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석규, 신하균...3단 열연’, ‘풍선껌 키스’ 등 이슈로 시청률 상승 기여
다혈질, 매정한 캐릭터임에도 불구 팬심 휘어잡아

TV와 스크린을 활발하게 오가는 연기자이기보다는 오로지 영화배우이길 원했던 한석규(48), 신하균(38)이 각각 16년, 8년 만에 TV드라마 주연을 맡았다. 한석규는 SBS 사극 ‘뿌리깊은 나무’에서 세종 역을 신하균은 KBS 의학드라마 ‘브레인’에서 이강훈을 열연 중이다. 시청자들은 한석규 신하균의 TV 나들이에 열광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길게는 몇 년에 한 번 등장해 불과 2시간 만에 끝나는 영화와 달리, TV 장편드라마는 20부작 이상으로 구성돼 있기 때문이다. 한석규, 신하균의 골수팬들 또한 매주 드라마를 챙겨 보면서 그동안의 갈증을 채우고 있다. 두 배우가 내뱉는 연기, 대사 하나하나가 연예 뉴스의 상위권을 차지하면서 드라마 외적인 이슈로 번질 정도다. 최근 드라마 시장은 배우의 인기와 연기력이 비례하지 않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발견 됐는데, 두 배우는 전문가들로부터 극찬을 받고 있다. 오는 31일 연기대상의 유력한 후보로 점쳐질 만한 조건이 충분하다는 것. 드라마 막바지를 맞이해 한석규, 신하균의 존재감을 조명했다.
한석규는 1995년 MBC 드라마 ‘호텔’ 이후로, 신하균은 2003년 MBC ‘좋은 사람’ 이후 처음으로 지상파TV를 찾았다. 신하균의 경우 지난해 tvN ‘위기일발 풍년빌라’에 출연한 적이 있으나 케이블 방송인 점과, 방영기간이 길지 않은 점 등 때문에 많은 이들에게 인상을 심어주진 못했다.
처음부터 이들의 성공이 예견되지는 않았다. 방영을 앞둔 시점에는 두 영화배우의 복귀에 대해 “영화와 코드가 다른 TV드라마만의 분위기를 어색해 할 것이다”, “20부작(1000분)을 훨씬 상회하는 호흡이 버거울 지도 모른다”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그만큼 한석규, 신하균의 TV드라마 출연은 뜻밖이었다.
하지만 이 같은 예견은 방영 첫 회 만에 기우로 치부됐다. 두 배우는 절대적인 카리스마, 세심한 표현력으로 연기 ‘본좌’가 무엇인지 증명해냈다.

한석규는 세종대왕의 일대기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뿌리깊은 나무’에서 세종 이도에 대한 정의를 새롭게 내렸다. 한글을 창제한 위대한 임금이라는 막연한 이미지에서 벗어나, 왕의 고뇌와 인간성을 생생하게 불어 넣은 것이다. 특히 드라마 초반 성질이 급하고 다혈질인데다가 ‘지랄’, ‘우라질’ 같은 욕을 쓰는 연기는 틀에 박힌 왕의 이미지와 많이 달라 색다른 재미를 선사했다.
한석규는 한글 반포를 놓고 대신들과 마찰을 벌이는 장면 등에서도 능수능란한 모습으로 연기 달인의 ‘아우라’를 과시했다.
한석규의 연기는 여성 포털사이트가 실시한 ‘최고의 남자 배우’ 설문에서 1위를 차지하는 결과로도 이어졌다. ‘이지데이’에서 한석규는 50을 바라보는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31.7%의 득표율로 최고의 남자배우가 됐다.
22회까지 진행된 ‘뿌리깊은 나무’는 결말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부동의 시청률 1위에 만족감을 표했던 제작진들은 “‘뿌리깊은 나무’다운 결말을 준비 중이라 현재 함구령이 내려져 있다”며 웰메이드 드라마에 유종의 미를 거두겠다는 포부를 전했다.
신하균은 ‘브레인’을 통해 독설 캐릭터의 최종판이 무엇인지 보여줬다. 신하균이 분한 이강훈은 실력파 신경외과 전임의로 자신의 욕망을 향해 직진하는 캐릭터다. 이강훈은 실력 면에서는 누구보다 뒤지지 않는 천재성을 가지고 있지만 매사 까칠함을 드러내는 인물이다.
‘브레인’에서 신하균은 외골수 이강훈의 성공과 좌절, 동료들과의 갈등을 완벽하게 소화해 고정 팬을 확보했다.
특히 대역 없이 진행되는 신하균의 수술 연기는 촬영 현장에서 자문단으로 도움을 주고 있는 실제 신경외과 의사들의 감탄을 자아냈다는 후문까지 나오고 있다.
두 배우의 ‘미친 존재감’ 때문에 네티즌들은 “SBS, KBS의 연기대상 후보는 벌써 정해져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10월 이후부터 방영된 드라마에 출연한 점도 두 배우 입장에서는 무시할 수 없는 호재다.
한석규는 같은 드라마에 출연한 장혁, 범죄수사 드라마 ‘싸인’에 출연했던 박신양 등과 연기대상 경쟁이 유력해 보인다. 신하균의 경우 ‘공주의 남자’에 출연한 김영철과 박시후, ‘광개토대왕’의 이태곤 등과 경합을 벌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영화팬들은 두 영화배우의 TV드라마 진출이 연기대상이라는 쾌거로 이어질지 주목하고 있다.
<이창환 기자> hojj@ilyoseoul.co.kr
이창환 기자 hojj@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