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 특급’의 원조 박찬호(39)가 ‘한화 이글스’ 투수로 국내 프로야구에 컴백한다. 1994년 메이저리그 ‘LA 다저스’에 진출한 이후로 17년 만이다. 미국과 일본에서 활약할 때부터 종종 ‘고국에서의 은퇴’를 희망했던 박찬호는 친정팀의 적극적인 영입추진과 ‘KBO’ (한국프로야구위원회)의 협조로 해외파라면 누구나 거쳐야하는 신인 드래프트 없이 내년 시즌을 뛸 수 있게 됐다. 가장 우선적으로 기대되는 효과는 흥행성이다. ‘국민영웅’의 투구를 수시로 볼 수 있다는 점은 기존 야구팬들은 물론 대중들도 환영할 만하다. 박찬호 한명의 투수가 프로야구 600만 관객돌파를 다시 한 번 넘어서는 신기록의 주역일 될 가능성도 있다. 물론 이를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오릭스 버팔로스’ 때 시달렸던 부상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하며, 하양세인 강속구를 제구력과 경험으로 보완해야 한다. 8개 구단 감독들과, 야구 전문가들은 박찬호를 놓고 각양각색의 의견을 보이고 있다. 한화와의 연봉협상과 야구인들이 말하는 박찬호의 2012시즌 전망을 따라가 봤다.

‘한화 이글스’의 ‘박찬호 특별법’ 요청에 의해 KBO는 지난 13일 협회 총재와 9개 구단 사장들로 구성된 이사회를 열고 박찬호에 대한 거취를 논의했다. 그리고 신인 드래프트 없이도 당장 박찬호를 국내 프로야구에서 뛰게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정승진 사장과 노재덕 단장 등 한화 구단 수뇌부의 노력이 빛을 발한 것.
정승진 사장은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한국에서 선수생활을 마무리하고 싶어하는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면서 이번 성과를 뿌듯하게 바라봤다.
KBO는 박찬호가 메이저리그에서 국위선양을 한 점, 아시안게임 ·WBC 등에서 국가대표로 활약한 점, 한화 구단이 2007년 실시한 해외 진출 선수 특별지명에서 제외된 점 등을 고려해 한화에 박찬호 지명을 허가해 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기량 실종과 고질적 부상은 이제 그만]
이번 결정을 두고 박찬호는 “여러가지로 노력해준 한화 구단에 고마운 마음이다. 더 많이 노력해서 뜻 깊은 시즌을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내용의 소감을 전했다.
이제 순서는 박찬호와의 연봉 협상으로 넘어갔다. 한화를 비롯한 각구단 관계자들은 박찬호의 연봉이 김태균, 이승엽 등과 달리 현실적인 수준에서 마무리될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그가 쌓아올린 업적에 대해서는 이견을 제시할 자가 없지만 불혹을 바라보는 나이와 최근 성적을 봤을 때 리그 최고 투수라 불리기에는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협상을 진행하는 정 사장은 “박찬호는 돈으로 계산할 수 있는 선수가 아니다. 얼마짜리 선수라고 규정지을 수 없다”면서 연봉액수보다는 그의 진정성에 무게를 싣고자 했다.
박찬호는 이번달 19일 한화와 공식적인 첫 만남을 갖는다. 한화 측은 “이날 점심식사는 처음 인사를 나누는 자리 정도며, 입단과 협상 등은 차후 거론될 것 같다”고 전했지만
연봉과 입단조건에 대한 얘기가 어떤 식으로든 오고갈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류현진, “선배는 빅리거, 잘해주실 것”]
한화가 박찬호에게 가장 바라는 것은 팀의 ‘정신적 지주’와 관객몰이의 선봉장 역할이다.
시즌 초반 박찬호의 존재감은 한화는 물론 상대팀 팬들에게도 절대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굳이 메이저리그 17년차 투수(476경기), 동양인 최다승(124승)과 최다 투구이닝(1993이닝)을 들먹이지 않아도 박찬호는 최고의 야구스타다. 박찬호가 긴 슬럼프에 허덕일 때도 대중들은 그를 ‘IMF 시절 희망을 안겨준 영웅’으로 기억하면서 질타보다는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큰 물’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박찬호의 경험은 한화의 후배들에도 값진 보약이 될 수 있다.
한화 투수 안승민은 박찬호의 한화 행에 대해 “모교 우상인 선배와 한 팀에서 뛰게 됐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 일이다. 옆에서 지켜보며 많이 배워나가겠다”는 소감을 인터뷰에서 밝혔다.
한화의 베테랑 투수 박정진 역시 “젊은 선수들이 많이 배워야 할 것 같다. 어떤 보직과 역할이 주어질 지 궁금하다”며 안 선수의 답변을 거들었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기대할 수 있는 두 가지 효과가 내년 시즌 마무리까지 이어지기 위해서는 부상 없는 경기 소화와 평균 이상의 방어율이 필수적이다.
이를 두고 야구 전문가들과 타 구단 감독들은 각양각색의 의견을 나타냈지만 전체적으로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부정적인 시각이 우세했다.
최근 한 언론사가 실시한 프로야구 8개 구단 감독의 질문답변에 따르면 대부분 감독들이 박찬호가 10승 이하를 성적을 거둘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화의 한대화 감독은 타 구단 감독들의 생각과 관련해 “박찬호가 미국에서 검증된 투수이기는 하나 아직 계약 하지 않았고, 훈련을 지켜보지 않았다”는 말로 즉답을 피하면서 실력 우선으로 기용하겠다는 속내를 비췄다.
[아메리칸 리그 관계자, 12~15승 낙관]
박찬호의 구속은 150㎞ 이상이었던 전성기 시절에 비해 140㎞ 초반대로 떨어졌다. 위기관리 능력과 제구력에서 신뢰를 보이지 못하면 난타와 선발제외 수모를 초반부터 겪을지도 모른다. 제구력에서 만큼은 메이저리그에서 승승장구할 당시에도 상대적으로 떨어졌다. 메이저리그 통산 박찬호의 볼넷 비율은 9이닝당 4.1개다.
미국에서 박찬호를 따라다녔던 햄스트링 부상은 올 시즌 일본에서도 재발했다. 박찬호는 메이저리그 최고 ‘먹튀’ 리스트에 올랐던 ‘텍사스 레인저스’ 시절은 물론, 2009년 ‘필라델피아 필리스’에서 두 차례, 지난해 ‘뉴욕 양키스’에서 한 차례 등 3년간 4번 햄스트링 부상으로 스트레스를 받았다.
반면 박찬호의 준수한 성적을 점치는 감독, 야구전문가들도 있다.
한국 야구 최고의 투수 조련사로 유명한 ‘고양 원더스’ 김성근 감독은 박찬호의 현 위치를 묻는 질문에 “타자와의 수 싸움이 좋고 변화구 컨트롤도 좋으니 난타 당하는 일은 별로 없을 것”이라면서 “2점대 방어율에 10승 정도 할 것”이라고 답했다. 김 감독은 “오릭스에서도 기회만 더 있었다면 7~8승은 가능했다”고 덧붙였다.
김인식 한국야구위원회 위원장도 “올 봄 오릭스에서 보여준 공을 계속 던질 수 있다면 충분히 활약할 것이다”라는 말로 박찬호 활약에 긍정적인 한 표를 던졌다. 하지만 투구수가 늘어날수록 흔들렸던 모습을 이유로 선발투수에 대해서는 의문을 표시했다. 팀 후배 투수들을 위해서라도 선발이 좋겠다는 김 감독과는 다른 생각이었다.
박찬호가 길고 긴 여정을 마치고 국내 프로야구 마운드에 오를 날도 멀지 않았다. 박찬호가 용병 아닌 토종 한국선수로 기대에 부응하는 것은 전적으로 국내 야구에 임하는 진실성과 철저한 준비에 달렸다.
<이창환 기자> hojj@ilyoseoul.co.kr
이창환 기자 hojj@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