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서울ㅣ정찬대 기자] 민주당과 시민통합당이 통합을 목전에 두고 ‘민주통합당’이라는 새로운 당명을 확정지었다.
지난 16일 양측의 통합수임기구는 합동회의를 열고 ‘민주통합당’의 당명을 확정한 뒤 지도부 경선방식을 비롯한 세부 합의안을 결의했다. 양당은 오는 26일 예비경선을 치르고 다음달 15일 본 경선을 통해 통합정당의 새 지도부를 최종 선출하기로 했다.
총·대선을 앞두고 야권통합정당이 새롭게 출범함에 따라 정치권은 이에 대해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민주통합당이 당내 여러 계파와 노선이 혼재된 탓에 향후 힘겨루기와 갈등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민주통합당, 계파·노선 등 다양함 혼재
‘민주통합당’ 출범이 불과 한 달 여 앞으로 다가왔다. 이에 따라 민주통합당은 한나라당, 통합진보정당과 함께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한국 정치의 한 축을 담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대일 구도의 선거 전략을 통해 내년 총선과 대선승리를 다짐하고 있는 민주통합당은 민주당과 통합시민당이 합당했다는 점에서 거대야당의 출범을 현실화시켰다. 비록 당초 계획에서 선회한 민주당과 혁통 중심의 ‘중통합’이 되었지만 이 또한 괄목한 만한 성과라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거대야당의 출범이 내년 선거를 목적으로 결집됐다는 점에서 향후 이들의 힘겨루기와 계파 간 갈등이 상당할 것이라는 관측이 벌써부터 흘러나오고 있다. 결국 대승적 차원에서 야권이 통합한다하더라도 이들의 미래가 마냥 장밋빛이라고 말할 수 없는 것도 이러한 당내 다양한 계파와 노선이 혼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당 내부를 살펴보면 손학규 전 대표로 대변되는 현 민주당 당권파와 ‘혁통’ 중심의 친노세력이 민주통합당의 큰 축을 이루고 있는 가운데, 여기에 정동영계와 정세균계 그리고 박지원 전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한 구민주당계가 포진돼 있다. 이밖에도 노동계와 시민사회계도 민주통합당에 참여하는 만큼 당내 또 다른 세력으로 자리할 가능성이 있다.
민주당 빅3인 손학규 전 대표, 정동영·정세균 전 최고위원을 제외하더라도 박지원 전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박상천, 추미애 의원 등이 포함된 구민주계는 통합반대 과정에서 확실한 힘을 과시했다.
백원우 이용섭 조영택 의원을 포함해 안희정 충남지사와 이광재 전 강원지사는 당내 대표적 친노인사로 통합이후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이해찬 전 총리 등과 함께 친노그룹을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통합과정에서 당권파인 손학규 전 대표와 연대하고 머리를 맞대고 있는 386의 대표주자인 이인영 전 최고위원과 우상호 전 의원도 ‘진보행동’이라는 당내 모임을 통해 하나의 진영에 포함돼 있으며, 여기에 강봉균 김성곤 김진표 김효석 변재일 홍재형 의원 등 관료·전문가 출신들도 그룹을 형성하고 있다.
이밖에도 통합정당의 당권도전을 고민 중인 ‘혁신과 통합’ 김기식 상임대표는 시민사회진영의 대표 인물로 향후 ‘시민투표’ 바람을 타고 지도부에 입성할 경우 김 상임대표를 중심으로 시민사회진영이 또 다른 계파를 형성할 수도 있다.
열린우리당, ‘친노-DY-GT계’의 분열
과거 열린우리당을 반추해 볼 때 친노계와 정동영계(구민주계) 그리고 재야파인 김근태계가 큰 축을 형성한 가운데 당내 계파 간 갈등과 대립이 끊이질 않았다.
재야파인 70년대 운동권 출신들이 진보에 가까웠다면 당권파와 관료출신은 상대적으로 중도보수에 가까웠다. 이 때문에 참여정부에서 추진되는 다양한 정책이 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당내 논의과정에서 공방만 오간 채 끝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당내 계파 간 갈등과 대립은 당을 사분오열 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내년 총선과 대선과정에서 이들이 한 목소리와 하나의 행동으로 결집하지 못한 채 계파별 독자노선을 고집하게 될 경우 이들은 국민에게 정치적 불신감을 초래함으로써 당초 구상했던 선거 전략에도 상당한 차질을 가져올 수 있다.
만약 그렇게 될 경우 기존 정치권이 아닌 새로운 세력이 정치 권력화가 되거나 무소속 후보의 강세가 두드러지는 현상을 초래할 수도 있게 된다.
친노, 통합정당의 새로운 계파 형성
친노세력은 과거 민주당 내에서도 환영받지 못한 설움을 뒤로한 채 통합의 주도권을 쥐면서 정치권의 핵으로 급부상했다. ‘혁신과 통합’이 중심이 된 시민통합당은 민주당과의 통합을 추진해가면서 친노의 부활까지 예고하고 있다.
현재 문재인 ‘노무현 재단’ 이사장과 이해찬 전 국무총리가 ‘혁신과 통합’으로 대변되는 친노의 중심역할을 하고 있다. 수면아래에 있던 원외 친노진영은 통합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자신들의 존재감을 확실히 부각시켰으며 이에 따른 당내 지분도 함께 차지할 수 있었다.
통합이후 앞서 언급한 민주당내 친노인사들과 하나의 그룹을 형성할 것으로 보이면서 향후 민주통합당의 한 축을 담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참여정부 시절 행자부장관과 건교부장관을 지낸 민주당 이용섭 대변인은 현재 손학규 전 대표 중심의 당권파와 행동을 함께하고 있지만, 이후 친노가 당 전면에 나서고 본격적인 선거 국면에 들어서면 친노그룹의 또 다른 역할을 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친노의 맏언니 한명숙 전 총리의 ‘당권 등판론’은 친노진영이 당권의 중심에 바짝 다가설 수 있다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고도 반가운 일이다. 그렇게 되면 내년 총·대선을 앞두고 재야로 물러났던 친노인사들의 복귀 속도 또한 빨라질 수 있을 것이다.
한나라당 탈당파 중심의 ‘당권파’ 손학규
당내 유력 대권주자로 꼽히는 손학규 전 대표는 과거 한나라당을 탈당해 민주당으로 당적으로 옮겼다는 점에서 타 계파에 비해 스펙트럼이 넓거나 크진 않지만, 손 전 대표를 중심으로 계파의 결집력과 정책의 추진력이 강하다는 것이 장점이다. 또한 손 전 대표의 강단 있는 리더십은 많은 이들이 그를 대선후보감으로 지목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손 전 대표와 인연을 맺고 있는 의원들은 한나라당 탈당파를 비롯해 손학규 전 대표가 경기도지사로 있으면서 인연을 맺은 의원들이 많다. 이 때문에 수도권을 기반으로 하는 의원들이 상대적으로 많이 분포돼 있다.
한나라당 탈당파 중 한명인 김부겸 의원은 손 전 대표의 최측근 의원으로 2007년 대통합민주신당 대선후보 경선 때 손 전 대표의 좌장 역할을 한 이후 줄곧 그와 함께 해왔다. 통합정당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손 전 대표와 파열음을 보이기도 했지만 여전히 손 전 대표의 측근의원으로 꼽힌다.
손 전 대표의 도움으로 원내 진입에 성공한 이찬열 의원도 손학규 사람으로 불린다. 또한 한나라당 탈당파인 김영춘 전 의원역시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임명된 후 측면에서 손 전 대표에 힘을 보태왔으며, 당 사무총장인 정장선 의원과 비서실장인 김동철 의원 등도 손 전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다. 손학규계 대부분은 이처럼 주요 당직을 맡으면서 손 전 대표를 지근거리에서 돕고 있다.
소장·쇄신파 중심의 정동영계
한때 열린우리당의 최대 계파를 이끌었던 정동영 전 최고위원은 17대 대선과 18대 총선에 연달아 패하면서 그 힘을 상실했다. 그러나 당내에는 여전히 그의 사람으로 불리는 의원들이 많다.
지난 2009년 자신의 지역구인 동작구를 버리고 전주 덕진구 재선거에 출마해 18대에 등원했다는 비판도 받았지만 이후 당 최고위원에 선출되면서 그의 저력을 발휘했다.
현재 정동영계로 분류되는 인물은 천정배 전 최고위원을 비롯해 당 쇄신파인 이종걸, 문학진 의원 등이 포함돼 있다. 이들은 한미FTA 비준동의안 날치기와 임시국회 등원 문제를 두고 강경입장을 보이며 정 최고위원과 함께했다. 이와 함께 강창일 최규식 박영선 의원 등도 정동영 최고위원과 친밀함을 과시하고 있다.
‘좌클릭’ 행보를 통해 야당의 선명성을 강조하고 있는 정 전 최고위원은 그간 한진중공업 사태와 한미FTA 문제를 놓고 강경입장을 보여 왔으며, 이 때문에 당 쇄신파 의원들은 정 최고위원을 중심으로 공동전선을 형성하고 있다.
한편, 정동영 전 최고위원과 손학규 전 대표가 통합을 둘러싸고 연대하고 있지만, ‘물과 기름’이라 표현되어온 두 사람이 민주당의 대표적 ‘잠룡’이란 점에서 향후 갈등관계가 형성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그렇다면 정 전 최고위원이 열린우리당 시절 구민주계를 이끌었던 점을 상기할 때 내년 선거 국면에서 ‘정동영계-민주계’가 서로 연대함으로써, 자연스레 ‘손학규계-친노계’와 양강 구도를 형성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정동영 전 최고위원이 한화갑 평화민주당 대표와 회동을 가진 것을 두고 결코 우연이 아니라는 것이 정계의 공통된 분석이다.
박지원 중심의 구민주당계
민주당과 시민통합당이 통합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가장 걸림돌이 됐던 것은 박지원 전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한 구민주당계의 반발이었다.
호남세력을 주축으로 형성된 구민주계는 통합을 둘러싸고 ‘독자전대파’라는 또 다른 모습으로 당내 세를 확인했다. 박주선 전 최고위원을 비롯해 박상천, 추미애 의원 등이 구민주당계로 분류된 가운데 이들 모두 박지원 전 원내대표를 지지하고 있다.
박 전 원내대표는 구민주계 유선호 의원을 좌장으로 당내 최대 계파 모임인 ‘수요회’의 적극적인 지지도 함께 받고 있다. 구민주계 소속 의원들이 대거 포진돼 있는 수요회는 박기춘, 김우남, 김진애 의원 등이 포함돼 있다.
손학규 전 대표 체제에 들어서면서 구민주계의 위상도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지만 민주통합당의 신임지도부 선출과 내년 총·대선과정을 통해 당의 전면에 나설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특히 권노갑 민주당 상임고문과 한화갑 대표 등 구민주당계 인사들의 여의도 복귀 움직임이 최근 포착되면서 구민주계의 세 확장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찬대 기자> mincho@ilyoseoul.co.kr
정찬대 기자 mincho@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