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독해진 것 다~ 이유 있네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박근혜 대항마로서 광폭 행보를 보이면서 2012년 대선 경쟁이 후끈 달아오르는 모습이다. 손 대표는 차기 대선후보 선호도 여론조사에서 2위를 기록하면서 야권 대표 주자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 특히 민주당 대표로서 수도권을 비롯해 호남, 충청, 강원에서 골고루 지지를 받고 있어 차기 유력 주자인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를 긴장케 만들고 있다. 최근에는 손 대표가 측근들을 통해 충청권 출신 의원들과 접촉면을 늘려가며 본격적으로 ‘중원쟁패’에 나섰다. 역대 대선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해온 충청권에 대한 중요성을 잘 알기 때문이다. 중원쟁패를 위한 손 대표와 박 전 대표간 본격적인 ‘충청대첩’이 시작됐다는 분석이다. 손학규 대표의 ‘손바람’이 위협적이다. 당 대표로 취임한지 불과 20여 일만에 야권의 유력 대권후보로서 급부상했다. 10·3 전당대회 전까지만 해도 야권 1위 유시민 후보나 여권 2위인 김문수 도지사에 뒤졌지만 상황은 역전됐다. 여론조사기관인 한길리서치의 지난 10월 17일 조사에서 손 대표는 지지율 14.4%로 박근혜 전 대표(30.9%)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전달 조사보다 7.1%포인트 증가했다. 리얼미터 대선후보 선호도 9월 정례 조사에서도 손 대표는 7.1%였지만 지난 10월15일엔 12.7%로 늘어 박 전 대표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여론조사에 힘입은 손 대표는 이명박 정권에 대한 공격의 날을 바짝 세우고 있다. 손 대표는 집권 여당에서 추진하는 ‘개헌론’ 추진과 관련해서 “개헌은 정권 연장을 위한 술책”이라고 분명히 반대 입장을 피력했다. 또한 ‘4대강 사업’에 대해서도 그는 “위장된 대운하 사업”이라고 맹공을 가했다. G20을 앞두고 청와대와 여권의 집시법 개정과 관련해서는 “G20을 위한 집시법 개정은 얕은 수로 국민을 속이려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충청권 3인방에 적극 ‘구애’
대여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자 당 안팎에서 ‘이제야 민주당답다’는 호평이 나오고 있다. 이에 탄력을 받은 손 대표는 공식적으론 민생탐방 등 서민 경제 챙기기에 집중하면서 물밑으론 세 확장에 나서고 있다. 한나라당 출신으로 비주류였던 손 대표는 당내 지지기반이 취약한 점이 단점으로 지적돼 왔다. 손 대표는 지난 10월 국정감사 중에서 측근인 A 의원을 통해 충청권 출신 의원들과 접촉했다. 자유선진당 출신인 L 의원은 같은 상임위에 있는 A 의원을 통해 국감이 끝난 직후 손 대표와 만남을 갖을 것으로 알려졌다.
L 의원은 자유선진당에 몸담고 있지만 열린우리당 출신으로 그동안 ‘정체성’면에서 당과 맞지 않아 ‘갈등’을 빚었던 인사다. 또한 손 대표가 L 의원을 먼저 만나자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당 일각에선 ‘손 대표의 충청권 잡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아울러 손 대표 측은 L 의원을 비롯해 열린우리당 출신인 K 의원과 또 다른 L 의원과도 금명간 회동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K 의원과 L 의원 모두 충청권에 지역구를 둔 인사들로 ‘손학규계보’로 될 경우 손 대표로선 ‘천군만마’를 얻은 격이다.
손 대표가 충청권에 공들이는 이유는 다분히 차기 대선 역학 구도와 맞물려 있다. 경기도 출신에 경기도지사를 지낸 손 대표는 수도권에서 지지도가 높은 게 사실이다. 또한 민주당 텃밭인 호남의 경우 양강 구도로 치러지는 차기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를 찍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반면 역대 대선에서 ‘캐스팅보트’를 행사해온 충청권은 대선 풍향계에 따라 민심이 요동치는 지역이다. 한 마디로 ‘당선될 공산이 높은 후보를 찍는’는 경향이 강한 지역. 역대 대선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경우 DJP 연대를 통해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우 ‘세종시 공약’을 통해 각각 대권을 거머쥘 수 있었다. 이 대통령 역시 충청권에 ‘국제과학비즈니스 벨트’ 공약을 내세웠고 김종필 전 총재와 박근혜 전 대표를 내세워 충청권 민심을 잡을 수 있었다.
하지만 세종시 수정안 논란으로 인해 충청권 민심은 MB 정권에 실망한 상황이라는 분석이다. 지난 6·2지방선거에서 대전을 비롯해 충남북 광역단체장 자리를 전부 야권에 빼앗긴 것도 그 것이 배경이다. 하지만 세종시 원안을 고수한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한 충청권 민심은 차이가 있다. 한나라당 유력한 대선후보인 박 전 대표지만 ‘박근혜 대세론’이 계속될 경우 손 대표 ‘대망론’은 좌절당할 수 있다.
충남·북지사 모두 ‘친손’
충청권을 둘러싼 정치적 상황으로 볼 때 손 대표 입장에선 포기할 수 없는 지역이다. 현재로선 손 전 대표를 둘러싼 정치적 환경이 나쁘진 않다. 김종필 전 총재 이후 일단 충청권에 맹주가 없다는 점에서 ‘무주공산’으로 남아 있다. 충남 예산 출신인 이회창 자유선진당 대표가 있지만 차기 대선 후보 지지율로 볼 때 대선 영향력은 미미할 것으로 관측된다.
또한 친노 대표 주자인 안희정 충남도지사와 이시종 충북도지사가 손 대표에 우호적이다. 자유선진당 염홍철 대전시장이 존재하지만 선진당이 흔들릴 경우 열린우리당 후보로 출마한 경험이 있어 민주당으로 옮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조직’ 손 vs ‘인기’ 박
손 대표가 충청권 출신 국회의원들이 합세하고 ‘빅3 단체장’으로부터 적극 지원을 받을 경우 박 전 대표와의 ‘충청대첩’에서 결코 불리하지 않은 상황이다. 충청권이 넘어온다면 손 대표로선 수도권을 축으로 호남, 충청, 강원 지역까지 접수할 수 있어 ‘박근혜 영남 포위론’ 전략의 신호탄이 될 수도 있는 셈이다. 이는 손 전 대표가 충청권 잡기에 적극나선 배경이기도 하다. 물론 중원 쟁패에 걸림돌이 없지는 않다. 일단 충청권 출신 의원들이 손 대표와 함께 뛰기 위해선 명분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로선 정치권에 마땅하게 국회의원들이 이동할 명분이나 이슈가 존재하지 않고 있다.
자유선진당 K 의원실의 한 관계자는 “지역구 의원들이 당을 박차고 나가기 위해선 당선 가능성도 중요하지만 명분이 있어야 한다”며 “정계개편이나 ‘개헌’ 등 굵직굵직한 이슈가 터져야 하는 데 가능성이 미비하다”고 현실화 가능성을 부정적으로 내다봤다. 특히 개헌과 관련해 “이회창 대표가 MB 정권이나 집권 여당과 배를 맞추거나 ‘밀약’ 등 빌미를 제공한다면 가능할 수 있다”며 “그러나 이 대표가 결코 탈당 명분을 제공하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민주당 관계자는 “당장은 여권발이건 야권발이건 정계개편이 일어날 개연성은 낮아 보인다”며 “그러나 내년 중후반이 지나 총선이 임박해서 군소 정당을 중심으로 이합집산이 일어날 공산이 높다”고 전망했다. 특히 자유선진당의 경우 열린우리당, 자민련, 한나라당 출신등이 몰려 있다는 점에서 ‘각자 도생’하려는 움직임이 강할 것으로 내다봤다.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pot.co.kr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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