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과 더불어 한동안 쉽게 모습을 볼 수 없어 많은 사람들의 궁금증을 일으킨 그녀가 KT가 새롭게 선보인 ‘올레 스마트 홈 패드’ 광고에 출연했다. 이 광고에서 보여주는 그녀의 이미지는 평소와는 색다른 매력이 담겨있어 더욱 눈길을 끈다.
이 광고는 10년 전KTF의 서비스 상품 ‘드라마’ 광고에 출연했던 이영애가 ‘마침내 난 집으로 돌아왔고 모든 것은 달라진다’고 말하며 시작된다. 그녀는 “보고 싶을 때 못 보면 나 미쳐요”, “당신은 당신 좋아하는 것, 나는 나 좋아하는 것. 그렇게 살아요.”,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어요. 그냥 즐기면 돼” 등 뭔가 일을 내려는 듯한 카피와 더불어 팜므파탈의 표정 연기로 그 매력을 한껏 뽐낸다.
새로이 출시한 ‘홈 패드’의 주 타깃은 30~40대 가정주부로 이들은 10년 전 ‘드라마`의 타깃이었기 때문에 광고 내용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들에게 익숙한 광고를 리메이크해 이들의 마음을 얻고자 한 것이다.
‘홈 패드’는 필수 애플리케이션이 미리 탑재되어 있는 태블릿 PC로 집안 여성들이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맞춤형 음악·뉴스·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비롯하여 VOD와 실시간 채널을 골라볼 수 있으며, 사진과 이미지를 공유하며 실시간 영상통화를 즐길 수도 있고, 간단한 동작감지 센서 설치로 집안의 안전을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KT가 그녀를 이 광고에 캐스팅한 것은 결혼 이후에도 여전히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인지도 높은 스타라는 점과 이젠 주부들의 아이돌로서도 떠오르고 있는 등 한마디로 그녀의 화려함과 평범한 주부 이미지가 시너지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
빅 모델은 제품이나 서비스의 브랜드 인지도를 끌어올리는 데 큰 역할을 한다. 특히 신규 브랜드이거나 경쟁제품과의 치열한 시장 다툼을 하는 경우라면 더욱 그렇기에 KT의 빅 모델 기용은 큰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이번 제품이 기대만큼의 매출로 이어질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할 것이다. 빅 모델이라도 모두 이 같은 효과를 보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이영애의 경우 그녀의 전성기 시절 ‘이영애의 하루`라는 말이 나돌기도 했다. 이는 화장품, 초콜릿, 샴푸, 정수기, 통신, 아파트, 신용카드, 냉장고 등의 광고에 동시에 출연하는 것을 빗대어 한 말이다. 그녀는 2010년 기준으로 17년간 240여 편의 광고에 출연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그 많은 브랜드들이 그녀를 통해 모두 성공을 거두었는지 의문이다.
이는 심리학적으로도 설명되고 있다. 빅 모델이 가지고 있는 너무나 강렬한 이미지로 인해 광고하려는 브랜드가 그늘에 가려지는 이론으로 이를 그늘효과(overshadowing effect)라고 한다. 이로 인해 광고에 나온 모델만 기억할 뿐 실제 브랜드 자체에 대한 구매욕구가 현저히 반감되거나 방해를 받는 방해효과(blocking effect)가 그것이다.
남성들의 로망이자 할리우드 최고의 섹시스타 ‘안젤리나 졸리’가 2009년 럭셔리 니트웨어 ‘세인트 존(St. John)'의 광고모델 계약을 취소당해 수모를 겪은 적이 있다. 럭셔리 제품인지라 그녀와 잘 맞아 떨어질 것처럼 보이지만 ‘세인트 존’의 CEO는 “졸리가 광고에 나오면 사람들이 그녀만 쳐다볼 뿐 우리 옷은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 그녀가 너무 유명해 우리 제품이 죽는다”는 이유로 결별을 선언한 것. 광고의 그늘효과를 잘 설명하는 사례다.
KT는 그동안 광고에 빅 모델 대신 평범한 스타나 일반인을 자주 활용하며 빅 모델만이 정답이 아님을 보여주었다. ‘SHOW 가족 무제한' 편은 가족들이 싱크로나이즈를 하는 독특한 상황의 볼거리로 ‘가족 통화 할인 혜택’ 메시지를 재치 있게 전달하여 성공한 바가 있다. 또한 ‘아내의 유혹'이라는 드라마 주인공이 고생하는 장면을 보여주며 ‘집 나가면 개고생이다' 라는 카피로 큰 화제를 모았던 ‘QOOK’의 사례 등이 그것이다.
KT의 ‘만족 : 발로 뛰겠소’라는 광고캠페인은 ‘모자람 없이 충분하고 넉넉하다’는 뜻의 단어 ‘만족(滿足)’이 ‘발이 가득하다’는 점에 착안했다. 광고는 ‘발 달린 건물’을 형상화 하는 등 고객만족을 위해 ‘발로 뛰는 올레’의 노력을 진정성 있게 표현하고 있다는 평가다.
KT는 ‘올레(Olleh)’ 캠페인을 비롯한 스마트폰으로 만든 영화 ‘파란만장'이 대한민국 광고대상 ‘프로모션 부분 대상'을 수상하는 등 브랜드 관련 영역에서 좋은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그동안의 무겁고 구태의연하며 권위적인 공기업 이미지를 털어내며 민간 통신기업 이미지를 새롭게 창출하는데 성공을 거두고 있는 것이다.
광고 전문가들은 2012년 CF 화두로 빅 모델 대신 스토리텔링 형이나 진솔함이 담긴 광고가 될 것임을 예측한다. ‘이영애 광고’가 나오기 전의 KT 광고 유형들이다. 지금껏 애써 쌓은 KT의 기업이미지나 모처럼의 훌륭한 신제품인 ‘홈 패드’가 빅 모델의 그 옛날 명성만을 되살리며 그 그늘에 묻혀버리지나 않을까 하는 점이 살짝 걱정된다.
김재열 마케팅 컨설턴트 IMI (Issue Management Inc.)대표
김재열 마케팅 컨설턴트·IMI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