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선진당 ‘위기’... 소속의원 잇따라 탈당
자유선진당 ‘위기’... 소속의원 잇따라 탈당
  • 정찬대 기자
  • 입력 2012-01-09 12:16
  • 승인 2012.01.09 12:16
  • 호수 9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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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민심에 반색한 민주통합당… 철새도래지 ‘경계’

▲ 좌부터 이용희, 이상민, 김창수 의원

[일요서울ㅣ정찬대 기자] “중원을 제패하는 자가 천하를 지배한다”

선거철이 되면 한국 정치판에 늘 회자되는 말이다. 동서구도가 확실한 대한민국 선거판에서 충청지역은 중원 중의 중원으로 분류된다. 이 때문에 충청 민심을 사로잡지 못하면 결코 대권을 잡을 수 없다는 말까지 나온다. 그리고 이는 역대 선거 결과가 잘 말해주고 있다.

최근 충청 민심이 예사롭지 않다. 자유선진당 소속 의원들이 잇따라 탈당함으로써 대전·충남지역을 텃밭으로 일궈온 자유선진당이 와해 분위기를 맞고 있으며, 지역별 정당지지율 조사 결과에서도 민주통합당이 단연 선두를 보이면서 올해 선거판에서 충청을 중심으로 상당한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관측되고 있기 때문이다.

위기의 ‘선진당’... 소속의원 잇따른 탈당

자유선진당이 최근 위기를 맞고 있다.

이용희(충북 보은·옥천·영동군), 이상민(대전 유성구), 김창수(대전 대덕구) 등 소속 의원들이 잇따라 탈당하면서 당에 상당한 타격을 주는 것은 물론 이들 모두가 민주통합당 입당을 선언하면서 적잖은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더욱이 추가 탈당의원이 나올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게 점쳐지면서 당내 와해 분위기까지 감지되고 있다.

이용희, 이상민 의원의 경우 전부터 탈당이 예견됐다는 측면에서 충격이 덜한 편이지만, 김창수 의원의 탈당은 그야말로 전격적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한방 먹었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지난달 31일 김창수 의원은 국회 기자회견을 통해 “정권교체를 위한 야권 대통합과 한반도 평화세력의 대동단결을 위해 이 한 몸 던질 것”이라고 전한 뒤 “나의 정치적 고향인 민주통합당에 복귀한다”며 민주당 입당을 선언했다.

이에 앞서 29일 탈당계를 제출하고 민주통합당에 입당한 이상민 의원은 “새로운 마음으로 민주통합당의 선배 동지들과 함께 제대로 된 세상 만들기, 그 꿈을 같이 꾸고자 한다”며 당적을 옮겼다.

이 의원은 기자회견문에서 “나와 자유선진당은 본질적으로 맞지 않아 부딪힘이 많았고, 이 때문에 힘들었다”며 “변화와 쇄신을 위한 나의 주장이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앞으로도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됐기에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탈당의 변’을 남겼다.

소속 의원들의 탈당과 당원들의 동요 속에서도 심대평 대표는 이를 타개하기 위한 어떤 논의나 대책회의 한 번 진행하지 않고 있어 당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급기야 심 대표의 리더십에 문제를 제기하며, 당내에서는 ‘심태평’이라는 비아냥까지 들리고 있다.

지역정가 ‘어수선’... 탈당 도미노 불러오나

현재 3명의 의원이 탈당함으로써 자유선진당의 의석은 15석으로 감소했다. 그런데 문제는 이 같은 탈당사태가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더욱이 현역 국회의원의 탈당으로 해당 지역 구의회나 시의회 의원들이 동요하며 동반 탈당을 선언하는 등 지역정가가 그야말로 어수선한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유성구의회 송대윤 부의장은 이상민 의원의 민주통합당 복당선언 직후 보도 자료를 통해 “지난 97년부터 민주당 생활을 했었고, 이상민 의원의 탈당을 강력하게 주장한 바 있다”며 “유성구의회 소속 선진당 의원들도 이와 한뜻이라 생각한다”고 동조했다. 이후 자유선진당 소속 유성구의회 의원 2명은 민주통합당으로 당적을 바꿨다.

이용희 의원의 지역구인 충북 보은군, 옥천군, 영동군의 경우 해당지역 군수가 이 의원의 행보를 뒤따르면서 민주통합당으로 새 둥지를 틀었고, 충북지역 도의원과 군의원 10여명도 탈당 후 민주통합당으로 이적했다.

이상민 의원은 지난 3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색깔도 전혀 다르고 정치적 뜻과 비전을 달리하는 의원들이 섞여 있다는 점이 자유선진당의 본질적 문제점이며,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기에는 제한된 요건이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자유선진당 내에 적지 않은 의원들이 당을 떠나고 싶어 하는 것으로 안다. 도저히 자유선진당에 있을 수 없다는 의견을 피력한 의원들이 적지 않다”고 당 분위기를 전했다.

충청민심 이반... 민주통합당 지지율 ‘선두’

충청권은 한나라당과 민주통합당의 지역주의 패권에서 벗어나 민심의 향방을 가늠할 풍향계로 불린다는 측면에서 선거판의 또 다른 변수로 꼽힌다. 이는 곧 충청 민심이 선거승리의 가늠쇠가 될 수 있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최근 자유선진당이 흔들리면서 충청지역 민심이 민주통합당으로 급속히 기울어지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30일 <오마이뉴스>가 리서치뷰에 의뢰한 여론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충청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한 정당지지율 조사에서 민주통합당이 35.5%(한나라당 25.0%)로 나타나 단연 선두를 차지했으며, 자유선진당은 3.3%의 낮은 지지율을 기록했다.

또한 조선일보와 미디어리서치가 지난 1일 발표한 신년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민주통합당은 충청지역 총선후보 지지율 조사에서 42.1%(한나라당 24.6%)를 얻은 반면, 자유선진당은 4.8%에 그쳐 6.7%를 얻은 통합진보당에도 미치지 못했다. 특히 대전의 경우 민주통합당이 44.1%(한나라당 23.7%)의 지지율을 기록했으며, 자유선진당은 단 한명도 지지하는 이가 없었다.

민주통합당의 충청지역 가능성과 관련해 신율 명지대 교수(정치학)는 [일요서울]과 전화통화에서 “PK(부산경남)보다 충청지역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며 “충청권에서 민주통합당이 선전할 가능성이 매우 높게 점쳐진다. 향후 이 지역이 총·대선의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다.

정치평론가 고성국 박사는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4월 총선은 박근혜 대 반박근혜의 구도가 만들어 질 것”이라며 “자유선진당의 입지는 계속해서 위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 박사는 이어 “어느 쪽도 아닌 선진당은 애매할 수밖에 없고, 결국 소속의원들이 민주통합당과 한나라당으로 나뉠 가능성이 많다”고 전한 뒤 “이용희, 이상민, 김창수 의원이 탈당했지만 앞으로도 이러한 당 이탈현상은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민주통합당이 철새 도래지냐”

자유선진당 소속 충청권 의원들의 잇따른 당적 이동으로 민주통합당의 세는 커졌지만 일각에서는 ‘민주통합당이 철새 도래지가 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충청의 세를 얻은 민주통합당이 마냥 웃을 수가 없는 속내도 여기에 있다.

당내에서는 민주당 공천에 탈락한 이들이 자유선진당으로 이적하고, 또 다시 선거철을 맞아 민주통합당에 입당하는 것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이 만만치 않다. 여기에 지역 시도당에서는 이들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중앙당에 입당 무효를 요구하고 있다.

당 안팎의 이 같은 분위기를 의식한 듯 지난 2일 의결될 것으로 예정됐던 김창수 의원에 대한 민주통합당 입당 안건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조차 상정되지 않은 채 보류됐다.

당대표 경선을 준비 중인 이인영 전 최고위원은 지난 5일 대전충남지역 후보자 합동연설회에서 “선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탈당파 의원들이 다시 복당하는 등 이합 집산하는 것에 부정적으로 생각한다”며 “기본적으로 반대”라고 자신의 입장을 피력하기도 했다.

<정찬대 기자> mincho@ilyoseoul.co.kr

정찬대 기자 minch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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