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의는 없다 제 45 화
빙의는 없다 제 45 화
  • 인터넷팀 기자
  • 입력 2012-01-10 09:55
  • 승인 2012.01.10 09:55
  • 호수 923
  • 19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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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빌려 다시 태어나는 환생

‘생거진천 사거용인(生居鎭川 死居龍仁)’이라는 전설이 있다.

옛날에 충청도 진천과 경기도 용인에 추천석이라는 이름을 가진 두 사람이 각각 살고 있었다. 진천에 살고 있던 추천석은 양순하고 농사만 짓고 사는 사람이었던 반면, 용인의 추천석은 부자로 살면서 심술이 많아 동네 사람들을 못살게 굴었다고 한다. 용인의 추천석을 괘씸하게 여긴 염라대왕은 저승사자로 하여금 그를 잡아오도록 하였으나 사자가 실수로 진천의 추천석을 데려왔다.

염라대왕은 진천의 추천석을 다시 돌려보내려 하였으나 이승에서는 이미 장사까지 지내버려 다시 내려갈 수 없었다. 염라대왕은 용인의 추천석을 잡아들이고 그 시체에 진천의 추천석 영혼을 넣어 환생시켰다.

그래서 살아서는 진천에 살고, 죽어서는 환생하여 용인에서 살았다는 전설이다.

남의 송장 빌려 다시 태어난 사나이 이야기

이런 전설은 그저 전설일 따름이라고들 생각하지만 실제로도 가능한 일이다. 이런 환생을 ‘차시환생(借屍還生)’이라고 부른다. 사람이 죽어서 영계로 들어갔다가 다시 환생하는 것이 아니고, 내 몸뚱이는 아주 죽어 버리고 남의 송장에 의지해서 다시 태어나는 경우를 말한다. 1916년 2월 26일자 중국 <신주일보神州日報>에 보도된 사실이다.

중국 산둥성에 최천선이라는 사람이 살았는데 무식한 석공이었다. 이 사람이 서른두 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그만 병이 들어 죽었다. 장례를 지낼 준비를 다 마친 사흘째 되는 날이었다. 시체는 관 속에 들어갔고 다음날이면 영원히 땅 속으로 묻힐 운명이었다.

그날 밤 관 속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사람의 기척이 나기 시작한 것이다. 귀신이 장난치는 것은 아닌가 하여 가족들은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가만히 귀를 기울여 보니 관 속에서 사람이 살아난 것 같았다. 부랴부랴 관을 깨고 풀어 보니 시체가 멀뚱멀뚱한 눈으로 쳐다보는 것이었다. 가족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죽었던 우리 아들이 다시 살아났다”
“우리 아버지가 살아났다”

영영 이별한 줄로만 알았던 사람이 다시 눈을 뜨자 그 부모, 부인, 자식들은 기뻐 어쩔 줄을 몰랐다. 그런데 최천선은 예전의 그가 아니었다. 반가워서 어쩔 줄 모르는 식구들을 알아보기는커녕 알아들을 수도 없는 이상한 소리를 하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가족들도 ‘죽었다가 다시 깨어나다 보니 정신착란이 되어서 그러나 보다’ 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며칠이 지났다. 그동안 최천선은 기운도 차리고 건강도 많이 회복했다. 그러나 가족들의 기대와는 달리 최천선은 여전히 알아듣지 못할 소리만 하고 가족들도 알아보지 못했다. 본인도 무척이나 답답해하는 것 같았다. 때마침 주위에 붓과 벼루가 있는 것을 본 최천선은 종이 위에 글을 써 나갔다. 능숙한 솜씨로 글을 써 나가는 모습에 가족들의 눈은 휘둥그레질 수밖에 없었다. 최천선은 일자무식이었기 때문이었다.

죽었다 살아나더니 외국어 ‘줄줄’

그 글 내용으로 볼 때 자신은 본래 중국 사람이 아니고 안남(베트남) 사람이라는 것이었다. 베트남은 말은 다르지만 글자는 한자를 사용했기 때문에 글로써 대화를 주고받는 것이 가능했다. 내용을 정리해 보면 대략 다음과 같았다.

“나는 안남 어느 곳에 사는 유건중이라는 사람이다. 나는 병중에 있었는데 병을 치료하기 위해서 땀을 내야 했고, 어머니는 두터운 이불을 내게 덮어씌워 줬다. 난 그렇게 땀을 내고 있었다. 그러다 그만 잠이 들었는데 깨어나 보니 여기 이렇게 와 있었다”

유건중의 육체는 죽어 버리고 영혼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영계로 들어가지 못하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중국 산둥으로 온 것이었다. 용인의 추천석의 시체에 진천의 추천석의 영혼이 들어가 다시 환생한 것처럼 말이다.

이것도 일종의 전생이다. 전생이란 반드시 육체가 죽고 어머니 뱃속에서부터 다시 태어나는 것만이 아니다. 죽은 사람이 다시 살아날 때 영혼만 바뀌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를 차시환생이라고 한다. 남의 육체를 빌려서 다시 태어난다는 것이다.

베트남인 혼이 중국인 몸속으로

한편 최천선이 기력을 완전히 회복하자 가족들은 중국말을 조금씩 가르쳐 주었다. 여러 달이 지나자 최천선은 중국말을 조금씩 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그는 고향을 잊지 못하고 자꾸 안남으로 돌아가고자 했다. 그의 사례는 중국 전역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급기야 중국 베이징대학에서 데려가 여러 가지로 정신감정을 해보았지만 전혀 이상이 없었다. 베이징대학에서는 그가 말한 안남에 조사단을 보냈다. 조사 결과 과연 유건중이라는 사람이 살다가 죽었다는 것이 확실했고, 그가 말한 전생의 일은 모두 사실이었다. 최천선이라는 사람이 죽었다가 깨어났으나 안남 유건중의 혼이 최천선의 몸을 빌려 환생했다는 것이 입증된 것이다. 정부에서는 이런 일이 지극히 희귀한 일이라고 하여 이 사람에게 내내 연금을 주었다고 한다.

인터넷팀 기자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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