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일 오후 1신 대승사 입구 불이분(不貳門) 아래 계곡 공터에는 주지 스님 등 스님 3명과 신도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백구의 다비식이 열렸다.
개를 위한 다비식이었지만 사람과 전혀 다를 바 없이 백구의 혼백을 모신 후 극락왕생을 바라는 스님들의 독경이 이어졌다. 다비장 주변에는 ‘백구야 불 들어간다’ 등의 글귀가 담긴 용지들이 곳곳에 붙어있어 있어 더욱 엄숙함을 자아냈다. 다비식에 참석한 일부 보살들은 눈시울을 붉히며 백구의 넋을 기렸다.
올해로 아홉 살이었던 백구는 지난 20일 오후 상태가 심각해 대구에 있는 동물병원으로 옮기던 중 차안에서 숨졌다. 사인은 노쇠였다.
사찰 측에 따르면 백구는 대승사 토굴이 있는 문경읍 관음리에서 태어났다. 새끼 때는 거칠고 사나웠으나 두 살 때 대승사로 온 이후에는 새벽 예불시간이면 법당 주변에서 짖지도 않고 꼼짝 앉아 있는 등 그 모습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한다.
이후 방문객들과 등산객이 대승사를 방문하면 어김없이 이들을 안내하며 사랑을 독차지했다.
다비식을 진행한 철산 주지 스님은 “다비식은 사람만 하는 것은 아니”라며 “인연이 다해 다른 세상으로 갔지만 다음 생에 다시 사람으로 돌아와서 절에 살라고 기원했다”라고 말했다.
사찰 측은 현재 백구의 위패를 모셔놓은 상태이며 49재 또한 치를 예정이다.
한편 사찰에는 백구 외에 어미 개와 새끼 강아지가 있지만 아직까지 백구만큼 길안내를 하지는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수영 기자 jun6182@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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