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과 박영준 지식경제부 차관(전 국무총리실 국무차장)은 각각 이명박 대통령(MB)의 최측근이면서도 ‘견원지간(犬猿之間)’으로 불린다.
정 의원과 박 차관은 MB정권 창출의 1등 공신들이다. 하지만 두 사람은 정권 출범 직전부터 최근까지 서로를 견제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파워게임’을 벌이고 있다.
두 사람의 권력 투쟁은 2008년 초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선을 치르는 동안만 해도 이들은 ‘동지’였다. 하지만 인수위 초기 때 인선 작업을 놓고 두 사람이 틀어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정 의원에게 힘이 쏠렸다. 새로 출범하는 정부에서 한자리 하려는 사람은 정 의원에게 줄을 서려 했다는 이야기가 인수위 안팎에서 흘러나왔다. 이후 MB의 친형 이상득 의원의 보좌관 출신인 박 차관이 인사에 관여하기 시작하면서 정 의원의 입지가 상대적으로 위축됐다.
당시 내각 및 청와대 참모 인선 작업은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31층에서 박 차장 등 ‘4인방’이 주도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로 통한다. 이후 정 의원이 반격에 나섰다. 18대 총선을 앞둔 2008년 3월 정 의원을 주축으로 한 수도권 소장파 그룹이 이상득 의원의 재공천을 반대하며 ‘55인 선상 반란’을 일으켰으나 실패했다. 정 의원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1기 내각 출범과 2008년 4월 총선이 끝난 뒤 권력의 핵심에서 밀려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지만 그해 6월 7일 “대통령 주변 일부 인사들이 권력을 사유화하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리면서 파문을 일으켰다.
사실상 박 차장을 정 조준한 것이다. 이 때 박 차장은 정 의원의 공격을 받은 지 이틀 만에 눈물을 흘리며 보따리를 싸서 청와대를 떠나야 했다.
2년이 지난 지금도 두 사람의 권력투쟁은 여전히 전개되고 있다.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이 패배한 이후 이너서클의 권력 투쟁 중심에 두 사람이 또 다시 ‘선상’에 올라와 있는 것이다.
정 의원은 총리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 배후로 영포라인, 선진국민연대 등이 지목되자 박 차장을 가리키며 “2년 전 의혹을 제기했던 사람 입장에서 통곡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박 차장도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누군가 내부에서 장난치는 사람이 있는 것 같다”고 맞받아쳤다. 급기야 MB는 두 사람의 권력 투쟁과 관련 깊은 우려감을 표시하며 화합을 당부하기도 했다.
두 사람의 소리 없는 권력투쟁이 MB에게 두고두고 짐이 되는 상황에 여전히 청와대는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후문이다.
[전성무 기자] lennon@dailypot.co.kr
전성무 기자 lennon@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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