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국민투표 첫 도입
해외 동포 사회가 시끄럽다. 지난해 2월 재외국민투표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여야 모두 ‘해외 동포 표심’을 잡기위해 분주하다. 전 세계에 걸쳐 우리나라 국적을 갖고 있는 재외 국민들은 280만명. 재외국민투표법이 통과됨으로써 이들이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투표를 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2007년 대선에서 5백만 표로 뒤진 정동영 후보를 제외한다면 역대 대선이 박빙의 선거였다는 점에서 재외동포의 표심이 여야간 희비를 가를 수 있을 전망이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은 올해 2월 매머드급 재외국민협력위원회를 출범시켰다. 민주당도 재외국민이 밀집된 북미, 일본, 중국 등을 중심으로 해외지부 발기인 대회를 통해 세를 넓히고 있다. 재외국민 280만 표심을 잡기위한 여야간의 치열한 레이스를 따라가 봤다. 재외국민투표법은 19세 이상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해외 영주권자 및 일시 체류자가 대통령선거와 국회의원 선거에 비례대표 투표권을 부여한 것이다. 첫 재외국민 투표는 2012년 총선과 대선이다.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적으로 해외동포수는 700만 명 수준, 이중 투표를 할 수 있는 재외국민은 280만 명이다. 영주권자가 120만 명이고 일시 체류자가 160만 명 정도 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특히 이중 200만 명 이상이 미국, 일본, 중국에 몰려 있어 이들 지역을 중심으로 여야 모두 치열한 표심 잡기에 들어갔다.
현재로서는 재외국민 표심 잡기에 한나라당보다 민주당이 한걸음 앞선 모습이다. 민주당은 구 재외동포사업추진단을 확대 개편해 ‘세계한인민주회의’(이하 민주회의)라는 중앙위 정책자문기구를 만들어 재외국민투표에 대비하고 있다. 민주당 김성곤 의원을 실무단장으로 북미 지역은 김영진 의원, 일본은 강창일 단장과 이낙연 고문, 중국은 김상현 전 의원의 아들 김영호 위원장이 맡고 있다. 당 차원에선 국제국이 측면 지원을 맡고 있다.
민주, 북미 등서 공세 한나라 한발 늦어
민주당은 올 들어 북미지역을 중심으로 ‘LA 민주회의’, ‘워싱턴 민주회의’, ‘뉴욕 민주회의’, ‘토론토 민주회의’ 등 발기인 대회를 마쳤다. 시애틀, 밴쿠버 등 대도시 역시 준비위가 꾸려져 발기인 대회를 거쳐 창립대회를 가질 예정이다. 또한 일본의 오사카, 도쿄, 중국 상하이, 베이징 등 역시 같은 절차를 밟는다.
김영진 의원실의 한 관계자는 “정당법상 국내 시도당 설립이 해외에선 금지돼 있다”며 “당 정책자문기구 산하의 자발적지지 모임으로 유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이 인사는 “전세계적으로 한인회가 1000여 개가 운영되고 있다”며 “한인회라는 상징성이 있어 이들과 관계를 돈독히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나라당은 오는 10월 28일 조진형 의원을 위원장으로 재외국민협력위원회가 국회에서 발대식을 통해 재외국민 표심 잡기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올해 2월 정몽준 대표 시절 대규모 재외국민협력위원회가 구성됐지만 그동안 눈에 띄는 활동은 없었다.
당시 안경률 위원장을 중심으로 상임부위원장에 이군현 중앙위의장, 총간사위원에 원희목 의원, 북미주 지역에 박 진 자문위원·공성진 지회장 등 17명, 중남미 지역에 김영선 자문위원·정진섭 자문위원, 나경원 지회장 등 10명, 일본지역 송광호 자문위원·김태환 지회장 등 13명, 중국지역 남경필 자문위원, 이병석 지회장등 13명, 아시아 지역(일본·중국지역제외) 황우여 자문위원, 정병국 지회장 등 13명, EU·구주지역 이한구·허태열 자문위원, 권영세 지회장 등 14명, 대양주 원희룡 자문위원, 원유철 지회장 등 6명, 중동 아프리카지역 정갑윤 자문위원, 권경석 지회장 등 7명이 임명됐다.
하지만 한나라당의 경우 당이 적극적으로 챙기질 않아 해외 지부는 아직까지 한 곳도 없다. 그나마 친이 외곽조직이었던 ‘뉴 한국의 힘’(이영수 회장, 구 국민성공실천연합)이 지난 9월 30일 ‘뉴 한국의 힘’ LA 지부 발대식을 가졌다. 한나라당 중앙위 상임 고문을 맡고 있는 이 회장의 ‘뉴 한국의 힘’은 북미주 상임고문 김광남씨와 김진형 전 US한나라당 포럼 대표 등 200명이 참석해 성황리에 발대식을 치렀다.
이 회장은 본지와 인터뷰에서 “한나라당에서 나서질 않고 있어 우리가 나섰다”며 “LA 지부를 시작으로 뉴욕, 워싱턴, 베이징, 오사카 등 한인 밀집지역을 중심으로 지부를 창립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LA 한인회장 선거 벌써 시끌시끌
대선이 2년 남았지만 여야간 해외동포 표심잡기에 적극 나서자 한인사회는 기대반 우려반의 모습이다. 해외 동포사회마저 여야간 세 대결로 인해 ‘분열주의’가 조장될 공산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미 지난 5월에 치러진 LA 한인회장 선출과정에 그 조짐이 나타났다. 당시 재선에 도전하는 스칼렛 엄 후보에 맞서 박요한 후보가 나섰지만 선거관리위원회가 박 후보의 입후보 자격을 일방적으로 박탈함으로써 논란이 일었다.
선관위는 박 후보의 ‘허위선전’, ‘후보등록 서약 위반’, ‘향응 제공’등을 들어 자격을 박탈했다. 하지만 선관위 위원 다수가 전임 회장인 스칼렛 엄 후보와 친분이 깊다며 박 후보 측이 강력히 반발했다. 현재 박 후보는 새로운 LA 한인회를 만들어 한인회가 두 개로 분열된 상황이다.
재외국민이 가장 밀집된 지역인데다 투표권마저 생긴 상황에서 LA 회장 자리는 더 이상 ‘대접받는 상징적인 자리’가 아닌 ‘정치 권력의 자리’로 변질된 대표적인 경우다. 하지만 여야 관계자들은 이구동성으로 “(한인회 분열에)정치적 개입은 없었다”고 일축하고 있다. 해외 동포 사회가 분열될 수 있다는 우려감과 함께 불법·탈법 선거로 변질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현재 ‘재외국민투표법’에 따르면 해외에 거주하는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영주권자나 일시 체류자는 재외 공관에서 투표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미국이나 중국, 일본 등 넓은 국가에서 투표를 하기위해선 비행기를 이용해야 하고 심지어 유럽내 소국의 경우 국경을 넘어야 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중국의 경우에는 9개 지역에 공관이 마련되어 있지만 960만K㎡에 이르는 방대한 면적에 50만 명이 투표하기에는 투표소의 개소가 너무 적고 멀어 선거 실시에 문제가 존재한다.
따라서 이들을 투표소까지 오게 하는데 금품 선거, 동원 선거의 유혹에 빠질 공산이 높다. 현재 여야 대통령 후보 경선이나 전당대회를 개최할 경우 작은 땅덩어리인 우리나라에서도 관광버스를 통한 ‘동원 선거’는 횡횡하는 게 현실이다. 때문에 먼 곳의 동포를 투표소로 데려 오려 할 경우 금품을 통해서라도 동원을 할 가능성이 높다.
‘동원선거’ 우려 속 ‘뾰족한 대책 부재’
이에 대해 중앙선관위에서는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선관위 재외선거 담당자는 “우리나라처럼 공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해외에서 불법 선거가 이뤄지는 것으로 뾰족한 대책이 없는 게 현실”이라며 “법무부와 상의해 사후조치보다는 사전예방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또한 불법 선거를 방지하기위해 예산을 담당하는 기획재정부와 협력해 주요 재외국민 밀집지역에 선관위 직원 파견도 검토하고 있다.
정치권 또한 ‘거리’ 문제를 해결하기위해 우편 투표나 인터넷 투표 도입을 골자로 한 ‘재외국민투표법’ 개정안을 발의해 놓았다. 하지만 이 역시 ‘대리투표’ 위험성으로 인해 국가별 특성이나 유권자의 환경을 감안해 제한적으로 도입될 가능성이 높을 전망이다.
선관위 관계자는 “공관이 없는 나라나 해외 파병 군인의 경우 우편 투표를 고려할 수 있지만 사실상 전면적으로 인터넷이나 우편 투표를 도입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선관위는 11월 14일과 15일 양 이틀간 모의 재외국민 선거를 치룰 예정이다. 이미 선관위는 인터넷을 통해 재외국민 1만1천 명 DB를 확보한 상황. 주로 미국, 일본, 중국에 거주하는 재외 국민들로 직접 해당 지역 공관을 방문해 모의 투표를 실시한다.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pot.co.kr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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