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부인의 패션 스타일은 늘 세간의 관심거리다. 영부인의 옷차림은 개인의 취향을 넘어 시대 상황과 그 나라의 문화수준 등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외국의 퍼스트 레이디들은 자신의 개성을 적극 드러내지만 우리나라의 역대 영부인들은 대체로 보수적이며 절제된 패션을 연출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는 현 정부 초기에 푸근하고 전통적인 어머니상을 연출했다.
하지만 최근 김 여사의 패션스타일은 젊어졌다는 평을 받고 있다. 기존의 보수적인 스타일에서 벗어나 파랑, 빨강 등 원색을 시도해 밝고 역동적인 이미지를 연출했다. 실크 등 고급 원단을 사용한 의상도 입어 고급스러우면서 화려한 느낌을 연출했다.
치마 길이도 달라졌다. 무릎 아래 치마 길이에서 무릎 선으로 유지했다. 기존의 머리 길이보다 짧아진 머리 스타일로 훨씬 젊어 보이는 이미지를 완성했다.
목걸이와 귀걸이는 주로 진주로 장식, 깔끔함과 우아함을 살렸다. 이명박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이던 2007년 당시 김 여사는 편안한 스타일을 선호해 액세서리를 피했다.
역대 우리나라 영부인들의 패션 스타일을 보면 육영수, 김옥숙, 손명순 여사는 한복을 즐겨 입었다. 이희호 여사는 양장을 선호했으며 이순자, 권양숙 여사는 한복과 양장을 두루 소화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부인 육영수 여사의 대표적인 패션·헤어 스타일은 '올림머리에 한복차림'이다. 얼굴선과 목선이 아름다워 한복 맵시가 좋아 즐겨 입었다고 한다. 유명 디자이너의 한복보다 직접 옷감을 사서 주문해 입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단아한 스타일의 양장도 즐겨 입었다.
육 여사는 역대 다른 영부인들이 롤 모델로 삼을 정도로 패션 감각이 뛰어났다고 한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도 어머니인 육 여사의 헤어 스타일인 '올림머리 스타일'을 고수하고 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부인 이순자 여사는 역대 영부인 가운데 가장 화려한 스타일을 추구했던 것으로 꼽힌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취임식 때 화려한 문양의 한복을 입었는 가 하면 공식석상에서 궁중의상인 당의(여성들이 저고리 위에 덧입는 한복)를 선보이기도 했다.
이 여사의 한복을 디자인한 한 디자이너는 화려한 스타일을 선호한 이 여사를 위해 금박문양을 개발하고 치마도 풍성하게 만들었다고 한다. 메이크업도 의상에 걸맞게 화려했으며 헤어스타일도 풍성한 짧은 단발 스타일을 유지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부인 김옥숙 여사도 한복을 즐겨 입었다. 노태우 대통령이 재임기간 '보통사람'임을 강조한 탓에 김 여사는 화려한 색상보다 흰색, 옥색 등의 수수한 색상의 한복을 자주 입었다. 소박하면서도 기품있는 스타일을 추구했다고 한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부인 손명순 여사도 한복을 선호했다. 튀는 색상을 좋아하지 않아 흰색, 옥색 등의 색상을 입었으며 구설수에 오를 것을 우려해 옷의 라벨을 떼고 입었다고 전해진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는 양장을 선호했다. 주로 하얀색과 검정색의 무채색 계열 색상이나 파스텔톤의 정장을 입었다. 치마길이를 약간 길게 했다. 이 여사는 실용적인 스타일을 추구해 한복을 입어야 할 때면 개량 한복을 선호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는 한복과 양장을 두루 소화했다. 평소에는 소박한 스타일을 선호했지만 공식 석상에서는 빨강, 파랑, 분홍 등의 원색이나 화사한 색깔의 한복이나 정장을 자주 입었다.
강경지 기자 bright@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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