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직후 전 세계의 이목은 한반도 정세의 불확실성 증폭과 후계자 김정은 체제가 제대로 안착할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37년간의 철권통치를 휘둘러 왔던 김정일의 빈자리는 권력 수뇌부뿐만 아니라 북한 주민들에까지 적지 않은 상실감과 동요에 따른 돌발 변수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초래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북한 당국은 오는 28일 김 위원장의 영결식을 치르고 29일까지 애도기간으로 정했다. 대북 전문가들은 장례 절차를 마치기까지는 특이한 징후를 포착하기 어렵겠지만 상당기간 후계자 김정은을 앞세운 집단지도체제로 운영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문제는 강성대국을 선언하겠다고 밝혀왔던 2012년의 북한 내부 정세는 1인 독재 체제에 익숙한 권력의 속성상 김정은을 중심하는 새로운 지도체제 확립을 가속화하는 과정에서 신진 세력과 구세력의 충돌이 예견된다는 점이다.
특히 선군 정치로 길들여져 왔던 기존 기득권을 유지해왔던 군부세력 중 일부가 김정은 중심의 집단지도체제로 편입되지 못할 경우 반발에 따른 내부 권력투쟁이 본격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정부의 한 고위 소식통은 21일 “김정은이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발표 전 전군에 ‘김정은 대장 명령 1호’를 하달했다”고 밝혔다. 이 소식통은 “이는 김정은이 군권을 완전히 장악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며 “‘김정은 대장 명령 1호’는 전군에 훈련을 중지하고 즉각 소속부대로 복귀하라는 내용”이라고 전했다.
‘김정은 대장 명령 1호’는 김정일 사망 이후 군부 단속 차원에서 사실상 인민군 최고사령관으로서 하달한 첫 명령이었던 셈이다.
김정은, 군부 훈련 중단 첫 명령 하달 이후 미사일 발사?
그러나 일각의 대북전문가들은 김정은이 군부에 지시한 첫 명령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한 대북 전문가는 <일요서울>과의 전화통화에서 “김정은이 군부에 모든 훈련을 중단하라고 지시했다면 김정일 사망 발표 직후 북한군 수뇌부가 전군에 ‘특별경계근무 2호’를 발령한 것과 상충하는 부분이 있다”며 “동해상에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한 것이 김정은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보기에는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대북전문가는 “김정일 장례 절차를 마치고 내년 초를 기점으로 북한 수뇌부의 권력 암투가 점차 수면 위로 부상할 수 있다”며 “만약 김정은 체제로 가는 과도 집단지도체제를 떠받들고 있는 파워엘리트 계층의 분열이 가시화되면 군부의 쿠데타로 3대 세습 체제가 붕괴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정일 사망 발표 시점에서 엿볼 수 있는 것은 군부의 동요를 차단하려는 의도를 엿볼 수 있다. 그 이유는 1994년 김일성 주석이 사망한지 34시간 만에 발표했던 것과 달리 김정일 사망의 경우 51시간이나 미뤄졌다는 것이다. 이는 반대로 후계자 김정은이 군부를 완전히 장악하지 못했음을 방증하는 것이다.
경험이 일천한 김정은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이 장의위원장으로 발표된 것으로 볼 때 대내외적으로 명실상수 권력서열 1위에 올랐다.

하지만 군 통솔 경험이 일천한 김정은이 아무리 김정일 사망이라는 특수 상황이라고는 해도 ‘대장’ 계급에서 곧바로 인민군 최고사령관으로 수직상승하는 것에 대한 군부 내 반감은 속으로 감춰져 있지만 언젠가 터져 나올 갈등 요인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 후계자 김정은이 불과 정권 내부적으로 2~3년 사이에 걸쳐 김정일 독재체제와는 비교도 안 될 단기간에 노동당 파워엘리트와 군부 수뇌부 요직을 차지하고 있는 혁명 1, 2세대를 장악했다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는 점에서 향후 내부 권력투쟁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송민순 의원은 20일 “북한 집권층이 갖고 있는 집단적 포위심리, 즉 집권세력의 한 부분이 무너져 내린다면 다른 부분도 함께 무너진다는 운명공동체적 성격이 그들을 응집시키고 있기에 권력내부 투쟁이 정권 붕괴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전망했다.
이러한 주장은 역설적으로 김정은 체제가 과도기적인 집단지도체제를 벗어나 안착하기 위해선 노동당과 군부로 양분돼 지탱해온 북한 권력 수뇌부를 모두 완전히 장악해야 가능하다. 여기에는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고, 그 과정에서 어느 한축의 반발도 용납해선 안 될 압축적이고 집요한 고도의 정치적 리더십이 요구되는 전제가 깔려있다.
이런 점에서 향후 20대 후반의 김정은 체제가 장성택과 김경희 세력을 끼고 당과 군부를 수중에 넣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일부 대북 전문가들의 분석은 김정일 사후 2012년 한반도 정세가 불확실성이 증폭될 수 있다는 전 세계의 우려 속에 설득력을 얻고 있다.
<고동석 기자>kds@ilyoseoul.co.kr
고동석 기자 kd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