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은 회장, 소송과 경영권 안배 줄다리기 속사정
현정은 회장, 소송과 경영권 안배 줄다리기 속사정
  • 이범희 기자
  • 입력 2012-01-09 13:43
  • 승인 2012.01.09 13:43
  • 호수 924
  • 22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현다르크냐? 뒷심부족 경영자냐?

 

녹록치 못한 주변상황 때문에 현대그룹 성장동력 추진 ‘미약’
여장부 대표명사 현 회장, 경영권 방어 성공여부 ‘초미 관심사’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사자성어는 ‘다사다난(多事多難)’이다. 여러 가지로 일도 많고 어려움도 많았다. ‘소송’과도 밀접했다. 특히 경영권을 위협받는 소송으로 한동안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최근에도 소송과 경영권 안배라는 줄다리기를 지속하고 있다. 이 때문인지 현 회장 경영에 대한 평가도 엇갈린다. ‘현다르크’라는 여장부 평가와 ‘뒷심 부족 경영자’라는 엇갈린 분석이다. 이에 따라 [일요서울]이 현 회장의 리더십을 조명해본다.


현 회장은 2012년 시작과 함께 ‘소송’이라는 행보로 언론에 집중포화를 받고 있다.
가장 최근인 지난 12월 중순에는 현대엘리베이터의 주주인 쉰들러 도이치랜드(이하 쉰들러)가 회계장부 공개를 법원에 청구해 소송이 진행 중이다. 한동안 현대엘리베이터에 우호적인 입장을 보인 쉰들러였지만, 이번만큼은 팽팽한 분위기가 감지될 정도로 현대엘리베이터의 정보공개에 집착하고 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현 회장을 필두로 하는 현대그룹(현대상선, 현대증권 등)의 지주회사이자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기업이다.
 

쉰들러가 현대엘리베이터에 회계장부 열람을 요구한 직접적 원인은 현대엘리베이터가 일부 관계사와 맺은 현대상선 파생상품 계약 때문이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지난 2006년 현대중공업·KCC 등과의 경영권 분쟁을 치룬 이후 현대상선의 경영권 안정을 위해 현대상선 주식을 대상으로 넥스젠캐피탈, 케이프포츈, NH투자증권, 대신증권과 파생계약을 체결했다.
 

이들 회사와 체결한 현대상선 파생계약 주식은 현대상선의 주가가 오를 때는 현대엘리베이터가 이익을 보는 구조지만 반대로 주가 하락 시에는 고스란히 손실을 회사 측이 떠안아야 하는 구조다. 이에 따라 최근 해운업계의 상황이 녹록치 않은 상황에서 이 같은 투자에 현대엘리베이터가 나섰다는 것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관련업계에서는 쉰들러 측이 지난해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을 꾸준히 늘리면서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제기됐던 까닭에 이번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또 다시 현 회장과의 경영권 분쟁이 예측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에 앞서 현대차와의 소송도 경영권을 위협받는 상황을 초래했었다. 비록 현대차그룹과의 소송은 최근 취소해 화해 극면을 맞이했지만, 그 과정은 순탄치 못했다. 
양사 모두 하루가 다르게 보도 자료를 통해 비방을 일삼았다. 특히 두 기업은 ‘현대건설’이라는 적통성을 되찾기 위한 설전을 벌였다.
 

특히 현대그룹은 현대건설 인수전 당시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과정에서 인수자금을 두고 논란을 빚다 결국 우선협상자 지위를 현대차그룹에 내주면서 자존심에 상처를 받았고, 현대차그룹에 대한 민형사상의 고소장을 제출했다. 이미 고소인 조사까지 마친 상태였다.
 

현대그룹의 소송이 이어지자 현대차그룹도 지난해 11월 30일 맞고소 방침을 세우며 한 치 앞도 내다 볼 수 없던 전쟁을 시작했었다. 하지만 올해 초 소송 취하 방침을 밝혔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두 그룹 사이에 불편한 관계를 청산하고 앞으로 상호발전을 위해 노력하자는 차원에서 아무 조건 없이 취해진 조치”라며 더 이상의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소송전을 풀었다고 해서 완전히 걸림돌이 제거된 것은 아니다. 현대건설이 보유한 현대상선 지분 문제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현대건설은 현대차그룹에 인수되기 전부터 현대그룹의 주축인 현대상선 지분 7.71%를 갖고 있다. 이 지분 탓에 현대그룹이 건설 인수에 사활을 걸었던 것이다. 현대차그룹으로 현대건설이 넘어갈 경우 현 회장의 경영권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분 문제와 관련해 아직 구체적인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정몽구 회장도 이는 별개의 문제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때문에 주변에선 화해 모습을 보였지만 또 다른 의미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의 눈초리를 보였다. 또한 현대아산의 금강산 개발 사업도 잠시 숨 고르기에 들어가는 듯 했지만 김정일의 사망으로 또 다시 안개 속이다.
 

현 회장이 국내 재계 인사들 중 유일하게 조문에 참석했다고는 하지만, 아직 사업 불투명성이 해소되었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엇갈린 경영성적 평가 ‘팽배’

이에 따라 재계에선 현 회장의 경영권 위협 논란이 지속되고 있음을 우려한다. 일련의 소송들이 경영권 위협과 밀접한 관계를 보였기 때문이다.


강성진 동양증권 연구원은 “쉰들러의 파생상품 관련 회계장부 청구 소송은 현대상선 지배구조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며 “이번 소송제기가 현대엘리베이터로 하여금 우호주주들과 맺은 의결권 공동행사 계약을 포기하게 하려는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현대차와의 소송도 마찬가지다. 증권가에선 이 소송도 경영권 위협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놓았었다.
때문에 일각에선 현 회장 경영에 대해 뚝심경영과 뒷심 부족이라는 엇갈린 분석이 나온다.
현 회장이 ‘오뚝이’처럼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바로 서기도 하지만, 사업면에서 뚜렷한 성과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 재계인사는 “여장부인 현 회장이지만 하는 사업마다 논란의 중심에 선다. 최근 이어진 소송전도 마찬가지다”라며 “좀 더 확실한 명분으로 사업을 진행했다면 소송에서 좀 더 자유롭지 않았겠느냐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