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사후]“내년 북한발 대격변 터진다”
[김정일 사후]“내년 북한발 대격변 터진다”
  • 최영의 객원기자
  • 입력 2011-12-27 09:42
  • 승인 2011.12.27 09:42
  • 호수 921
  • 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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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사망직전 중·러 순방 숨은 진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죽음으로 한반도 정세가 요동치고 있는 가운데 향후 북한의 변화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김 위원장이 사망하자 북한의 변화에 대한 온갖 관측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김 위원장의 사망 전 행적을 두고 여러 해석이 분분하다. 북한 전문가들이 주목하고 있는 부분은 김 위원장의 중국 러시아 순방이다.

▲ 뉴시스

김정일은 왜 마지막 순간까지 대륙행 열차에 몸을 실었나



김 위원장의 사망 전 행보가 심상치 않다고 보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김 위원장은 지난 8월 24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6자회담 재개 문제를 집중적으로 논의하고 경제협력 문제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크렘린궁은 이날 정상회담 내용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한반도 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6자회담 조기 재개 문제에 대해 의견을 조율했다”고만 밝힌 바 있다. 두 정상은 2530만 달러 규모의 북·러 교역 문제, 그리고 남북한과 러시아 3국의 경제 협력 문제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의 건강이 온전치 못한 상태에서 원론적인 대화를 나누기 위해 러시아 횡단이라는 무리수를 뒀을 리 없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외교가에서는 “경제난으로 다급해진 김 위원장이 러시아에 경제지원을 요청했을 수도 있다”는 추측을 내놨다.

이날 협의는 김 위원장 사후 한반도 정세흐름과 동북아 경제협력 구도 전반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 지원과 관련해 양측 사이에 여러 제안이 오갔을 것이 분명한 까닭에서다.


북핵문제가 핵심 논제


양국 정상의 합의내용에 따라 북핵 6자회담 재개 흐름이 결정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우리 정부는 러시아의 울란우데에서 열린 북한과 러시아의 정상회담을 다각도에서 분석했다. 하지만 뚜렷한 해답을 찾지 못했다. 다만 외교가에서는 “러시아가 북핵 6자회담에서 러시아의 지원을 받기 위해 경제 협력 우선 대상자로 러시아를 꼽을 수 있다”는 내용을 전달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남-북-러 가스관 연결과 시베리아횡단철도(TSR) 및 한반도종단철도(TKR) 연결 등 대규모 경협프로젝트의 성사 여부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북·러 경제협력은 여러 가지 난제를 안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3국 간 복잡한 이해조정과 비용부담, 기술적 문제 등이 가장 큰 장애물이다.


10년 전 북·러 경협을 둘러싼 가장 큰 화두는 대륙간횡단철도 건설과 북한의 노후된 설비 교체였다. 당시 북한은 남한에 경제지원을 요구했다. 러시아는 이러한 상황을 이용해 남한에 한 가지 제안을 했다. 노태우 정부 시절 경제위기에 처한 러시아는 남한으로부터 막대한 돈을 지원받았다. 군사무기로 차관 일부를 변제해오던 러시아는 우리 측에 “북한의 노후된 철도를 비롯해 각종 시설물을 교체해 줄 테니 러시아의 차관을 그 비용으로 대신하자”는 제안을 한 것이다.


북한의 노후시설은 대부분 러시아에서 수입한 것이기 때문에 러시아가 모든 노후시설을 새것으로 교체하는 것이 여러 면에서 합리적이라는 게 러시아의 주장이었다. 당시 북한은 러시아 지원과는 별도로 남측이 북한을 지원해 달라고 요구했다. 러시아의 대북 지원은 북-러 간에 풀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러시아의 물자교체 지원을 남한의 지원으로 보기에는 모호하다는 것이었다. 또 북한은 달러와 같은 현물을 더 원하고 있었다.


이 문제를 놓고 정치권에서는 찬반양론이 팽팽히 맞섰다. 남한-러시아-북한은 의견 차를 좁히지 못해 이 문제는 결국 흐지부지 없던 일로 마무리됐다.


이 때문에 이번 김 위원장의 방러에서 논의된 사안들은 대부분 이미 거론됐던 것이라는 지적에 무게를 싣는 전문가도 적지 않다. 일부에서는 과거 푸틴과 김 위원장이 가진 북·러 정상회담에서 경제협력에 대한 논의가 있었지만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는 점 등에 비춰 이번 정상회담도 논의 수준에서 그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중국 야심 견제 위해 러시아 카드


일부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러시아와 군사적 밀약을 맺었다고 보고 있다. 그 내용에 대해서는 아직 확인된 바 없지만 경제협력과 더불어 중국에 대한 군사적 견제조치 등을 세부적으로 논의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또 러시아가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지지 또는 인정하고 동북아 균형발전을 모색했을 수도 있다. 현재 중국의 급격한 경제력 군사력 성장은 인접국인 러시아에 큰 위협요소다. 뿐만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는 외교적 관계가 원만하지 못하다. 러시아가 불법 어업활동을 하는 중국 어민을 사살하는 사건도 여러 차례 발생했고 러시아와 중국의 국경 분쟁도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북한은 김 위원장 사후 중국이 북한을 삼킬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이 팽배한 게 사실이다. 이에 김 위원장 생전에 중국 견제 카드를 확보할 필요성을 느꼈을 수도 있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김 위원장의 중국 방문이 러시아의 방문 때와는 표면적으로도 확연히 차이나는 것도 이 분석을 뒷받침한다.


김 위원장은 러시아를 방문하기에 앞서 지난 5월 20일 중국을 전격 방문하고 6일 뒤 특별열차를 타고 베이징을 출발 다음날인 27일 방중 일정을 마무리했다.


김 위원장은 방중 첫날 투먼(圖們)을 통해 입국한 후 무단장(牧丹江) 베이산(北山)공원에 있는 항일연군기념탑을 참배했다. 이어 하얼빈(哈爾濱)을 무정차 통과해 창춘(長春)에 도착한 일행은 중국 동북지역의 대표적 산업시설이자 북한과의 합작투자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이치자동차를 시찰했다.


신뢰도 높은 한 북한 소식통에 따르면 여기까지가 김 위원장의 공식 일정이고 나머지는 특별한 의미가 없는 행보다.


김 위원장이 장훈에서 약 30시간을 달려 도착한 양저우는 장쩌민(江澤民) 전 중국 국가 주석의 고향인 데다 김일성 주석이 장쩌민 전 주석과 함께 방문했던 곳이라는 점에서 이곳 방문은 상당히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 다만 이는 실무와는 무관한 상징적 행보로 분석된다.


이번 김 위원장의 루트는 일제 강점기 시절 항일투사들의 이동루트와 거의 일치한다. 북한의 정통성과 더불어 민족적 상징성을 이번 방중 행보에 투영하려 한 의도로 분석되고 있다.

최근 북한 소식통에 따르면 이번 김 위원장의 방중은 내용면에서는 다소 싱거울 수 있으나 그 의미는 매우 크다. 말하자면 이번 방중은 앞으로 동북아에 큰 변화를 예고하는 서막이라는 것이다.


강성대국 위해 맹방 재설정


북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북한이 맹방으로 통하던 중국과의 관계에 큰 변화를 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최근 북한은 중국과의 협력을 논의하러 방중한 게 아니라 북한의 맹방을 새롭게 설정하기 위한 것이라는 이야기다. 북한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에 최종 입장을 물으려 한 것이 이번 김 위원장 방중의 진짜 목적이다.


김 위원장의 방중과 관련해 귀를 솔깃하게 하는 말도 들린다.


또 다른 북한 소식통은 “이번 방중을 통해 북중맹방은 사실상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앞으로 북한은 미국과 대타협점을 이룰 것이며 북핵 문제는 이미 미국과 합의한 상태에서 중국을 방문한 것”이라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김 위원장은 중국의 본의를 확인하기 위해 방중한 것”이라며 “북한 내 자원개발과 관련해 중국의 지원문제 등을 논의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이번 방중을 통해 중국의 본심이 북한을 속국으로 두려한다는 것을 재차 확인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북미 간에 대타협이 이뤄진다면 남북관계도 급진전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이 소식통은 “곧 북한은 미국과 협상 제스처를 취할 것이다. 그리고 남한과 극적으로 북핵문제 합의점에 도달할 것”이라며 “북한이 핵무기를 완전히 내려놓지는 않겠지만 그에 준하는 조치를 보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올해 초 미국의 우드로 윌슨 연구소와 경남대학교 북한 연구소는 가상 통일 결과를 도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시나리오에 따르면 현 상태에서 통일될 경우 북한 지역의 주요 지하자원은 중국이 싹쓸이 하게 돼 있고 북한은 빈껍데기만 남는다. 그렇게 되면 통일 후 북한지역 경제 발전은 사실상 불가능해지며 남한은 북한 전역을 경제적으로 중국에 완전히 내주는 상황이 될 것으로 공동연구에서 드러났다. 북한이 중국 대신 미국을 선택하게 될 것이라는 소식통의 말에 무게가 실리는 것도 그래서다.


일부 북한 전문가들은 이미 미국과 북한이 향후 협력안에 의견일치를 보았으며 최종적인 조율과정만 남아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아직 북-미, 북-중, 남-북 관계는 여러 변수가 도사리고 있어 한치 앞을 전망하기 힘든 상황이다.


<최영의 객원기자>

최영의 객원기자 choi@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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