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비평] 올해의 광고 1위 차지한 삼성 냉장고 지펠 광고, 문제는 중력이야!
[광고비평] 올해의 광고 1위 차지한 삼성 냉장고 지펠 광고, 문제는 중력이야!
  • 김재열 마케팅 컨설턴트(IMI 대표)
  • 입력 2012-01-10 10:03
  • 승인 2012.01.10 10:03
  • 호수 923
  • 4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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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에도 뉴턴의 만유인력이 반짝반짝 번뜩인다

▲그림1. 삼성전자 김치냉장고 광고 '지펠 아삭'편
김치하면 아삭하고 씹히는 맛이 있어야 최고다. 삼성전자 김치냉장고 광고 <지펠 아삭>편 (그림1)에서는 모델 이승기와 차승원을 내세워 여심을 사로잡고 있다. 자주 열어도 냉기를 잘 지켜주는 ‘지펠 김치냉장고’의 아삭한 김치 맛에 흠뻑 빠지는 모델들의 모습이 재치 넘치는 풍부한 표정 연기와 어우러져 시청자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지펠’은 지난해 소비자가 뽑은 최고의 광고로 선정됐다. 한국방송광고공사가 최근 발표한 ‘2011 소비자행태조사(MCR, Media& Consumer Research)’ 결과 올해의 광고, 올해의 광고 모델에 삼성전자 지펠, 이승기가 각각 1위를 차지했다. 제품도 훌륭하고 광고도 재미있고 모델도 최고 인기의 빅 모델이 등장하고 있으니 당연한 결과일 수밖에 없다. 

 그 결과를 좀 더 살펴보면 올해 가장 기억에 남는 광고는 이승기를 모델로 한 삼성전자의 ‘지펠’ 광고(6.0%) 외에 차두리의 ‘간 때문이야’ CM송으로 화제가 된 대웅제약 ‘우루사’ 광고(4.6%) (그림2)가 2위를 차지했다. 소비자들이 꼽은 1위 광고모델을 차지한 이승기의 모델 선호도는 12.5%이며 차두리는 선호도 2.2%로 9위를 차지했다.

그런데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이승기의 모델 선호도는 12.5%인데 비해 지펠 광고를 기억하는 정도는 그 절반인 6.0%이다. 반면에 차두리의 모델 선호도는 2.2%인데 비해 그가 출연한 ‘우루사’ 광고를 기억하는 정도는 두 배가 넘는 4.6%이다. 비록 단순 비교이긴 하지만 ‘우루사’ 광고는 ‘지펠’ 광고에 비해 모델 기용으로 인한 광고 효과는 4배 이상을 보고 있는 셈이다.

광고모델은 모델이 지닌 호감도, 인기 등을 이용해서 소비자들에게 광고를 인지, 기억, 회상하도록 한다. 이러한 과정은 제품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며 구매 동기를 유발하고 실제의 구매로 이르게 한다. 인기 유명 모델은 특히 외모나 몸매 등 신체적 매력도 있지만 심리적 매력도 광고에 중요하게 작용한다. 소비자들이 광고모델에 대하여 얼마나 친근하게 느끼며, 얼마나 좋아하며, 자신들과 얼마나 동일한 정서를 느끼는가 하는 점이다. 커뮤니케이션 이론에선 소비자는 친근한 정보원(모델)과의 커뮤니케이션은 위험부담도 줄여주고 더 많은 보상을 가져다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친근감을 지니고 있는 정보원이 더욱 설득력을 높인다고 한다.

이승기는 드라마 ‘찬란한 유산’이 시청자들의 큰 사랑을 받으면서 인기가 높아지기 시작했고 ‘1박2일’ 등 예능 프로그램은 또 하나의 힘이 되었다. 그동안 깔끔하면서도 성실하고 모범적인 청년 이미지를 쌓아왔지만 예능 속 그는 유머스러우면서도 어딘가 빈틈이 보이는 듯했고 평소의 행동거지와는 또 다른 매력의 친근한 모습으로 다가왔다. 이 같은 여러 색깔의 매력은 그를 소비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빅 모델로 자리매김할 수 있게 만들었다. 지펠이 이 같은 매력의 이승기를 모델로 선택한 것은 커뮤니케이션 이론과 잘 맞아 떨어진다. 

▲ 그림2. 대웅제약 우루사 광고 '간 때문이야'편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델 기용으로 인한 제품 선호도가 이에 미치지 못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이승기는 현재 삼성 지펠을 비롯해 KB 국민은행, 썬키스트, 코오롱, 더샘, 피자헛 등 총 8편의 광고에 출연 중이다. 식음료는 물론 가전, 금융, 기업 PR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선호되고 있다. ‘피겨 여왕’ 김연아 선수가 올림픽 금메달을 전후해서 2년간 등장한 광고는 무려 20개가 넘었다. 그녀는 세계적 스포츠 스타인데다 외모나 끼도 충분한 파워를 가지고 있다. 그렇지만 브랜드38연구소가 그 무렵 서울·경기지역 시민 2천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그녀는 ‘광고효과가 좋은 스타’ 부문에서 16위에 그쳤다. 하루에도 수십 번 씩 얼굴이 노출되었지만 그녀가 너무 많은 광고에 등장하다 보니 소비자들이 모든 제품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다. 소비자들은 평균적으로 하루에 수십, 수백 개 이상의 광고를 본다. 그러나 모두 머릿속에 남는 것은 아니다. 그녀가 나오는 TV광고도 2~3개 정도 기억날 뿐이다.

중력(重力)은 모든 물체들 사이에 작용하는 만유인력이다. 이두희 고려대 교수는 ‘경쟁 광고 간의 역학에 관한 새로운 패러다임’이라는 논문에서 다른 광고의 효과를 뺏는 광고도 있고 뺏기는 광고도 있다며 이를 ‘광고 중력’이라고 정의했다. 기억나지 않는 광고의 효과가 기억나는 광고 2~3개로 빨려 들어간 현상이다. 이 이론에 의하면 이승기가 여러 개의 광고에 나오는 탓에 ‘지펠’ 광고의 중력을 타 광고에도 어느 정도 뺏기고 있음을 유추해 볼 수 있다. 이것은 모델의 ‘지펠’ 광고에 대한 기여도보다 광고 속의 모델 가치를 높여 준 결과밖에 안 된다. 이승기의 모델 선호도 12.5% 비해 지펠 광고의 기억 정도는 6.0%밖에 안 되는 것과도 연결된다. 지펠에 빅 모델을 기용한 마케팅 효과는 클 것이지만 빅 모델의 광고가 있다는 인상이 너무 강하면 정작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나 브랜드가 흐려 질 수 있다.

지펠은 오늘의 성공을 거두기까지 마케팅에 있어 숱한 일화가 숨겨져 있다. 지펠은 촬영 허가가 까다로운 영국 왕실의 명품백화점 ‘해롯'에서 CF를 찍는데 성공한 적이 있다. 세계적인 명품만이 입점할 수 있는 백화점으로 방송 촬영이 철저히 금지돼 있으며 심지어 정장을 입어야만 출입이 가능했던 곳이다. 지펠 ‘해롯' 편은 고급스러운 검은 드레스를 입은 김남주가 헤롯백화점을 쇼핑하다 눈길을 끄는 냉장고를 만난다. 유럽인들의 환호 속에 당당히 서 있는 지펠. 이때 ‘지금 유럽은 지펠 스타일'이라는 메시지가 등장하고 뿌듯함을 감추지 못하는 김남주의 표정이 클로즈업 된다. 경쟁 제품 LG 디오스가 심은하를 모델로 기용한 광고는 “여자라서 너무 행복해요"였다. 디오스는 이 광고로 엄청난 성과를 올리며 지펠을 위협했다. 지펠 ‘해롯' 편은 이런 시장 판도를 단숨에 뒤바꾸는 광고였다. 발상과 모델 기용 등 컨셉도 훌륭했지만 광고 한 편을 위한 눈물겨운 열정의 스토리가 숨어있는 광고였다. 지금의 지펠 광고는 어떤 드라마 속의 포맷을 살짝 비틀어 차용하는 등 왠지 쉬워 보인다.

김재열 마케팅 컨설턴트  IMI (Issue Management Inc.)

김재열 마케팅 컨설턴트(IMI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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