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서울ㅣ정찬대 기자] 19대 총선을 앞두고 선거구 획정 등 정치개혁 현안을 논의하기 위한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가 이달부터 본격적으로 재개되는 가운데, 여야는 지난 3일 정개특위 소속 위원 7명을 전격 교체했다.
한나라당은 간사인 김정훈 의원을 비롯해 권영진·박준선·여상규·조원진 의원을 제외시키고, 대신 김기현 의원을 간사로 배영식·손범규·신지호·유일호 의원을 정개특위 위원으로 합류시켰으며, 민주당은 정치개혁의 속도를 내기 위한 일환으로 김성곤·이윤석 의원이 빠지고,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정장선·장세환 의원이 새롭게 임명됐다.
총선을 3개월여 앞두고 진행되는 이번 정개특위는 선거구 획정안을 비롯해 석패율 제도, 정치자금법 개정문제, 완전 국민경선제 도입 등을 검토하게 된다.
선거구 획정안, 8곳 분할-5곳 통합
국회 선거구획정위원회(위원장 천기흥)는 19대 총선 지역구 가운데 8곳을 분할하고, 5곳을 통합하는 방안을 마련, 지난 11월 정개특위에 보고한 바 있다. 그러나 인구수 기준에 따른 지역구 합·분구라는 점에서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으며, 특히 통합지역구 해당 국회의원들의 반발이 적지 않아 국회 처리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되고 있다.
획정안에 따르면 △경기 수지 △경기 기흥 △경기 파주 △경기 수원 권선구 △경기 여주·이천 △강원 원주 △충남 천안을 등의 지역구를 2개로 늘리고, 다만 부산 해운대·기장갑 지역을 △해운대 갑·을로 나누되, 해운대·기장을 지역은 △기장군 선거구로 독립시키기로 했다.
쟁점이 되고 있는 합구 대상지역은 △서울 성동 갑·을(한나라당 진수희·김동성 의원) △부산 남구 갑·을(한나라당 김정훈·김무성 위원) △전남 여수 갑·을(민주당 김성곤·주승용 의원) 지역이며, 또한 △대구 달서구 갑·을·병(한나라당 박종근·이해봉·조원진 의원)과 △서울 노원 갑·을·병(한나라당 현경병 전 의원·권영진·홍정욱 의원)은 갑·을로 합치도록 했다.
첫 회의부터 선거구 획정안 놓고 ‘신경전’
지난달 27일 국회 정개특위(위원장 이경재 의원)는 전체회의를 열고 현행 5억 원인 대선 기탁금을 3억 원으로 하향 조정하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그러나 이번 정개특위의 핵심쟁점인 지역구 획정문제에 대해서는 지역 및 정파 간 이해관계가 엇갈리면서 어떤 결론도 내지 못한 채 회의를 끝마쳤다.
지역구가 늘어나느냐 줄어드느냐의 문제는 국회의원에게 ‘생명줄’과도 같다. 그렇기 때문에 지역구 통폐합을 두고 의원 간 신경전이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합구 대상지역인 대구 달서‘병’의 조원진 한나라당 의원은 “획정위원회에 지방을 대변할 수 없는 인물이 없기 때문에 인구수 중심의 방안이 나온 것”이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부산 사하‘을’의 조경태 민주통합당 의원은 “인구수만을 기준으로 하면 서울과 경기도 선거구는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선거구를 획정할 때 인구수만으로 정하는 것은 농촌지역 사람들에 대한 차별”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국회 운영위원회는 이날 전체회의를 소집하고 선거구 획정과 석패율제 도입 등 민감한 현안을 처리하기 위해 5월 말까지 정개특위의 활동시한을 연장하기로 의결했다.
한나라당과 민주통합당은 지난 3일 정개특위 위원 가운데 획정안 대상지역으로 분류된 지역구 의원을 모두 배제시키고 이해관계가 없는 의원을 새롭게 선임했다.
여야 정개특위 위원 7명 전격 교체
한나라당은 통합대상 지역의 조원진(대구 달서병)·김정훈(부산 남구갑)·권영진(서울 노원을) 의원, 분구대상 지역의 박준선(용인 기흥) 의원, 조정대상 지역의 성윤환(경북 상주)·여상규(경남 남해하동) 의원이 특위에서 빠지고, 김기현(울산 남구을) 의원을 간사로 배영식(대구 중남구)·손범규(고양시 덕양구갑)·신지호(서울 도봉구갑)·유일호(서울 송파을) 의원을 정개특위 위원으로 합류시켰다.
민주당의 경우 김성곤(전남 여수갑) 의원과 이윤석(전남 무안·신안군) 의원이 자진 사퇴하고, 대신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정장선(경기 평택을)·장세환(전주 완산구을) 의원을 새롭게 임명했다. 이는 이해관계가 없는 이들을 통해 공정성을 기하고 아울러 정치개혁에 속도감을 보이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정개특위 위원장인 이경재 한나라당 의원은 “합구·분구 대상 지역구 의원이 정개특위에 속해 있어 적지 않은 부담이 있었다”며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는 정치개혁을 이뤄낼 수 있도록 좀 더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선거구 획정안 난항예상... 대책마련 ‘소홀’
4·11총선 공직사퇴 시한(1월 12일)이 임박했음에도 선거구 획정안에 대한 논의가 뒷전으로 밀리면서 공직자들의 예비후보 등록 등 총선에도 영향이 미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한나라당과 민주당 모두 특위 위원을 교체하며 정치개편의 의지를 내비치고 있지만, 여야 모두 후속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어 처리까지 상당한 기일이 예상되고 있다.
지난 3일 국회 정개특위에 따르면 오는 10일과 11일 전체회의를 열고 선거구 획정안을 논의하기로 했지만 한나라당은 현재까지 선거구 통폐합에 대한 당론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어 특위가 열리더라도 큰 진전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민주통합당의 경우 경기 파주, 용인 기흥, 강원 원주 등 3곳을 분구하는 대신, 경남 남해·하동, 경북 영천, 경북 상주, 전남 담양·곡성·구례 등 4개 선거구는 통합하겠다는 당론을 확정지었지만, 호남 1곳을 내주고 한나라당 텃밭인 영남지역의 3개 선거구를 없앤다는 점에서 추진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세종시 지역구 신설문제와 관련해 민주통합당과 자유선진당이 이에 찬성하고 있지만, 한나라당은 인구 편차대로 진행하자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나라-민주, 석패율제 긍정적 검토
석패율(惜敗律) 제도는 총선에 출마하는 후보자가 지역구와 비례대표에 동시 출마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으로 당선자와 가장 적은 득표차로 낙마한 지역구 후보를 비례대표로 당선시키는 낙선후보 구제제도이다.
지난달 21일 한나라당 황우여, 민주통합당 김진표 원내대표는 국회등원에 합의하면서 여야 합의사항에 석패율제를 포함시켰으며, 22일에는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과 원혜영 민주통합당 공동대표가 만나 이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기도 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결국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이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한국의 정치지형상 한나라당과 민주당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하다는 점에서 자유선진당과 통합진보당 측에서 이를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다.
법사위, ‘청목회법’ 기습처리
지난달 3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전체회의를 열고 국회의원 입법로비에 면죄부를 줄 수 있는 이른바 ‘청목회법’을 기습 처리했다. 지난해 상임위(행정안전위)에서 처리하고자 했지만 전국청원경찰친목협의회(청목회) 사건으로 인해 여론의 뭇매만 맞은 채 무산됐던 법안이다.
회원의 이름을 빌어 후원금을 전달해도 법인 혹은 단체의 자금이란 사실이 드러나지 않을 경우 처벌을 면할 수 있는 ‘청목회법’은 법인과 단체의 정치자금 기부요건을 완화하는 내용의 정치자금법이다.
현재 정개특위가 운영 중인 점을 감안할 때 특위에서 처리해야 마땅하지만 여야는 특위로 넘기지 않고 법사위에서 일방적으로 처리했다. 현재 이 법안은 본회의 처리를 앞두고 있다.
국민참여경선… 여야 일단 ‘공감’
이번 총선에서 여야 모두 개혁공천 방식을 폭넓게 적용할 것으로 보이면서 완전국민경선제 도입여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국민경선제는 후보 선출권을 당원이 아닌 국민에게 개방하는 제도로 밀실공천과 공천비리 혁파를 위한 수단으로 그간 꾸준히 논의되어 왔다.
한나라당 황영철 원내대변인은 “오픈 프라이머리에 여야 양측이 공감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논의해보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으며, 당내 정개특위위원장을 맡고 있는 민주통합당 이석현 의원도 “의원총회를 통해 논의한 끝에 국민경선이 필요하다는 데 모두가 공감했다. 몇 가지 안을 고려 중이며, 문제점은 당내 정개특위에서 지속적으로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250여개에 달하는 전국의 지역구를 오픈 프라이머리로 치를 수 있겠냐는 부정적인 시각과 함께 국민참여경선의 방식을 두고 여야가 입장차가 갈리고 있어 이에 대한 합의점을 도출하기까지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정찬대 기자> mincho@ilyoseoul.co.kr
정찬대 기자 mincho@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