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장 달군 KMI 사태
[일요서울]이 이명박 대통령의 조카사위 전종화 전 씨모텍 대표를 둘러싼 ‘먹튀 의혹’을 단독보도한데 이어 국정감사에서도 전 전 대표에 대한 의혹이 최대 이슈로 떠올랐다. [일요서울]은 지난 호(제859호 참고)를 통해 이 대통령의 형 이상은 씨의 아들인 전 전 대표의 ‘먹튀 의혹’을 보도한 바 있다. 이후 전 전 대표는 국감출석을 앞두고 해외출장을 이유로 출국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민주당 최문순 의원은 지난 11일 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전 전 대표의 ‘먹튀 의혹’과 더불어 한국모바일인터넷(KMI)사업 청와대 개입 정황 등을 폭로해 국감장을 떠들썩하게 했다.
최 의원은 이날 “제4 이동통신사와 관련 지난 7월 최시중 방통위 위원장과 이동관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이 비밀 회동을 가졌다”고 폭로하고 그 증거로 KMI 관계자들 사이에 “다음 주 수요일 이동관·최시중 회동에서 삼영문제 해결. 그날까지 완성자료 요청”등의 내용으로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공개했다.
제4 이동통신사업은 '와이브로망'을 이용한 차세대이동통신서비스로 평소엔 휴대폰으로 사용하다가 집에서는 인터넷에 연결해 휴대폰 월정액만 내면 별도의 요금 없이 PC로 사용할 수 있다. 현재는 KMI에서 제4 이동통신 사업자 허가신청을 방통위에 제출한 상태다.
또 최 의원은 제 4이동통신 사업을 두고 전 전 대표의 ‘먹튀 의혹’을 제기하면서 “전종화씨가 2010년 10월 M&A를 통해 통신기기 제조업체 씨모텍을 인수하자 개미 투자자들이 몰려들면서 주가가 들썩였다”고 말했다.
권력형 주가조작 게이트?
이어 최 의원은 “청와대가 전 전 대표의 ‘먹튀’를 종용했다”고 밝혔다. 전 전 대표와 이 대통령과의 관계가 주목받자 청와대에서 직접 제4 이동통신사업에 관한 내사를 벌여 전 전 대표의 씨모텍 대표 사직을 권유했다는 것이다. 전 전 대표는 지난 7월 30일 씨모텍에서 퇴사했다.
씨모텍은 자본금 70억 원, 시가총액 662억 원, 매출 745억 원, 당기순이익 -113억 원, 부채비율 179%로 작년 신용정보회사 신용등급평가에서 BB등급을 받은 부실 업체였다. 그런데도 지난 6월 전 전 대표가 KMI에 9.76%의 지분을 투자한 사실이 알려지자 주가가 크게 치솟았다. 대통령의 조카사위가 ‘정부가 주도하는 사업’에 참여한다는 사실만으로 KMI와 씨모텍은 MB테마주가 된 셈이다.
최 의원은 “전종화씨가 사업에 개입하면서 주가가 요동치고 개미 투자자들이 큰 피해를 입어 청와대에서 손을 떼게 했다”고 주장하며 “결과적으로 먹튀를 한 꼴이 됐다. 이와 관련해 증권정보 사이트 게시판에는 씨모텍을 비난하는 글이 많다”고 지적했다.
전 전 대표는 씨모텍을 인수한 후 CEO로 내정됐다가 불분명한 이유로 돌연 퇴사했다. 하지만 물러난 이후에도 씨모텍의 이사로 남아 KMI 지분 참여를 이끌며 이동통신사업자 신청에 참여하기도 했다.
제4 이동통신사업과 관련해 석연치 않은 구석은 이뿐 아니다.
이날 이 대통령의 대학 동문에 KMI의 새로운 투자자이기도 한 ‘C&S자산관리(구 신천개발)’ 구천서 회장의 ‘먹튀’ 의혹도 제기됐다. 실제로 전 국회의원이기도 한 구 회장은 지난 2007년 대선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선거 운동을 적극 지원했던 인물로 꼽힌다.
대통령 측근비리 잉태
최 의원에 따르면 C&S자산관리와 자회사인 DVS는 KMI에 각각 9.5%(800억 원)씩 지분을 참여했다가 며칠 후 갑자기 빠졌다.
최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이 2007년 당시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로 확정되자 구천서씨가 대표로 있던 신천개발이 ‘4대강 테마주’로 급부상해 1300원에서 며칠 만에 6150원까지 급등했다”면서 “구씨는 지분 매각을 하지 않겠다고 공시했지만 그로부터 4일 후 65만1539주(9.12%)를 매각해 주가 폭락을 야기했다”고 말했다.
또 최 의원은 “3년 후 C&S자산관리가 KMI에 신규주주로 참여하게 된 사실이 알려지자 이 회사의 주가가 급등하기 시작했고 구 회장은 주가가 1265원으로 정점을 찍은 지난 9월 5일 321만565주(5.11%)를 매도해 24억 원 정도의 매매차익을 실현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반면 대주주의 지분 매각설이 나돌면서 주가가 급락, 그 피해가 고스란히 개미투자자들에게 돌아갔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도 KMI의 사업허가 신청, 전 전 대표의 갑작스런 씨모텍 사직, 주가가 요동친 시기, 주식시장의 조문 등을 조합해 보면 사실일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견해가 적지 않다.
그러나 방통위의 최 위원장은 이날 국감 자리에서 “이동통신사는 물론 청와대로부터 어떤 개입도 없다”고 의혹을 일축했다.
한편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12일 “대통령은 ‘친인척 권력형 비리가 없다’고 지난 7월 5일 단정적으로 말했지만 앞으로 이런 문제가 계속 제기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어제 민주당의 최문순 의원은 문방위에서 대통령의 조카사위 전종화씨가 씨모텍을 인수하면서 문제된 사항을 밝혔다”며 “우제창 의원도 오늘 금융감독원 국감에서 권력형 특혜대출 비리, 즉 KB국민은행이 대통령의 대선 외곽조직인 선진국민연대가 운영하는 와인수입업체 와인프린스에 거액을 대출한 사실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윤지환 기자] jjh@dailypot.co.kr
윤지환 기자 jjh@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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