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마사회 고위 임원들 클린카드 내역 보니…
한국마사회 고위 임원들 클린카드 내역 보니…
  • 홍준철 기자
  • 입력 2010-10-19 12:48
  • 승인 2010.10.19 12:48
  • 호수 860
  • 1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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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양’, ‘잎새’, ‘오감’, 이건 무슨 소리

한국마사회 고위직 임원들이 업무추진비 명목으로 법인카드(클린카드)를 펑펑 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법인카드 숫자만 270개로 고위직 인사의 경우 한끼 식사로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 이상 하는 고급 음식점을 마구 이용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마사회장을 비롯해 부회장 등 13명의 고위직 임원들이 2005년부터 현재까지 9억2000만 원 가량을 법인카드로 지출했다. 마사회 회장의 경우 5년간 1억7000만 원으로 연평균 3000만 원 수준의 업무추진비를 꾸준히 썼고 다음으로 상임감사, 제주경마본부장, 부산경남본부장 등이 1억 원 이상 법인카드로 지출했다. 한국 마사회 임원들의 클린 카드 내역을 알아봤다.

한국마사회(회장 김광원)가 무소속 송훈석 의원에게 제출한 법인카드 내역서를 보면 마사회 일부 임원들이 호화판 생활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들어 지출한 법인카드를 사용내역만 살펴보더라도 한끼에 수십만 원에서 백만 원이 넘는 식사를 한 적도 적잖았다.


회장 한끼 식사 134만 원

마사회장의 경우 올해 1월 14일 S관광개발(주)에서만 하루에 264만9000원을 지출했다. S관광개발은 반포동에 소재한 JW 메리어츠 호텔을 운영하고 있는 회사로 알려졌다. 같은 달 28일에는 Y 설렁탕집에서 62만 원을 지출했고 2월1일에는 (주)YY제라는 곳에서 86만9000원을 지출했다. 5월 28일에도 마사회장은 N 회관에서 134만 원을 지출했고 7월에는 S 대원이라는 식당에서 109만 원, 8월4일 활어회센터에선 61만 원을 지출했다.

마사회장뿐만 아니라 12인의 고위직 임원들 역시 법인카드를 펑펑 쓴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경남경마본부장의 경우 지난 1월30일 S 정식에서 58만 원, 2월21일에는 C가든에서 53만 원어치의 식대를 지출했다. 서울경마본부장은 지난 4월4일 C 주점에서 49만5000원, 상임감사는 4월30일 95만 원을 H 리조트사에서 법인카드로 결제했다.

임원급 법인카드 사용내역 중에서 H개발(주)이 자주 등장해 눈길을 모았다. H 개발은 과천 서울랜드를 운영하는 회사로 말산업본부장이 1월6일 14만6000원, 6월17일엔 14만 원, 서울개발본부장이 1월27일 44만 원, 마사회 회장이 2월28일 41만 원, 부회장이 3월27일 30만 원, 7월30일 21만 원 등을 지출했다.

한편 주요 법인카드 지출이 한식, 일식, 고기집, 호텔 식당 등 음식점에 집중돼 있었지만 식당인지 유흥주점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 이름도 종종 발견됐다. 경마사업본부장이 1월22일 지출한 30만 원은 ‘ON’, 상임감사가 2월20일 지출한 16만 원은 ‘수양’, 3월12일 지출한 16만 원은 ‘잎새’라는 곳이다. 또한 마사회 회장의 경우 2월27일 30만 원을 그은 ‘이선’, 경마사업본부장이 4월2일 25만 원을 지출한 ‘오감’, 부산경남본부장 4월21일 17만 원을 지출한 ‘호’ 등도 정체가 아리송하다.

현재 정부에서 마련한 법인카드 관리 및 사용지침을 보면 법인카드는 회사의 공적인 목적에 한하여 사용하며 개인적인 목적으로는 사용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또한 업무추진을 위한 접대성 경비의 경우 무전표 시스템에 사용자, 사용내역, 접대처, 일시, 장소 등을 명확히 기재하도록 돼 있다. 또한 50만 원 이상인 경우 주된 상대방의 소속 및 성명을 증비 서류에 반드시 기록하고 첨부해야 한다. 특히 휴일 및 24시 이후 심야시간의 법인카드 사용은 차후 소명이 가능하도록 내역관리를 해야 하며 출장비, 회사차량을 이용한 장거리 출장의 경우에는 유류비용 등은 법인카드로 사용할 수 없게 돼 있다.

하지만 실제적으로 법인 카드 사용지침을 지키는 고위 공무원은 흔치 않다는 지적이다. 한나라당 심재철 의원이 국토해양위 감사장에서도 ‘클린카드’가 재차 도마 위에 올랐다. 마사회처럼 법인카드(클린카드) 내역서를 제출한 부산항만공사의 경우 골프접대 4차례 410만 원 지출, 2009년부터 단란주점, 주점, 칵테일바 등 31차례에 627만 원을 사용했다.


‘클린하지 않은 클린카드’

인천항만공사 사장의 경우 공사 소유 법인카드를 20회에 걸쳐 610만 원을 사적으로 사용하거나 술을 마시고 업무협의를 한 것처럼 속여 감사원 감사 결과 적발되기도 했다. 이처럼 일부 고위 공무원들이 법인카드를 편법으로 사용하면서 ‘클린카드’라는 이름을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한편 민주당 송훈석 의원은 마사회 회장을 비롯해 임원들이 법인 카드를 남발하는 것과 관련해 “경마 고객의 돈을 털어 마사회장과 임원들이 호화판 생활을 하는 것처럼 비쳐질 수 있다”며 “선량한 서민이 경마에 중독돼 가산을 탕진하고 가정이 해체되는 등 힘든 상황에서 마사회는 수천만원에 달하는 법인카드를 지출하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pot.co.kr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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