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버설치와 운영 장소 분리해 지능적 관리
출입자 감시 위해 설치한 CCTV에 덜미
부산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지난 12일 전국 성인 PC방과 키스방, 남성휴게텔, 영화감사실 등 170여 곳에 2만여 건의 음란동영상을 유포한 혐의(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로 이모(32)씨를 구속하고 종업원 조모(29)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또 이씨로부터 음란동영상을 제공받은 성인 PC방 업주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서버 원격 관리로 추적 피해
이씨 등 2명은 지난해 4월 인천시 남구 한 주택 지하에 2만320편(4TB) 분량의 음란동영상 저장 서버와 CCTV를 설치하고 인터넷 사이트를 개설했다. 이들은 경찰추적을 피하기 위해 웹서버는 대구에 설치하고 서울 구로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서버를 원격 관리했다. 이들은 또 인터넷을 통해 30만 원을 주고 명의를 불법으로 구입해 영업 이익금을 관리할 대포통장 4개를 개설하고 대포폰 2대를 개통했다. 이들은 서울의 오피스텔과 인천의 주택 명의도 다른 사람의 명의를 사용하는 등 철저히 자신들의 신분을 숨기는 치밀함을 보였다.
영업을 위한 모든 준비가 완벽히 끝났다고 판단한 이들은 전국을 무대로 가맹점 모집에 나섰다. 서울과 경기 지역은 직접 발로 뛰며 가맹점을 모집하고, 서울과 경기를 제외한 다른 지역은 아르바이트 모집 사이트를 통해 성인 PC방 등의 연락처를 입수해 전화영업을 벌였다. 지인을 통해 성인 PC방 운영자들을 소개받기도 했다.
이들은 성인 PC방 업주들에게 기존의 다운로드 방식으로 음란동영상을 제공하면 동영상을 다운로드 받은 후 1~2개월 후 계약을 해지하는 관행을 알고 새로운 방식을 도입했다. 이들은 가맹점으로부터 월 10~20만 원을 받고 실시간 재생인 스트리밍 방식으로 음란동영상을 제공했는데, 스트리밍 방식은 다운로드를 받을 수 없어 고정적으로 가맹점을 확보한 채 장기간 불법영업을 할 수 있었다.
이들이 운영한 사이트는 가맹점인 성인 PC방의 IP주소와 아이디, 비밀번호가 모두 일치해야 접속 가능한 시스템이었다. 이처럼 일반인에게는 노출되지 않은 채 성인 PC방 전용으로 사이트가 운영돼 단속의 눈을 피할 수 있었다. 이들은 또 특정 지역 가맹점 한 곳이 단속되면 그 지역에 있는 가맹점의 서버를 끊는 방법으로 증거를 없애 단속망을 유유히 빠져나갔다.
이들의 음란 동영상 제공 서비스는 방대한 양의 음란동영상을 사이트 내에 각 테마별로 ‘동양관, 서양관, 한국관, 엽기관, 스페셜’ 등으로 구분해 저장해 둔데다 수사기관의 단속을 쉽게 피할 수 있는 방법도 마련해 둬 전국 성인 PC방 운영자들이 선호했다. 성인 PC방 운영자들은 이씨 등으로부터 공급받은 음란 동영상을 1시간당 5000원을 받고 손님들에게 제공했다. 손님들로서는 클릭만 하면 수만 개의 음란 동영상을 저렴한 가격에 손쉽게 골라 볼 수 있었던 셈이다.
낮엔 공익요원 밤엔 이본좌
이씨는 170여 곳의 가맹점을 확보하자 17개월 만에 3억 원 상당의 수익을 챙길 수 있었다. 이씨는 종업원 조씨에게 월 150~200만 원을 주고 서버 등을 관리해오게 했다. 특히 이씨는 낮에는 서울 소재 한 대학교에서 공익요원으로 근무하고 퇴근 후에는 음란동영상을 제공하는 ‘이본좌’로 이중생활을 해왔다.
하지만 결국 이씨는 자기 꾀에 자기가 넘어갔다. 경찰은 부산의 한 성인 PC방에서 스트리밍 방식으로 음란동영상이 제공되는 현장을 적발하고 서버를 추적해 인천의 한 주택 지하에 있는 음란동영상 저장 서버를 찾아냈다. 경찰은 이씨가 출입자를 감시하기 위해 설치된 CCTV의 화면을 확보해 이씨가 CCTV를 설치하던 당시 모습이 찍힌 화면을 찾아내 자백을 받아냈다.
경찰은 이씨 등으로부터 음란 동영상을 공급받은 전국 170여 곳의 성인 PC방 업주들을 추적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지난 6일 정부 국무회의에서 심의ㆍ의결된 ‘마늘밭 법’(범죄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음란물 불법유통으로 벌어들인 수익은 범죄수익으로 분류돼 전액 몰수처벌 받게 된다”며 “현행법상 음란물 불법유통 처벌이 약해 단속의 실효성이 없었는데 보완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은서 기자> choies@ilyoseoul.co.kr
최은서 기자 choie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