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력 대권주자 대부업체로부터 정치자금 수수 의혹 증폭
정치권에 퍼져있는 사채업체 로비 자금 수천억 원대 이를 것으로 추산
총선이 가까워 오면서 정치권이 술렁이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물밑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양상이다. 이번 총선은 대선 향방을 결정짓는 중요한 전초전으로 작용되기 때문에 대권주자들도 총선에 총력을 기울일 각오를 다지고 있다.
총선을 앞두고 누가 선거판에 뛰어들지를 놓고 여러 말들이 오가고 있는 가운데 ‘제 2의 공천헌금 사건’이 수면 위로 부상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 정치권 소식통의 전언에 따르면 최근 유명 대부업체 고위 관계자가 총선 준비를 하고 있다.
또 사채업계의 큰 손으로 알려진 모 인사도 출마 준비를 하고 있다는 첩보가 들리고 있다. 더 귀를 솔깃하게 하는 것은 대부업체가 이번 선거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부을 예정이라는 것이다. 그 내막에 대해 알아 봤다.
유명 대부 업체를 운영하는 A씨가 총선에 출마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아울러 유력 대권주자 B씨가 자신을 지원해 주는 대가로 A씨의 총선 출마를 돕고 있다는 말도 들린다.
정치권 소식통에 따르면 두 사람의 밀월이 시작된 것은 수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A씨는 대부업체를 운영하면서 여러 비리 의혹에 시달렸다. 동시에 대부업체에 대한 사정기관의 조사가 필요하다는 사회적 요구가 일어나 어려움을 겪고 있던 시기에 주변인의 소개로 당시 실세였던 B씨를 만났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소식통은 “당시 A씨는 대부업계 위기설과 관련해 B씨에 ‘사정기관의 수사를 막아달라’는 청탁했다”며 “이와 함께 자신의 업체에 여러 특혜를 달라고 부탁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은밀한 밀월관계의 시작
이때부터 두 사람의 밀월관계가 시작됐다는 게 이 소식통의 설명이다.
A씨는 정기적으로 B씨에게 막대한 정치자금을 조달했고 그 밖에도 여러 방면으로 B씨를 도왔다고 한다. A씨가 운영하는 대부업체에 대해 검찰이 내사에 착수하자 이 소식을 전해들은 B씨가 이를 무마해줬다는 소문이 정치권을 떠돌고 있다.
실제로 A씨가 정치자금을 B씨에 제공했는지 여부는 확실치 않으나 적어도 두 사람이 긴밀한 관계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B씨와 관련된 주요 행사가 있을 때 어김없이 등장하는 것이 A씨다.
A씨는 정치권에 인맥이 넓어 정치권 주요 석상에 가끔 A씨가 얼굴을 비추는 것에 대해 특별히 주목하는 이들은 없었다. 하지만 최근 B씨가 중국 등 해외에 은닉해둔 비자금을 A씨가 세탁하고 관리한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A씨와 B씨의 긴밀한 관계를 주목하는 시선이 하나 둘씩 늘고 있다.
이 때문인지 수개월 전부터 A씨는 정치권 인사와의 만남을 극도로 자제해 왔다. 하지만 총선을 앞두고 A씨가 다시 B씨와 은밀히 접촉하고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A씨는 B씨뿐만 아니라 다른 정치권 인사들도 수시로 만나고 있다고 한다. 그 이유는 바로 총선 때문이다. A씨는 이번 총선에 출마할 계획이다. 문제는 그가 다른 업체도 아니고 대부업체를 운영하고 있다는 데 있다.
이에 A씨는 자신의 신분을 세탁할 여러 방안을 놓고 고민 중이라고 한다. 일부에서는 A씨가 직접 총선에 출마하지 않고 대리인을 내세워 그의 당선을 뒤에서 도울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공천 갈등=야권 지원 함수관계
A씨가 총선에 출사표를 던지기 위해 접촉하고 있는 쪽은 야당이다. 그는 야권에 정치자금을 조달하고 그 대가로 자신이 정치권에 진출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한다. 일각에서는 A씨가 총선이 아니라 향후 대선을 바라보고 움직이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실제로 A씨는 총선을 준비하다 주변인들의 말을 듣고 마음을 접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A씨가 총선에 출마하지 않고 총선·대선 때 야권을 지원한 뒤 야권 후보가 정권을 잡으면 관직을 얻으려 할 수도 있다는 말도 들린다.
그러나 이는 B씨와 뜻이 달라 향후 두 사람의 관계가 어떻게 될지 예측이 쉽지 않다. B씨는 대부업계에 종사하는 A씨의 존재가 아무래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 A씨가 총선에 나서는 것도 부담이고 대선에서 적극 지원하겠다고 해도 그리 달갑지 않다.
B씨 주변에서는 총선과 대선을 위해 A씨와의 관계를 청산해야 한다는 건의도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B씨의 입장에서는 A씨와 너무 많은 비밀을 공유한 상황까지 왔기 때문에 관계 청산은 어렵다고 심경을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대부업계가 정치권에 막대한 자금 지원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앤캐시 등 일부 대부업체가 검찰 조사를 받은 것을 비롯해 대부업체에 대한 정부 규제 움직임이 보이는 등 대부업계의 숨통이 조여지고 있어서다.
정치권과 접촉하고 있는 업체는 C사, D사, E사 등이다. 이들 업체 가운데 D사를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야권을 지원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을 지원할 계획인 D사는 업체들 가운데 지원 금액이 가장 적다고 한다.
정치권의 한 인사는 “대부업체 등 사채시장의 자금이 정치권으로 흘러들어가는 정황을 검찰이 파악하고 있다”며 “검찰은 사채시장의 자금 흐름을 면밀히 파악하는 한편 정치권 인사들 중 대부 업체로부터 로비를 받은 이들이 있는지 여부를 캐고 있다”고 말했다.
<최영의 프리랜서> choi@ilyoseoul.co.kr
최영의 프리랜서 choi@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