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제주삼다수 유통계약 해지 통보…재계약 여부 주목
- 꼬꼬면·나가사끼 짬뽕에 1위 자리 밀려 ‘좌불안석’
국내 라면업계 1위 기업인 농심(회장 신춘호)이 위기를 맞고 있다.
제주삼다수의 판매계약을 체결해 왔던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가 유통권 해지를 통보했다. 제주삼다수는 국내 생수시장의 절반을 차지하는 상품인 만큼 이번 계약 해지로 농심의 매출하락이 불가피하다. 더욱이 올해 4월 출시된 신 회장의 야심작 ‘신라면 블랙’이 허위·과장광고 논란을 일으킨 뒤 생산이 중단됐다. 이런 가운데 경쟁사인 한국야구르트의 ‘꼬꼬면’과 삼양식품의 ‘나가사끼 짬뽕’ 등은 판매 상승세를 이어가며 업계 1위 자리를 넘보고 있다. 농심으로선 좌불안석인 상황이다. 이에 따라 신 회장의 경영 리더십 논란도 조심스레 고개 들고 있다. 그 내막을 알아본다.
농심 주력상품 중 하나인 ‘제주삼다수’는 시장 점유율 50%가 넘는 제품이다. 지난해 기준 연매출 1770억 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그런데 제주삼다수의 유통을 맡아온 제주개발공사가 지난 12일 유통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제주개발공사가 계약을 해지한 것은 제주도의회의 조례 변경 때문이다. 지난 2007년 농심이 제주도개발공사와 체결한 조약에는 ‘판매계획 물량을 채울 경우 1년 단위로 계약이 자동 연장된다’는 조항이 있다.
하지만, 제주도의회는 지난 7일 먹는 샘물 판매 민간위탁을 매년 공개 입찰을 통해 판매사업자를 선정하도록 조례 법규를 수정해 의결했다.
이로써 농심이 공개 입찰을 통해 재계약을 하게 될 경우 판매를 이어갈 수는 있지만 공개 입찰 시 제주삼다수를 노리는 기업들이 많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소용 K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삼다수의 올해 매출액은 2000억 원 수준인데 재계약 실패로 이어질 경우 농심의 주당순이익(EPS)이 10% 하락할 수 있다”며 “재협상에 성공하더라도 예전과 같은 영업기여도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농심으로선 좌불안석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앞서 농심은 신 회장의 야심작 ‘신라면 블랙’ 출시로 굴욕을 겪었다. 신라면 블랙은 신 회장이 25년 만에 야심차게 내놓은 프리미엄 제품이다. 하지만 허위·과장 광고와 가격 논란으로 출시 4개월 만에 생산을 중단하게 됐다.
이전에도 농심의 식품사고는 이어졌다. ‘쥐머리 새우깡’ 사건이 발생한지 불과 5개월 만인 2008년 6월에는 농심 제품 ‘짜파게티’에서 나방이 나왔다.
그해 7월에는 ‘둥지냉면’에서 애벌레가 발견됐다. 지난해 8월에도 ‘쌀 새우깡’에서 쌀벌레, ‘새우탕’에서 개미가 나왔다. 10월에는 ‘새우탕’과 ‘육개장 사발면’에서 애벌레가 발견됐고 이달 들어서는 지난 5일 ‘오징어 짬뽕’에서 애벌레가 나오기도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농심은 ‘쥐머리 새우깡’ 사건 당시 신 회장의 무책임한 도덕성이 논란이 된 바 있다. 당시 새우깡에서 쥐머리로 추정되는 물질이 발견돼 소비자에게 큰 충격을 줬고 농심 측은 사과성명을 발표했다. 이후 농심은 생산 중단은 물론 기존에 생산한 새우깡도 회수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당시 사건에 대한 신 회장의 대응 태도를 지적하는 소비자들의 목소리는 높았다. 오너인 신 회장이 ‘쥐머리 새우깡’ 이라는 대형 식품사고에도 직접 나서 사과하지 않고 전문경영인이었던 손욱 전 회장에게 사과하도록 지시한 것이다. 이를 두고 오너가 전문경영인을 방패삼아 별다른 대응책을 내놓지 않았다는 책임론이 제기됐다.
전문경영인 체제 →오너 체제 변화
2008년 신 회장은 소유와 경영을 분리해 전문경영인인 손 전 회장에게 농심을 맡겼다. 손 전 회장은 삼성전관 대표 출신으로, 당시 신 회장의 요청을 받고 농심을 일으키고자 경영인으로 나섰다.
하지만 손 전 회장은 1년 7개월 만에 사의를 표명했다. 당시 업계 안팎에선 사의 표명의 이유로 신 회장과 손 전 회장 간 경영방식의 차이를 거론하기도 했다.
한편, 경쟁사인 한국야구르트의 ‘꼬꼬면’과 삼양식품의 ‘나가사끼 짬뽕’ 등은 라면시장에 진출한 이후 상당한 인기를 끌며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일명 ‘하얀 국물 라면’이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급부상하고 있으며 농심의 아성을 바짝 뒤쫓고 있다. 일부지역에선 ‘농심’의 자리를 위협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농심 관계자는 “신라면 블랙보다 나은 상품을 내놓을 예정”이라며 “국내 소비 인식 개선을 위해 노력중이다”라고 말했다.
동종업계 관계자도 “신라면 블랙을 뛰어넘는 대표상품이 나오지 않는 한 당분간 농심의 위기는 지속될 것”이라며 “농심의 과거 명가 재건의 꿈이 실현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김규리 기자> oymoon@ilyoseoul.co.kr
김규리 기자 oymoon@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