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0월 까지 민주·진보 대통합당 실현”

이인영 민주당 최고위원은 당내 ‘486(40대, 80년대 학번, 60년대생) 돌풍’의 주역이다. 지난 10·3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손학규·정동영·정세균 등 ‘빅3’에 이어 가장 높은 득표율로 4위를 기록하며 당의 새로운 중심추로 부상하고 있다. 이 최고위원은 고려대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1기 의장을 지내며 80년대 학생운동을 이끌었다. 그를 직접 만나 민주당과 486세력의 비전, 그리고 그가 말하는 한국 진보의 현주소를 들어봤다.
- 지도부 입성한 소감은.
▲ 어깨가 무겁다. 떨어질 것이라는 생각은 안했지만 막상 빅3에 이어 4위로 최고위원에 당선되니까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특히 민주당 대의원들과 당원들이 얼마나 ‘변화’와 ‘혁신’을 원하고 있는지 알게 됐다. 또한 2012년 정권교체의 열망이 얼마나 큰 지도 알았다. 가장 앞장서서 이러한 변화와 혁신, 정권교체의 열망을 실현하는데 일조하고 싶다.
- 486 세력이 독자세력화에 나섰는데 어떤 의미가 있나.
▲ 처음 486세대가 ‘젊은 피’로 정치권에 들어왔을 때 국민들의 기대가 컸다. 그런데 자신들의 ‘컬러’를 보여주지 못하면서 많은 국민들이 실망했다. 죄송하게 생각한다. 국민들이 486을 비판하는 핵심은 두 가지다. ‘왜 너희들은 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느냐’는 것과 ‘왜 너희들은 지지하는 사람들이 각자 다르냐’는 것이었다. 선배정치인들의 참모 역할에 매몰되고, 각자의 정치적 생존 모색에 급급하다 보니까 그렇게 됐다.
이번에 이런 것을 깨뜨리고 우리의 정치를 시작해보자는 생각에서 ‘486 후보단일화’가 추진된 것이다.
- 486 세력의 향배는.
▲ ‘가치’중심의 정치를 모색할 것이다. 누구의 계파, 계보 이런 것 보다는 공동의 ‘가치’와 ‘노선’을 모색하고 공동행동의 방향을 모색할 것이다. 당면해서는 2012년 정권교체라는 가장 커다란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를 찾고 실천하는데 주력할 것이다.
- 민주노동당·진보신당과의 민주·진보 대통합당 실현의 구체적인 계획이 있나.
▲ 상대가 있는 협상이기 때문에 지금 구체적으로 답변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향후 정치일정을 고려했을 때, 내년 10월까지는 대통합당이 실현되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먼저 민주당 내에 ‘민주진보세력대통합추진위원회(가칭)’를 구성할 계획이다. 이것이 되면 반한나라당의 기치에 동의하는 모든 야당과 시민사회단체들이 참여하는 ‘원탁회의’를 구성해서 논의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 486 세력이 쇄신연대와 세력 충돌을 할 수도 있지 않겠나.
▲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서 계파와 편 가르기 정치를 초월하자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 실제로 그렇게 행동하도록 노력했다. 이미 전대 내내 진보의 가치를 중심으로 민주당이 서민들의 삶을 더 진보시키는 쪽으로 가자는 데 합의가 있었다. 따라서 그 정신에 충실하고 서로 협력하고 공동의 모색을 하면 해낼 수 있다고 본다. 이런 쪽으로는 언제든지 함께 할 것이다. 그러나 국민이 가라는 길을 이탈한다면 누구를 막론하고 ‘아니오’라고 할 것이다.
- 한국 진보와 보수의 고질적 문제점은 뭐라 생각하나.
▲ 이념적인 재단, 편견을 통한 낙인 이런 것들이 문제다. 개인적인 입장에선 많은 부분에 극단적 보수주의자들의 책임이 있다고 본다. 진보를 얘기하면 합리적이고 이성적으로 받아들이기 보다는 몰 이성적으로 편견으로 매도해버리고 위험하고 불온한 것으로 본다. 그렇게 따지고 보면 유럽의 3분의 1에서 절반 이상이 다 빨갱이가 되야 하는 것 아닌가.
국민들의 의식수준이 편견 재단 이런 것을 좀 넘어서 서로 공존하면서 경쟁하는 선진형의 정치문화, 정치지형으로 옮겨갔으면 한다.
- 과거 군사독재정권 시절과 현재 진보의 시대정신은 어떻게 다른가.
▲ (과거와 달리) 지금 진보는 이념의 진보, 이데올로기의 진보, 편견의 진보가 아니다. 지금 최근에 이야기하는 진보의 문제는 사람들의 삶을 개선하는 것이다. 쉽게 말해 삶의 진보, 생활의 진보, 행복의 진보다. 과도한 시장만능주의 속에서 돈과 자본 중심으로 돼 있는 이런 가치체계 즉, 물질 만능주의를 넘어서자고 이야기 하고 있다. 사회주의, 공산주의 하자는 것이 아니다. 서민들의 삶이 퇴보했으면 좋겠나. 복지혜택을 늘려 과거 국민들이 혼자 짊어지던 삶의 고단한 문제를 국가와 정부, 공동체가 함께 나누자는 것이다.
- 진보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공익의 가치에 부합한다고 생각하나. 또한 ‘이인영 식’ 정치의 미래 방향성은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
▲ 서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생활의 진보’를 추구하는 것이다. 민주당이 궁극적으로 가야하는 길이기도 하지만, 이것은 또 민주당의 확실한 집권전략이기도 하다. 민주당이 진보정당과 하나가 될 수밖에 없는 길을 가는 첩경이기도 하다. 그렇게 민주당이 더 많은 복지의 길로 가면 진보정당이 하고자 하는 부분과 상당부분 같고 목표나 내용이 중첩될 것이다.
거기서 민주와 진보가 대통합할 수 있는 기초가 마련되고 토대가 만들어진다고 생각한다. 실제 민주당이 좀 더 진보의 길로 가면 진보와 민주가 대통합할 수 있는 소통의 문이 열리게 될 것이다.
[전성무 기자] lennon@dailypot.co.kr
#진보선두 주자 이인영…한상렬 무단방북에 ‘난감’
이인영 민주당 최고위원이 얼마 전 무단방북 사건으로 인해 파문이 일었던 한상렬 목사(현 한국진보연대 상임고문)에 대해 난감한 기색을 보였다.
이 최고위원은 지난 10월 18일 [일요서울]과의 인터뷰에서 ‘한 목사의 무단방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기자의 물음에 약 10여 초 간 침묵을 이어나갔다. 이어 그는 “악화된 남북관계를 뚫겠다는 심정에 대해서는 이해가 가는 면이 좀 있지만 좀 더 슬기롭게 할 수도 있었지 않았나 생각 한다”면서 “국민적 합의, 시민사회단체들과의 합의 등을 바탕으로 정부와 절차적인 협상을 반복해 명분을 가지고 최대한 합법적으로 진행 될 수 있는데 이런 것들을 모두 생략하고 방북하니까 그 심정이 전달되기 보다는 오해와 편견을 가지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한 목사의 방북 이전에도 진보진영에서의 무단방북 사례가 있었다.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전민련)의 상임고문이었던 문익환 목사가 1989년 3월 25일부터 4월 3일까지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의 초청을 받고 당국의 허가 없이 무단 방북한 사건이다. 문 목사의 방북은 4·2남북공동성명 등 역사적 성과가 있었다는 평가가 있다. 이 최고위원에게 ‘문 목사의 방북과 한 목사의 방북을 동일선상에 놓고 평가 할 수 있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이 최고위원은 “문익환 목사의 방북 당시 성명, 선언 이런 것들은 당사국간 혹은 정상들 간 합의나 선언문을 발표하는 모태가 된 것이 사실”이라며 “하지만 한 목사의 경우 방북 이후 양쪽이 합의문을 발표했다는 이야기는 못 들었다”고 말했다.
이 최고위원과 한 목사는 1980년대 학생운동을 진두지휘하거나 5·18 광주민주화운동 과정에서 상무대에 붙잡혀가 고문을 당하는 등 각각 민주화를 부르짖은 진보진영의 ‘동지’로 통한다.
전성무 기자 lennon@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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