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장의 정규앨범을 발매한 가수 출신이 무색할 만큼 타고난 연기를 뽐내온 엄정화(42)가 영화 ‘댄싱퀸’으로 스크린 복귀를 알렸다. 충무로 흥행 감독들에게 “연기를 더 일찍 배우지 않은 것이 아쉬운 배우”, “감정 표현과 디테일이 출중하다”는 평을 받았던 엄정화는 ‘댄싱퀸’에서 댄스 가수를 꿈꾸는 주부 역할을 소화했다. 과거 맡았던 역할보다 자신의 실제 모습과 가까울 수 있다는 점에서 영화 속 여주인공 이름도 엄정화다. 최근 몇 년간 영화 ‘마마’, ‘베스트셀러’, ‘인사동 스캔들’로 필모그래피를 쌓아온 엄정화는 주로 억척스럽고 센 캐릭터로 연기력을 검증받았다. 이는 연기 스펙트럼을 넓히는 계기가 됐지만 그녀의 밝고 명랑한 면을 좋아하는 팬들은 본래 모습으로의 ‘변신’을 바라기도 했다. ‘댄싱퀸’에서 엄정화는 남편으로 나오는 배우 황정민과 호흡을 맞추면서 신나는 음악과 웃음을 선사할 예정이다.

지난 12일 서울 ‘CGV 압구정’에서 진행된 ‘댄싱퀸’ 제작발표회에는 영화 ‘방과 후 옥상’으로 학원물의 색다른 재미를 전달한 이석훈 감독과 주연배우 엄정화, 황정민이 자리를 함께했다.
제작발표회에서 이 감독은 먼저 엄정화와 황정민의 이름을 그대로 사용한 에피소드를 밝혔다. 이 감독은 “처음부터 두 배우를 염두에 두고 시나리오 썼다. 실제 인물을 떠올리면서 보면 재미있을 거다”라고 말했다. 실존 인물을 모델로 정한 뒤 만든 시나리오이기 때문에 엄정화와 황정민의 실제 이미지와 많이 겹친다는 것. 이는 ‘댄싱퀸’만이 가지고 있는 신선한 코믹요소다. 엄정화 또한 “처음엔 이상할 줄 알았는데 리얼 네임을 사용하니 더 편했다”라고 동의했다.
‘댄싱퀸’은 에어로빅 강사로 자신의 꿈을 접고 살고있는 엄정화가 친구의 권유로 기회를 잡아 ‘댄싱퀸즈’에 들어가는 것부터 전개된다. 하지만 남편 황정민이 갑작스럽게 서울시장후보에 출마하면서 엄정화는 시장후보 사모님과 댄스 가수 사이에서 이중생활을 하게 된다. 제작진이 자신하는 포복절도 웃음 포인트는 춤의 본능을 억누르는 엄정화의 아슬아슬한 줄타기로부터 빗어진다. 이 감독과 동료배우 황정민 역시 우아하고 귀엽운 모습이 공존하는 그녀의 능청스런 연기에 큰 만족을 표했다고 한다.
제작발표회서 나이 무시한 각선미 자랑
영화 속에서 엄정화는 왕년의 ‘신촌 마돈나’라고 불린다. ‘실제 추억과 관계가 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엄정화는 신촌 아닌 이태원을 주무대로 꼽았다.
엄정화는 “신촌의 마돈나로 나오기는 하지만 어렸을 때 나이트클럽은 주로 이태원으로 다녔다. 스무살 때 서울로 올라왔는데 춤은 데뷔하고 나서 추기 시작했고 ‘비바체’에 자주 갔었다”고 고백했다. 이어 “예전에는 나이트클럽에 부킹이 많았다. 물론 나는 부킹은 안하고 춤만 췄다”고 덧붙여 발표회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만들었다.
‘댄싱퀸’ 만의 또다른 재미는 가수 이효리, 길(리쌍 멤버)의 카메오 출연이다. 각각 엄정화, 황정민과의 친분 때문에 출연을 결심한 이효리와 길은 ‘슈퍼스타K’ 심사위원을 섰던 경험을 살려 영화 속에서도 동일한 역할을 맡았다. 픽션인 영화에 실제 인물을 투입해 현실감 넘치는 상황을 조성하겠다는 것이 제작진의 의도.
“제가 청순하고 섹시한 모습이 공존하긴 하죠”
엄정화는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에 도전하는 가수지망생으로 등장해 이효리에게 냉정하고 따끔한 심사평을 듣는다. 가수가 되기 위해 절박한 연습생을 연기하는 엄정화의 모습은 관객들에게 신기하면서도 새로운 재미로 다가올 전망이다.
엄정화는 “이효리에게 전화 했더니 바로 출연을 승낙했다”고 전하면서도 “막상 촬영을 할 때는 나를 지켜본다는 생각에 굉장히 떨리고 정말로 붙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고 고백했다.
제작진은 엄정화가 오디션을 치르는 장면이 웃음만 있는 신이라고 단정 짓지는 않았다. 가벼운 웃음 이상의 흥분과 감탄이 담겨 있다는 것. 엄정화는 원조 ‘디바’의 실력을 바탕으로 댄스와 노래를 완벽하게 소화해 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엄정화는 유독 코미디 장르의 역이 잘 어울리는 배우다. 대중들은 물론 영화 마니아들도 엄정화에 가장 어울리는 ‘옷’으로 영화 ‘싱글즈’,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 ‘어디선가 ...홍반장’을 꼽는다.
에어로빅 강사를 직업으로 가진 이번 배역 덕분에 건강까지 챙길 수 있었다는 엄정화는 “가수활동을 같이 하고 있었던 사람이라 개인적으로 의미 있었다. 연습양이 많았지만 순간이 즐거웠다”라는 솔직한 소감을 전달했다.
<이창환 기자> hojj@dailypot.co.kr
이창환 기자 hojj@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