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비공화국’ 짙은 그늘 MB 덮치다
‘로비공화국’ 짙은 그늘 MB 덮치다
  • 최은서 기자
  • 입력 2011-12-20 09:24
  • 승인 2011.12.20 09:24
  • 호수 920
  • 1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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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말 대형 권력형 게이트 터지나

‘이국철 SLS구명 로비의혹’ 수사와 ‘제일저축은행 로비의혹’ 수사가 진척되면서 정관계 인사들이 줄줄이 엮어 들어갈 대형 권력형 게이트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김준규 전 검찰총장이 총장 재임시절 이국철(49ㆍ구속기소) SLS그룹 회장과 만났던 것으로 확인돼  검찰 고위 인사들에 대한 전방위 로비 의혹 실체와 그 배경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특히 이국철 폭로 사태는 ‘이상득-박영준 라인’ 정권 실세를 정조준하면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더구나 제일저축은행 비리사건과 이국철 SLS 구명 로비 의혹 사건 모두에서 이상득 의원 보좌관 박씨가 연루된 정황이 드러나 거센 후폭풍을 예고하고 있다. MB 측근 비리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명박 대통령 사촌처남 김재홍 KT&G 복지재단 이사장이 제일저축은행 유동천 회장(71ㆍ구속기소)으로부터 로비 청탁과 함께 수억 원대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돼 MB의 레임덕 현상이 본격화 될 것으로 보인다.



대규모 권력형 게이트로 비화 조짐…정관계 바짝 긴장

정권실세에 대한 구명 로비의혹, 검찰 고위층으로 번져



검찰은 권력 핵심인 정권실세의 비리에 칼날을 겨누는 것과 동시에 검찰 고위 간부들에 대한 로비의혹도 파헤쳐야한다는 부담을 짊어지게 됐다.


SLS 구명 로비의혹 사건은 수사가 진행될수록 이 회장의 폭로와 비망록의 내용이 대부분 사실로 드러났다.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과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2차관, 박 보좌관에 이어 전직 검찰총수까지 이국철 로비 의혹에 휘말리면서 정권실세에 대한 로비의혹은 검찰 전현직 고위층으로 번지고 있다.


또 제일저축은행 로비의혹 수사는 이 대통령의 사촌처남 김재홍씨가 제일저축은행에서 4억여 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데 이어 손위동서 황태섭씨도 제일저축은행에서 고문자격으로 수억 원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청와대의 친인척 관리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특히 박 보좌관이 수억 원대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됨에 따라 이 의원의 비리 개입 의혹도 확산되고 있어 임기 말 대통령 측근ㆍ친인척 비리 사태 재연 조짐이 보이고 있다.


측근 비리 물타기?


김 전 총장이 올해 초 총장 재임시절 강남의 한 고급 레스토랑에서 문환철(42ㆍ구속기소) 대영로직스 대표와 함께 이 회장을 만난 사실이 확인됐다. 문 대표는 김 전 총장뿐 아니라 모 지방검찰청 검사장 등 검찰 고위 간부를 두루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총장은 “검찰총장으로서 정상적 업무 수행 일환으로 만났을 뿐 부적절한 거래를 한 것이 아니다”며 “당시 SLS 수사와 관련해 나쁜 소문들이 있었고 검찰도 어려운 상황이었기 때문에 정확한 판단이 필요해 이 회장을 만났다”며 적극적 해명에 나섰다. 이에 대해 검찰총장이 검찰 수사나 재판과 관련 있는 인물을 개인적으로 만난 것 자체가 부적절한 처신이란 지적이 나온다. 당시 이 회장은 분식회계 등의 혐의로 불구속 재판을 받는 중이었다. 이 만남 이후 이 회장은 SLS조선 워크아웃이 부당하다며 검찰에 진정서를 냈고 검찰은 실제 수사에 나서 김 총장을 만난 자리에서 구명로비를 시도했을 개연성이 크다.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 측근ㆍ친인척 비리의혹을 ‘물타기’ 하고자 김 전 총장 등 검찰 고위 간부들에 대한 이 회장의 로비의혹에 불을 지핀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MB 정권 ‘악재’에 쏠린 국민적 시선을 검찰로 돌리기 위한 것이라는 것. 측근ㆍ친인척 비리로 총체적 난국을 겪고 있는 현 집권세력이 ‘정권 실세의 검은 커넥션’이 MB 정권의 권력형 게이트로 번지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김 전 총장 SLS사건 관여 의혹’이 흘러나온 것 아니냐는 설이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이미 10월 경부터 ‘김 전 총장과 이 회장이 만남을 가졌다’는 이야기는 흘러나왔다”면서 “이 회장이 구속되고 나서 두 사람이 만남을 가진 것이 사실로 확인된 것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줄줄이 검찰 문턱 밟나


MB 정권의 최고 실세로 꼽혔던 이 의원도 검찰 문턱을 밟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저축은행 비리 사건과 이국철 SLS 구명 로비의혹 사건 모두에 이 의원의 보좌관인 박씨가 연루된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 의원에게 닥친 악재는 이뿐 아니다. 계좌추적 과정에서 박 보좌관이 받은 검은돈이 이 의원실 직원 4명 계좌를 거쳐 간 것으로 전해졌다. 이 의원의 보좌관 출신인 박 전 차관도 SLS 로비 의혹에 연루돼 검찰 소환 조사를 받고 있다. 이 회장이나 유동천(71ㆍ구속기소) 제일저축은행 회장이 박 보좌관이 아닌 이 의원을 보고 돈을 건넸을 거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검찰 역시 박 보좌관이 동료들과 조직적 돈세탁을 벌인 정황이 드러난 만큼 이 의원의 소환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 회장은 대통령 친인척에게도 로비를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유 회장은 현 정부 출범 이후 MB 사촌처남 김 이사장뿐 아니라 MB 손윗동서인 황태섭(75)씨에게도 검은 손길을 뻗쳤다. 이에 따라 유 회장이 대통령 친인척을 상대로 전방위 로비를 벌인 사실이 검찰 수사과정에서 추가로 드러날 가능성이 있다.


저축은행비리합동수사단에 따르면 유 회장으로부터 영업정지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영향력을 행사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4억여 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알선수재)로 김 이사장을 구속했다. 김 이사장은 일부 금품수수 사실은 인정했으나 ‘친구 사이의 돈거래’라며 대가성은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친인척이 비리혐의로 구속된 것은 국회의원 공천 대가로 30억 원을 받아 징역 3년을 선고받은 김윤옥 여사 사촌언니 김옥희씨에 이어 두 번째다.


유 회장은 황씨도 은행고문으로 영입해 거액의 고문료를 지급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 대통령이 국회의원 시절 후원회 사무국장을 지낸 황씨는 2008년 제일2저축은행 고문으로 위촉돼 매달 1000만 원씩 고문료를 받아온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의혹은 황씨가 금융쪽 업무와는 연관성이 없는 인물이라는데 있다. 유 회장이 김 이사장에게 지속적으로 금품을 제공한 것으로 미뤄볼 때 황씨가 받은 고문료도 대가성이 있을 개연성이 있다. 문제의 고문료와 관련해서는 황씨의 범죄 혐의점은 포착되지 않았으나, 검찰은 보강 조사를 거쳐 황씨를 소환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유 회장의 마당발 인맥은 검찰도 피해가지 않았다. 전직 검찰 고위간부들이 리스트에 오르내리고 있고 영ㆍ호남 지역의 부장급 이상 검찰 간부 2명이 유 회장을 향해 수사망이 좁혀오던 시기에 유 회장의 청탁 전화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유 회장이 로비의혹에 대해 검찰에 적극적으로 진술할 경우 정치권에 큰 파장이 예상된다.


<최은서 기자> choies@ilyoseoul.co.kr


최은서 기자 choie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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