽 당시 여자 플뢰레 개인전 결승에서 이탈리아의 발렌티나 베잘리와 혈전을 펼쳤지만 6-5로 패배했다. 은메달 자체도 한국 팬싱 역사에서는 8년 만의 쾌거지만 그녀는 한 발 더 나아가 금메달을 노리고 있다.

남현희의 기세는 현재 하늘을 찌를 듯하다. 지난해 7월 2010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2연속 2관왕에 오른 것을 비롯해, 같은해 열린 중국 상하이 ‘월드컵 A급 대회’ 정상, 파리 세계선수권대회 개인전 동메달, 헝가리 부다페스트 월드컵 A급 대회 동메달의 선전 때문이다.
최근 인터뷰에서 “잔근육을 발달시키는 운동을 하고 기술 훈련을 시작할 것”이라고 계획을 밝힌 남현희는 최대 라이벌로 엘리사 디 프란시스카(세계랭킹 1위), 발렌티나 베잘리, 아리아나 에리고를 꼽았다.
‘꿀복근’ 유도스타 왕기춘도 은메달의 한을 런던 올림픽에서 풀려고 벼르는 중이다.
왕기춘은 베이징 올림픽 남자유도 73㎏에서 결승전에 올랐으나, 부상으로 제기량을 발휘하지 못해 금메달을 놓쳤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또 한번 은메달에 그쳤다.
절치부심해 지난해 12월 제주도 ‘코리아국제유도대회’에서는 명예회복을 이뤘지만 아직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차세대 강자 ‘카시바타르’에게 한판승을 따낸 것은 훌륭하지만 지난 4년간 국제대회에서 메달리스트로서의 면모를 충분히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 9일 개시식에 참여했던 왕기춘은 현재 컨디션에 대해 “본격전인 준비는 지금부터다. 이제 죽었다는 생각으로 준비하겠다”, “이번에는 완벽하게 준비해서 금메달을 딸 수밖에 없는 몸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어 왕기춘은 “경기 운영 등에서 공부를 많이 했다”면서 “런던에서 금메달을 따기 위해 러시아, 일본 등 상위 랭커들의 비디오를 보고 연구를 하고 있다. 우선 내가 가진 기술들을 갈고 닦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해외 언론인 ‘헤럴드 선’은 런던 올림픽 예상 순위표에서 우리나라를 종합 11위에 올려놓았다. 이 매체는 한국이 금메달 8개, 은메달 3개, 동메달 14개를 획득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번 11위는 지난달 순위 22위에서 대폭 오른 수치다. 반면 라이벌 일본은 6위에 랭크돼 있다.
헤럴드 선의 보도를 접한 국내 네티즌들은 “여전히 순위를 국력과 비례해 매기나보다”, “최근 3번의 올림픽에서 우리나라가 일본에 금메달 갯수에서나 총 메달 갯수에서 앞섰는데 분석이 이상하다”는 반응들을 보이고 있다.
<이창환 기자> hojj@ilyoseoul.co.kr
이창환 기자 hojj@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