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생과 환생
지난 수천 년 동안 많은 사람들에 의해 논란이 되어 왔지만 여전히 결론을 내리지 못한 문제들이 있다. 전생과 환생도 그 가운데 하나이다. 몇 해 전 우리 사회에서는 최면을 통한 전생前生 체험론이 보급됨으로써 전생이란 단어가 낯설지 않은 사회적 용어로 자리 잡았다. 최근 들어서는 젊은층 사이에서 폭발적인 관심을 일으키고 있다.
TV 오락 프로그램에서 ‘전생 요법가’로 자처하는 사람들이 등장해 연예인들의 전생을 알아내는 장면이 심심찮게 방영되는가 하면, 전생을 주제로 다루고 있는 인터넷 사이트는 젊은 네티즌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고, 전생을 소재로 한 영화들도 선보였다.
기독교나 의학계에서는 여전히 전생과 환생에 대해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미신으로 치부하고는 진지한 접근조차 외면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모든 것을 과학으로 설명하려는 서구에서도 최근에는 전생과 환생에 대해 많은 관심을 쏟고 있다.
프랑스나 미국의 예술인 등 유명인사들은 자신의 전생을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영화배우 셜리 맥클레인이나 가수 티나 터너, 디자이너 파코 라반 등이 대표적인 인물이다. 한때 팝계의 여왕이었던 티나 터너는 자신이 이집트의 왕족이었다고 말한다.
프랑스인 중에는 전생에 자신이 파라오나 클레오파트라, 부르봉 왕가의 귀족이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가장 흔한 것은 나폴레옹으로, 어느 한 모임에 참석한 사람들 중 서너 명이 동시에 자신이 전생에 나폴레옹이었다고 주장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서구에서는 환생을 과학적으로 추적하는 노력과 함께 심리학자와 정신과 의사들이 전생을 밝히는 연구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전생 추적으로 고질병 원인 밝혀
미국의 과학자들도 기묘한 경험을 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을 과학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그 대상들의 삶을 오랫동안 추적하고 있다. 이 분야의 개척자인 버지니아 샤를롯빌 대학 이안 스티븐슨 교수팀은 세계 각 지역의 어린아이들이 현재 살고 있는 장소와는 전혀 무관한 사람들과 장소, 사건들을 기억하고 있음을 발견했다.
그 가운데 마니카라는 아이의 실화는 프랑수아 빌리에르 감독에 의해 영화화하기도 했다. 스티븐슨 교수는 2000여 건의 사례를 면밀히 조사해 다른 어떠한 과학적 근거로도 설명할 길이 없는 20명의 경우를 모아 책으로 출간했다.
1952년 영국의 캐논 박사는 1382명에 대한 전생 자료를 수집하여『잠재력The power Within』이라는 책을 출판했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전생의 사실 여부만 기술한 것이 아니라 아무리 치료해도 낫지 않는 고질적인 병이 전생 최면을 통해 치료가 가능했다는 점을 주장하고 있다. 즉, 전생을 거꾸로 알아나가다 보면 고질병의 원인이 전생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 수 있는데 그 원인을 알고 이해하면 치료가 된다는 것이다.
이것은 전생최면이 단순한 전생퇴행의 체험에서 한발 앞서 나가 전생 요법으로 발전하는 단서를 제공하게 된 것이다. 캐논 박사의 이런 사례들에 의거해서 학자들이 전생 요법을 개발하여 요즈음은 세계적으로 유행하게 되었다. 그렇지만 정신분석학자들은 이러한 많은 전생 여행자의 경우를 다중 인격이라는 신경병리학적 징후에서 비롯되었다고 보고 있다.
또한 기독교에서는 전생을 환생으로 연결시켜서 보는데 그들은 이 모두를 부정하고 있다. 기독교의 창조 원리와 세계관, 부활신앙에 근본적으로 배치된다는 것이다. 그들이 주장하는 부활은 사후의 영혼이 새로운 생명을 얻어 세상에 오는 것으로 영혼이 이 육체, 저 육체를 바꿔가며 다시 태어난다는 환생의 사상과는 전혀 다르다는 것이 기독교의 주장이다. 그들은 전생과 환생을 미신적인 방편에 불과하다고 보고 있다.
기독교에서 환생 인정
그렇지만 옛날에는 기독교에도 환생을 인정하는 종파가 있었다. 어느 날 기독교의 많은 종파가 천국의 아름다움과 지옥의 무서움을 강조하기 위해 환생을 인정하지 않기로 했다. 그것은 교회와 국가권력의 공모에 의한 것이었다. 그들은 인간의 구원이 개개인에게 달려 있다는 환생설에 자기들의 권위가 도전받는 것을 두려워했던 것이다.
비잔틴 제국의 유스티니아누스 황제가 서기 553년 환생설을 ‘악마의 재림’이라고 경고한 이래, 기독교 신자들은 영생永生을 믿도록 세뇌당하다시피 했다. 불멸성과 영적인 자매 관계에 있는 환생을 무시하고서 말이다. 기독교인들은 탄생과 동시에 영생이 시작된다고 배운다. 그러나 끝이 없으려면 시작 또한 없어야 한다. 시작 없는 끝이 어떻게 존재할 수 있는가.
중세의 암흑기가 퇴조하면서 서구 사회는 개인의 가치를 찬양하는 쪽으로 급선회했다. 마침내 교황권이 붕괴되고 계몽주의 시대가 열리면서 유럽의 지성인들은 환생에 대한 신념을 표방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환생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며 정의와 의미, 목적을 갖고서 불공정한 세상의 혼란을 진정시킨다”는 신념이었다. 볼테르는 “결국 두 번 태어난다는 것은 한 번 태어나는 것보다 크게 놀랄 만한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인터넷팀 기자 ilyo@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