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남 민주통합당 상임고문 인터뷰
신기남 민주통합당 상임고문 인터뷰
  • 정찬대 기자
  • 입력 2012-01-02 11:39
  • 승인 2012.01.02 11:39
  • 호수 9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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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 이룬 민주통합당, 혁신과 쇄신 필요한 때”

▲ 신기남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사진=뉴시스>
- 총·대선 정국 어떻게 보는가.
▲ 민심은 현 정권과 여당에게서 완전히 떠났다. 문제는 어떤 정치세력이 국민의 마음을 담을 그릇이냐는 것이다. 민주통합당의 출범으로 민주진보세력이 국민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초석은 마련됐다. 하지만 내용물은 아직 채워지지 않았다. ‘안철수 현상’으로 표출되는 시대정신의 변화, 2040 세대의 진보적 각성과 역동적 정서를 포용할 수 있는 인적 쇄신과 정치문화의 혁신이 관건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남긴 말처럼 이제 ‘영웅’의 시대는 갔다. 깨어있는 시민들과 쌍방향으로 소통할 수 있는 야당으로 진화하는 것이 우리의 과제다. 김두관, 문재인, 손학규, 안철수, 정동영, 정세균 그 누구든 이 일을 해내는 사람이 미래의 리더십이 될 것이다.

- 총·대선 승리를 위한 신 상임고문의 역할이 있다면 무엇인가.
▲ 민주통합당을 ‘진보적 개혁정당’으로 변화시키는 일과 ‘야권통합의 완성’을 추진하는 데 최우선을 두려고 한다.
민주통합당은 무엇보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어온 ‘중도실용노선’를 극복해야 한다. 그리고 한미FTA 비준안 폐기와 조중동 종편 재검토 등 국민이 원하는 선명한 개혁의 길을 가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민주당 개혁그룹과 시민통합당에서 합류한 진보개혁그룹 사이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하겠다.
총선 전에 야권후보를 단일화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이다. 통합신당 창당에 반대했던 구태세력을 물리치고 ‘선통합-후경선’이라는 ‘신기남 안’을 제시해 민주통합당 창당의 산파 역할을 했던 것처럼, 통합진보당과의 야권후보 단일화를 위한 진취적인 대안을 준비하고 있다. 한나라당과의 쇄신경쟁은 이미 시작됐다. 19대 총선에서 민주진보진영이 과반 의석을 달성하기 위해선 민주통합당이 과감한 기득권 포기의 결단을 해야 한다.

- 최근 들어 민주통합당의 ‘좌클릭’이 더욱 선명해지는 것 같다. 신 고문은 중도노선을 포기하고, 진보적 수권정당 건설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념적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은데, 이에 대해 어떻게 보는가.
▲ 거꾸로 반문해볼 필요가 있다. 2008년 한나라당의 집권은 ‘이념적 문제’와 무관한 것이었나.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에게서 떠난 민심이 민주당으로 모아지지 않았던 이유는 변화한 시대정신을 담아낼 ‘이념적 프레임’이 없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과 뚜렷이 구별되는 가치와 비전을 가지지 못한 것이 문제였던 것이다.
지금의 시대정신은 사회적 정의를 구현하고 보편적 복지를 실현하는 것이다. 이명박 정권이 극악하게 밀어붙인 시장만능주의와 토건성장주의를 뛰어 넘어 중산층과 서민의 삶을 우선시하는 정의로운 복지국가로 나아가자는 것이다. 민주통합당의 새로운 노선은 ‘좌클릭’이라기보다 그동안 ‘우클릭’만 거듭했던 민주당의 잘못된 노선을 바로잡는 것이다.

- 신 고문은 통합을 적극 지지하며 ‘선 통합, 후 지도부 선출’이라는 중재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열린우리당 분당의 주역이라는 비판적 시선도 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 열린우리당은 새천년민주당과 분당을 하려고 한 것이 아니었다. 우리의 요구는 시종일관 ‘분열없는 통합신당’의 건설이었다. 통합신당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열린 당무위원회에서 당을 지배했던 구세력이 폭력사태를 조장했다. 나에게 가해지는 테러를 젊은 당직자들이 몸으로 막아야 했고, 이미경 의원은 머리채까지 잡혔다. 신당을 하려면 당에서 나가라는 강요를 받고 나를 비롯한 37명의 개혁파 의원들이 피눈물을 삼키는 심정으로 탈당계를 내게 된 것이다. 정치개혁을 위한 우리의 열정이 국민을 감동시켜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은 원내 과반이라는 기적을 이루어낼 수 있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야권통합에 힘을 실어준 국민의 여론과 언론의 도움이 없었다면 민주통합당의 출범은 물거품이 됐을지도 모른다. 당원과 국민이 힘을 모아 이루어낸 위대한 승리다.

- 총선을 전후로 당내 계파갈등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계파갈등 완화를 비롯해 당내 혁신에 대한 구상을 밝혀 달라.
▲ 민주당, 시민통합당, 한국노총 등 서로 다른 구성원들을 하나로 묶어내는 일이야말로 민주통합당 지도부에게 부여된 최우선 과제이다. 포용과 화합의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민주통합당이 대권 대리인들의 갈등과 반목으로 혼란에 빠진다면 국민은 우리를 외면할 것이다. 계파적 이해관계로부터 자유로운 지도부를 구성해야 한다.
민주통합당 혁신의 시작은 ‘인적 쇄신’이다. 통합과 혁신을 가로막아온 ‘보수·관료세력’, ‘반통합세력’, ‘구태세력’을 일소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당내 기득권 구조에서 자유로운 공천심사위원회를 구성해 획기적인 공천혁명을 이루어야 한다. 한나라당 비대위를 뛰어넘는 과감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 민주통합당이 통합을 통해 변화를 꾀하고 있지만 부족한 점이 많은 것 같다. 이를 위한 전제조건과 방안은 무엇인가.
▲ ‘비전’과 ‘연대’가 가장 중요하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첫째, 87년 체제의 낡은 틀을 극복하는 2013년 체제의 비전을 마련해야 한다. 민주통합당은 범야권진영의 ‘공동 대선공약 마련을 위한 정책협의체’를 조속히 구성해야 한다. 나아가 야권통합의 정체성을 살리고 국민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예비내각’을 구성해 3기 민주정부의 청사진을 국민 앞에 제시할 필요가 있다.
둘째,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으로 양분돼 있는 범야권의 대통합을 위한 노력이 이어져야 한다. 대선 전에 ‘야권 단일정당’을 건설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겠지만 만약 그렇게 되지 않을 경우 3기 민주정부를 ‘민주진보 연립정부’의 틀로 운영하는 큰 그림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한 방안으로 나는 ‘분권형 대통령제’ 추진을 민주통합당의 2013년 집권공약으로 정할 것을 제안한 바 있다. 우리의 시야는 3기 민주정부의 ‘탄생’을 넘어 그 ‘성공’을 준비하는 데까지 나아가야 한다.

<정찬대 기자> mincho@ilyoseoul.co.kr

정찬대 기자 minch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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