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유일한 한국인 ‘플레이보이’(PLAYBOY) 모델인 이파니(26)는 인터넷 포토 뉴스와 여자 연예인 화보 검색란의 단골손님이다. 그녀의 프로페셔널한 포즈와 밝은 표정은 남성들뿐만 아니라 여성들도 아름답게 여긴다.
이파니는 ‘루시 리우’와 같은 할리우드 배우를 꿈꾸다 연예인의 길로 접어들었다. ‘킬 빌’, ‘미녀삼총사’에 출연한 루시 리우에게 반한 이후로 그녀처럼 되기 위해 다양한 선발대회에 도전했고, 한국 ‘플레이보이모델선발대회’에서 우승하는 기쁨을 누렸다는 것. 방송계 또한 자신감 넘치는 이파니의 모습에 관심을 보였고, 한국인 1호 플레이보이 모델이라는 점은 그녀를 다른 여자 탤런트 이상으로 특별하게 만들었다. 2006년부터 활동을 시작한 이파니는 배우, 예능인, 가수, 사회활동가로서의 경험을 쌓아가면서 외모와 몸매 이외의 실력을 쌓기 위해 노력 중이다. 유명 영화에서 배드신이 포함된 섹시한 캐릭터를 맡을 기회도 있었지만, 부족하다고 느끼는 연기력 때문에 거절도 많이 했다.
그녀는 ‘플레이보이’ 촬영 이후로는 수영복 이상의 노출이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자신을 ‘성인 모델’ 만으로 보는 시선이 조금은 섭섭하다고 한다. 현재 이파니는 연극 ‘가자 장미여관으로’에서 여주인공을 맡고 있다. 동료 배우들, 관객들과 함께 호흡하면서 연극을 알아가고 연기를 알아가고 있는 그녀를 알아봤다.

-이파니를 한마디로 정의하면 섹스어필이다. 이에 대한 자부심이 들 때도 있나.
▶ 자부심?, 잘 모르겠다. 사실 내가 ‘섹시하다’고 말하는 것도 민망한 것 같다. 하지만 사람들이 그렇게 봐주기 때문에 좋은 점은 하나 있다. 내가 이혼녀에 아기 엄마이지 않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섹시하다, 이쁘다, 라는 소리를 듣는 게 좋기는 하다. 그러나 내 섹시함은 기획사, 언론의 소개와 홍보로 키워진 점이 크다고 본다.
-‘이파니’는 한글이름인가. 처음에는 ‘플레이보이모델’이라는 수식어와 이파니라는 이름 때문에 재미 교포인줄 알았다.
▶ 토종 한국인이다. 비파 (파)에 기름질 (니) 자를 써서 이파니다. 비파의 음악소리처럼 매끄럽게 흘러가라는 뜻이다. 그런데 가끔 사람들이 ‘소녀시대’ 멤버 티파니의 이름을 따라했다고 지적 한다. 내가 티파니보다 나이도 많고 원조인데도 말이다.
-발 안쪽에 새겨진 영문 문신은 무슨 내용인가.
▶ ‘죽음보다 강한 것은 이성이 아니라 사랑이다’라는 말이다. 감정적으로 살고 싶어서 새겼다.
-차세대 ‘글래머’의 대명사다. 가슴사이즈를 물어봐도 되나.
▶ C컵이다. 일본 기준으로는 D컵이라더라. 한국에 맞는 브래지어가 거의 없어 일본 제품을 많이 착용한다.
-중학생 시절부터 이미 글래머였나. 부러움을 샀을 것 같은데.
▶ 고3때 갑자기 커졌다. 신기했다. 그 전만 해도 가슴이 없어서 고민이었는데 말이다.
-언제서부터 인가 방송에도 나오고 인기 검색어, 포토 뉴스에서 자주 볼 수 있었다. 그래도 대중적인 인지도 면에서 아쉬울 때가 있을 것 같은데.
▶ 인지도 부족 면에서는 아쉽지 않다. 나를 딱 정의하는 작품이 없다는 점이 아쉽지.
-가십거리로 인한 이슈 보다는, 작품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싶다는 건가
▶ 검색어 1위에 종종 오르내렸지만, 출연한 작품이나 내 연기 때문에 관심을 받은 건 아니었다.
-좋은 작품을 만나기 위해서는 운도 따라야겠지만 실력도 중요할 것이다.
▶ ‘방자전’, ‘색즉시공2’, ‘가루지기’, ‘완벽한 파트너’ 등에서 러브콜이 왔었는데 내가 부족한 것 같아 거절했다. (이들 영화는 모두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의 섹스코미디다.) 모두 주연급 배역이었고 내게 먼저 오퍼가 왔다. 하지만 ‘이미지’ 때문에 제의를 받는 것이 싫더라. 벗는 연기를 ‘못 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단지 연기의 틀이 다져진 후에 출연하고 싶은 마음이다. 출연 유혹에 흔들릴 때는 ‘연습도 안됐는데, 야한 것부터 찍지 말자’고 되뇌였다.
-화보로 보나 실제로 보나 굉장히 날씬하다. 먹어도 살이 안찌는 체질인가. 아니면 소식하는 편인가.
▶ 사람은 먹으면 다 찐다. 먹는 양을 조절한 게 몸매유지의 비결이다. 소식을 오랫동안 해서 그런지 남들보다 위가 작다. 조금씩 먹어도 배가 부른데, 습관처럼 몸에 배인 것 같다.
-173㎝에 49㎏다. 이렇게 날씬한 몸매는 대부분 여성들의 ‘로망’이겠지만, 본인은 풍만한 육체의 여성에 부러움을 느끼기도 하나. 비욘세나, 김혜수 같은.
▶ 무척 부러워한다. 살을 찌워서 그렇게 만들 수 없는 건 아니지만, 키가 커서 그런지 그녀들과 같은 모습이 안 나오겠더라. 내가 그렇게 하면 정말 거구처럼 보일 거다.
-짧은 것보다는 긴 게 낫다고, 큰 키에 볼륨이 더해지면 훨씬 육감적으로 보일 텐데
▶ 내가 화보를 많이 찍지 않나. 의상 모델을 할 때는 중요한 게 ‘핏’이다. 그런 부분들을 위해서라면 지금의 몸을 유지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2006년 초 열린 ‘플레이보이모델선발대회’에서 1위를 했다. 이 대회는 매년 열리나.
▶ 2006년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미국 ‘플레이보이’에서 ‘2006년 독일 월드컵’을 위한 아시아 대표모델을 선발하려고 했다. 그리고 그 대표모델을 한국에서 뽑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중국, 일본과 달리 한국은 플레이보이모델이 없었던 게 이유였던 것 같다. 그래서 한국에서 개최됐고 나도 참가했다.
-1등을 차지했을 때의 느낌이 궁금하다.
▶ 상상도 못했다. 내가 당시 아무것도 몰랐던 19살 ‘초짜’였던 데 반해, 다른 참가자들은 섹시하고 육감적인 매력이 넘쳤다. 그래도 자신감 있게 행동했다. 뽑힌 이유를 나중에 들어보니, 내가 ‘정작 뽑아놨을 때 가서 망신 안당하고, 당당하게 해내고 올 지원자’처럼 보였다더라.
-참가계기는 뭐였나.
▶ 당시 인터넷을 뒤지면서 대회란 대회는 다 나가려고 했다. 프로필도 많이 보냈다. 그러다가 ‘당신도 플레이보이가 될 수 있습니다’라는 광고를 보고 신청했다. 조금 유치하지만 이때 꿈은 ‘루시 리우’ 와 같은 동양 출신의 할리우드 배우가 되는 것이었다. KBS 별관 앞에서 엑스트라 알바를 하면서도 할리우드를 바라보며 선발대회에 도전했다.
-몇 명이 2006 플레이보이모델선발대회에 참가했나.
▶ 2000명 정도다. 본선 무대까지 가면서 17명으로 줄었다. 나는 17명 중 16번이었다.

-플레이모델선발대회 이후로 ‘이태원 지구촌 축제’ 홍보대사, 평창한우마을 홍보대사로 선정됐더라. 플레이보이 덕택이라고 봐도 되나.
▶ 그런 것도 있지만, 그것과 별개로 사회적인 활동을 좋아한다. 예를 들면 안면기형아(언청이) 돕기 활동도 직접 주최해서 사람들을 모은 적도 있다. 나도 엄마다보니까 안면기형을 앓고 있는데도 고치지 못하는 아이들이 안타까웠다. 이들을 도와주는 단체를 만들었고, 성형외과 병원의 모델이 돼주는 대신, 무료수술을 지원해 줬다. (언청이 수술은 6~7세 때 가능한데,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성형수술은 상대적으로 비싸다고 한다)
-예능 프로그램, TV드라마, 음반발매, 연극 등 다양한 분야에 진출했다.
▶ 다른 분야에 몸을 담을 때마다 새로운 인생을 살아보는 듯한 기분이 들어 즐겁더라. 한 가지에 올인 한다면 연기를 할 것 같다.
-출연한 예능 중 ‘러브프로젝트’는 일반인 출연자와 만남을 갖는 내용으로 알고 있다. 혹시 방송 이후에도 친분을 유지하는 남자가 있나.
▶ ‘러브프로젝트’는 매주 두 명의 남자와 1박 2일 데이트를 하는 구성이었다. 둘 중 한사람이 떨어지면 다음 주에 다른 남자로 교체된다. 밀어내기 방식이다. 이때 인연을 계기로 친구로 지내는 출연자가 3명 있다.
그 중 한명은 벌써 국회의원에 출마한다. 우리나라 최연소 ‘공인 노무사’인데, 작년에 강남 구의원이 됐다. 스물아홉 인데 국회의원에 출마 한다더라. 다른 한 명은 의사다. 정말 친하게 지내고 있다. 내가 감기가 걸렸을 때 주사기를 들고 집으로 찾아온다. 대신 간호사가 아니라서 그런지 많이 아프더라.
(‘러브프로젝트’는 의사, 판사, 변호사, 파일럿, CEO 등 대한민국 상위 1%의 남성들을 이파니의 맞선 남으로 출연시켜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현재 출연하고 있는 ‘가자 장미여관으로’는 세미 뮤지컬을 표방한 성인 연극이다. 끼를 다방면으로 표출할 수 있던 기회였겠다.
▶ 다 어설프다. 하지만 자신감과, 열심히 하려는 의지가 좋게 비춰지는 것 같다. 공연 할 때마다 관객들과 호흡하고 대화하고 싶어서 적극적으로 다가간다.
-공연 중 재밌었던 에피소드가 있다면
▶ 1인 2역을 하는데, 가발로 역할을 구분한다. 그런데 가발을 쓰고 나와야 하는 씬에서 그냥 나와 버렸다. 다음 장면은 남자 배우가 내 가발을 벗기는 거였는데, 내 생머리를 막 잡아당겼다. 관객들이 웃고 난리였다. 눈치를 줬는데 긴장해서 못 알아차렸나보다.
-특기가 무에타이라고 나와 있더라. 왜 격기 중에서도 험한 무에타이를 배웠나.
▶ 집 앞에 무에타이 체육관이 있었다. 합기도나 태권도는 좀 식상하지 않나. 2년 정도 배웠다.
-무에타이는 안면 니킥과, 팔꿈치 공격도 있는데, 안 무섭나.
▶ 개인적으로 헬스장에서 운동하는 사람들을 이해 못하겠다. 도 닦는 것도 아니고 답답하다. 혼자서 당기고 뛰어야 하지 않나. 자신과의 싸움보다는 남과의 경쟁이 좋다. 체육관에 다닐 때는 관장님이 선수해보라고도 했다. 선수를 준비하는 여자 선수에게 스파링 판정승을 거둔 적도 있다.
-5살 남자아이를 둔 이혼녀다. 전 남편과는 2009년 이혼 했던데 성격차이인가.
▶ 돈 문제, 성격차이, 다툼, 남편의 능력부재 등 이혼 사유는 많다. 결혼 할 당시에는 내가 많이 어렸고, 양육에 대한 개념도 지금보다 부족했다.
-2012년 목표는 뭐가 있을까
▶ ‘Lovely Day’(Single)에 이어 집적 음반을 제작하고 있다. 그리고 내가 쓴 에세이집도 출간 된다. 카툰을 그려서 함께 실었으니까 재밌게 읽을 수 있을 거다. 그림을 전공했는데, 음악, 미술, 글쓰기를 너무 좋아한다. 사업 적으로는 특별한 의류브랜드를 준비 중이다. 꽤나 특이한 시도라서 대중들이 놀랄지도 모르겠다.
<이창환 기자> hojj@ilyoseoul.co.kr
이창환 기자 hojj@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