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욱이 일부 여당 의원들로부터 야당 지도부 인사가 연루돼있다는 의혹이 실명으로까지 제기되면서 야당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고, 일부 여당 지도부까지도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25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태광그룹과 C&그룹 등 최근 검찰의 기업 수사와 관련해 "전반적으로 사정이 확산되고 있다"며 "정치보복에 이용되면 국민들이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손 대표는 "기업, 특히 대기업 부정비리는 철저히 규명되고 엄정하게 처리돼야 한다"며 "항간의 우려대로 기업 사정이 전 정권에 대한 정치보복과 야당 탄압에 이용되면 국민들이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일부 여당 의원으로부터 의혹이 제기돼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된 박지원 원내대표는 이날 "공정(公正)사회가 사정(司正)사회가 되는 듯하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박 원내대표는 현 정권과 관련해 제기된 의혹들에 대해서는 검찰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음을 지적,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는 해외로 도피시키고 식어버린, 1∼2년 전 부도난 기업은 수사를 한다"면서 "결국 야당 탄압을 위한 또 하나의 사정"이라고 지적했다.
김진표 의원도 이날 오전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한 자리에서 박지원 원내대표가 C&그룹 로비 의혹의 몸통이라는 최근 한나라당 진성호 의원의 의혹 제기에 "정치적인 물타기 공세"라고 비판했다.
정동영 최고위원도 이날 열린 국회 본회의에 앞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박 원내대표의 말에 공감한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한나라당 진성호 의원은 지난 22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박 원내대표가 태광그룹의 방통위 로비의 '몸통'이라고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진 의원은 "박 원내대표가 언급한 '밀양 라인'에는 태광에서 성접대 의혹을 받은 방통위 신모 과장이 포함돼있는데 그는 박 원내대표의 에세이집 '넥타이를 잘 매는 남자'를 대필했던 이"라며 결국 박 원내대표가 태광그룹과 연루돼있다는 점을 주장했다.
이같은 상황이 이어지자 여권에서도 논란이 확산되는 데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지금 언론에서는 정치권 사정 문제가 보도되고 있는데 엉뚱한 방향으로 비화돼서는 안 된다"면서 "지금은 정기국회의 예산안 처리 문제가 중요하게 다뤄져야 하는 만큼 빨리 수사가 종료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또 "지금 나오는 정보는 주로 변호사들을 통해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나오는 엉터리 피의사실"이라며 "검찰도 피의사실이 공표되지 않는 방향으로 확실한 입장을 취해야 하고 정치권에서도 면책을 의식하고 각종 회의에서 정치인 (실명을) 거명하는 풍토는 없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박연차 사건 때를 봐도 나도 일간지 1면 톱으로 '조사 중'이라고 크게 보도됐는데 전화 한 통화 받은 적이 없었다"며 실명 거론 인사의 연루 의혹이 허구일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러나 이번 수사와 관련해 야권 인사들이 거론되는 것에 대해 엄정한 수사를 요구하는 여권의 목소리도 함께 들리고 있다.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는 24일 취임 100일 기념 기자회견에서 "정치권을 겨냥한 사정은 없다고 확신한다"며 "그러나 수사 과정에서 파생적으로 정치인의 비리가 나올 경우 그것을 내버려두면 (검찰의) 직무유기"라고 강조했다.
박정규 기자 pjk76@newsis.com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