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1위 타이틀 불신 팽배…잘못된 관행 ‘지적’
법으로 규제냐? 창의성이냐? 공분 팽배

롯데칠성음료(사장 이재혁)의 미투(Me Too)경영이 질타를 받고 있다. 도가 지나치다는 이유에서다. 미투경영은 인기 경쟁 제품에 편승해 모방하는 것을 말하는데 롯데칠성은 경영진이 바뀐 후에도 이 같은 악습(?)을 되풀이하고 있다.
실제 2000년대 보도된 신문기사에서도 롯데칠성의 미투경영을 지적한 사례를 찾아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롯데칠성음료의 1위 자리 고수는 역대 사장단의 잘못된 미투경영 철학이 바탕이 되었다며 이제라도 이 관행이 깨져야 한다는 분석이다. 롯데칠성의 미투경영을 되짚어본다.
[사례1]
연말을 맞이해 잦은 술자리를 갖는 유통업체 샐러리맨 C(33)씨. 협력업체 담당자들과의 친목모임에 경쟁사 제품을 챙겨가는 황당한 행동을 하고야 말았다. CJ제일제당의 ‘컨디션 헛개수’를 준비한다는 것이 경쟁업체인 롯데칠성의 ‘아침헛개’를 준비한 것. 이미지가 비슷해 실수를 하고 말았다.
[사례2]
프랑스산 ‘에비앙’만 마신다는 대학생 A(22)양. 알프스 빙하의 고품질 이미지 때문에 1800원이라는 고가에도 이 제품만을 고집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이 제품 가격이 900원 대로 떨어져 의아해했다고. 알고 보니 롯데칠성의 ‘아이시스 8.0’이였던 것. 비슷한 핑크색 라벨을 사용해 A양이 현혹되고 만 것이다.
롯데칠성 미투경영에 따른 피해를 호소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맛과 디자인이 비슷해 기존 제품과 구분이 어렵기 때문이다.
유명 포털사이트에 ‘롯데칠성 미투경영’을 검색하면 언론보도는 물론 ‘현혹된 소비자들의 아우성’들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실제 취재진도 검색해본 결과 수많은 댓글과 10여 년이 넘은 글 들 중에서도 이 같은 문제를 지적 하는 사례들을 찾을 수 있었다.
롯데칠성의 대부분의 제품에서 10년이 넘도록 이 같은 전략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칠성이 최근 내놓은 ‘황금보리’ 음료는 웅진식품의 ‘하늘보리’와 흡사하다. ‘레쓰비 카페타임’ 역시 기존 ‘레쓰비’ 제품보다 용량을 늘리고, 컬러를 브라운계열로 재단장해 코카콜라사의 ‘조지아 오리지널’과 유사하게 만들었다.
얼마 전에는 이 대표의 처녀작인 ‘데일리C 비타민워터’가 코카콜라의 ‘글라소 비타민워터’를 모방했다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롯데칠성의 미투경영 논란이 어제오늘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2000년대 초반에도 똑같은 문제로 동종업계로부터 따가운 질타와 언론의 도마위에 오르기도 했다.
취재진이 조사한 결과 ‘롯데칠성의 미투경영’을 지적하는 글들은 2000년, 2003년, 2007년에도 있다. 대부분의 내용은 비슷했다. 모방해서 성공했다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당시 보도된 모 신문의 내용을 보면, “펩시콜라와 제휴관계에 있는 롯데칠성은 과거 1984년 코카콜라의 ‘암바사’가 인기를 끌자 5년 후인 1989년 비슷한 ‘밀키스’를 선보여 역전했다.
이밖에도 1999년 7월 출시한 ‘2% 부족할 때’는 3개월 먼저 나온 남양유업 ‘니어워터O2’의 미투상품이라는 의혹을 받았으며 2004년 광동제약의 ‘비타 500’과 유사한 ‘비타파워’, 2009년에는 ‘환타 쉐이커’를 모방한 ‘쉐이킷 붐붐’등 유사제품을 꾸준히 선보였다”고 보도했다.
당시 롯데칠성 수장은 전임 이광훈 사장이었다. 현 이 사장은 지난 5월 취임했지만 이러한 악습은 그대로 이어 받았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공공연한 비판이다.
음료업계의 공공연한 비밀
때문에 업계에선 롯데칠성 1위 고수는 기업명에 따른 우월성 때문이지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모 업계 관계자는 “후발업체들이 미투 전략을 쓰는 경우는 있지만 선두 업체의 미투 마케팅은 드물다”며 “롯데칠성의 경우 막강한 영업력과 자본으로 상대적으로 약한 경쟁사 제품까지 잠식할 수 있는 게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롯데칠성 관계자는 “이미 준비하고 있던 제품들이다”라며 “다른 경쟁사들도 이와 유사한 마케팅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인 것이다.
아울러 음료시장에선 톱니바퀴돌듯 마켓리더 제품을 따라 하는 미투상품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때문에 미투경영 논란은 음료시장에서만큼은 지속될 것이라는게 동종업계의 전언이다.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