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중 외교관계자 서울 모처서 극비 회동
[단독] 한중 외교관계자 서울 모처서 극비 회동
  • 전수영 기자
  • 입력 2011-12-19 10:11
  • 승인 2011.12.19 10:11
  • 호수 920
  • 1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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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공분 中어선 서해 해경 살해 사건 대책 회의

▲ 뉴시스
지난 12일 오전 서해상에서 불법조업을 하던 중국어선에 대한 나포작전을 벌이던 중 해양경찰관 1명이 사망하고, 1명이 부상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건 발생 직후부터 SNS와 각종 포털사이트 게시판에는 중국을 비난하는 글과 함께 이번만큼은 굴욕적인 외교를 벌이지 말라는 주문이 쏟아져 나왔다. 심지어 향후 중국어선 단속을 위해 해경이 아닌 해병대를 배치시켜야 한다는 의견과 함께 국방력 강화를 통해 강대국들의 입김에서부터 벗어나야 한다는 주장까지도 나왔다.

때마침 지난 5일 한국과 중국 간 고위급 협의체 관련 논의가 있던 것으로 전해지면서 이번 사건을 계기로 양국의 관계는 진전될 것으로 보였지만 실제로는 그렇게까지 발전하기에는 서로의 입장이 다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특히 중국의 태도가 얼마 전 발생했던 주한미군의 범죄에 대해 그동안 한미행정협정(SOFA)을 두고 늑장대응을 벌였던 미국이 태도를 바꿔 신속하게 신병을 인도하고 수사에 적극 협조했다. 하지만 중국은 ‘만만디’ 대처로 한국이의 공분을 일으켰다.

이 때문에 한국의 대 중국 외교 관계에도 변화가 있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돌고 있다. [일요서울]이 확인한 바에 지난주 목요일(15일) 서울 모처에서 한․중 외교관계자 간 극비회동을 가졌다. 그 속사정을 분석해 본다.

지난 12일 오전 불법조업을 하던 중국어선에 대한 나포작전을 벌이던 중 故 이청호 경사가 사망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 사건으로 중국의 루원위호의 선장을 포함한 9명의 중국선원이 모두 구속됐다.

 

언론에 이 사실이 보도되자마자 인터넷과 SNS 상에서는 중국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다. 그리고 중국의 진심 어린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받아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해서 올라왔다.

 

사건 다음날인 13일 조병제 외교통상부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어제 서해 불법어업을 단속하던 과정에서 우리 해경의 이청호 경장께서 순직하신 데 대해 깊은 애도를 표한다”고 고인의 명복을 빌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해서 중국 정부가 불법조업과 선원들의 불법행위에 대해 철저한 단속과 대책을 마련하도록 양국 간 협의채널 구축 등의 효과적이고 실질적인 조치를 요구해 나갈 것”이라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이명박 대통령도 13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특별예산을 편성해서라도 불법 조업을 단속하는 해양경찰의 장비와 인원을 보강해 불상사가 재발하지 않도록 강력한 대책을 실질적으로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대해 중국 외교부 류웨이민(劉爲民) 대변인은 사건 당일 정례 브리핑을 통해 “이번 사건은 불행한 일로 사상자가 발생한 데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한국과 긴밀하게 협력해 원만하게 처리하고자 한다”고 간단하게 설명했다. 유감의 뜻을 밝혔지만 우리 국민들이 느끼기에는 다소 미흡한 점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미국과 중국 전혀 다른 외교적 모습 보여


중국 외교부의 공식적인 유감 표명이 있긴 했으나 중국 현지에서는 선원들은 잘못이 없으며 이번 사건이 일어난 원인은 오히려 강력한 단속을 벌였던 우리나라 해경에 있다며 반한(反韓) 감정이 폭발됐다.

 

하지만 이에 대해 중국 정부에서 취한 제스처는 없었다. 이런 모습들을 그냥 방기하는 듯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심지어 주중 한국대사관 1층 휴게실의 방탄 유리창이 총기로 추정되는 물체로부터 발사한 쇠구슬에 의해 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에 대해 중국 측에서는 총기로 인한 공격은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외국공관을 직접적으로 공격한 것은 확실하기 때문에 대사관 주변 경찰력을 늘리는 조치를 취했다.

 

이런 중국 측의 안일한 대응은 얼마 전 동두천에서 발생했던 주한미군의 성폭행 사건을 두고 보여준 미국의 모습과 사뭇 다르게 보인다.

 

지난 10월 의정부지검 형사1부(부장 이광진)는 10대 여학생을 성폭행한 혐의로 미군 제2사단 소속 K 이병(21)을 구속했다.

 

사건이 발생하자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가 한덕수 주미대사에게 이번 사건과 관련해 깊은 유감을 표명했다고 주미 대사관이 밝혔다.

 

캠벨 차관보는 “미국 정부는 이번 사건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한국 정부와 긴밀히 협조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에드워드 카든 주한미군 2사단장도 사건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하고 피해자 가족과 한국 국민들에게 진실한 사과를 구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K 이병이 구속된 다음날인 10월 7일 서울 마포경찰서는 여고생 방에 몰래 침입해 성폭행하고 금품을 훔쳐 달아난 미8군 제1통신여단 소속 R 이병(21)을 붙잡았다고 밝혔다.

 

R 이병은 미군 경찰에서 노트북을 훔친 것은 맞지만 합의하에 성관계를 했다며 혐의를 부인했지만 결국 지난 13일 구속 기소돼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이 사건이 발생하자 제임스 서먼 주한미군사령관은 예하부대 지휘관과 한국 측 관계자와의 협의를 벌여 10월 7일부터 30일간 시행했던 야간통행 금지조치를 90일간으로 늘여 내년 1월 6일까지로 연장했다.

 

그동안 발생했던 미군병사들과 관련된 범법행위 때와는 달리 신속한 대처를 통해 여론의 악화를 막았다.

실제로 이 사건들이 발생하기 전후로 일어났던 사건에 대해 주한미군의 수뇌부들은 사건 관할경찰서를 방문해 유감을 표시하거나, 미 육군 부사관 최고선임인 레이먼드 챈들러 주임 원사가 방한해 미8군사령부 부대원들과 간담회를 갖는 등 사건이 외교문제로 비화되지 않게 하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중국, 이번 사건으로 외교정책 변경?


이번 사건이 발생한 지 많은 시간이 지나지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중국의 외교정책의 변화가 있을 것이란 관측이 흘러나오고 있다.

 

한 외교소식통은 개인적인 의견임을 전제로 “한·미·중의 외교 관계는 미국은 한국에 다가오고, 중국은 한국에 압박을 가하는 입장이었다. 거기에 한국은 그냥 기다리는 입장이었다”며 “하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중국은 급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번 사건이 발생하기 며칠 전인 지난 5일 우리나라에서는 조세영 동북아국장을 중국에 보내 한중 고위급 협의체를 제안했다. 여기에 중국에서는 반응을 보이지 않다가 사건이 발생하자 긍정적인 답변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중 고위급 협의체는 양국 외교부의 차관 또는 차관보급이 대표를 맡고 어업·법무·경찰·영사 분야 등의 관리들이 참여해 중국어선들의 불법 조업문제에 대해 논의한다.

 

결국 중국은 이번 사건을 제대로 수습하지 못한다면 한국과 미국 간의 동맹체제가 더욱 공고히 될 상황에서 자신들이 고립될 수 있다는 판단을 함으로써 한중 고위급 협의체에 대한 답변을 한 것으로 보인다.

 

황순택 외교안보연구원 아시아태평양연구부 부장 겸 교수는 한중 고위급 협의체를 조기에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이번 중국어선의 서해사건은 명백히 국제법과 국내법을 위반한 사항이다. 명백하고 분명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한중 관계는 서로 가까이 한 이웃으로서 중요한 관계다. 서로 가까운 이웃인 만큼 문제도 원만히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중 고위급 협의체는 외교당국의 정책사항이지만 이 협의체가 가동된다면 당국자 간 여러 문제들에 대해 신중하고 책임 있게 해결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결국 우리나라가 요구한 고위급 협의체에 대해 중국이 따라올 것이라는 견해다. 이렇게 되면 그동안 한쪽으로 기울어진 외교를 펼쳤다는 지적도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 뉴시스


자주국방에 대한 필요성까지 대두


SNS와 각종 포털 게시판에는 중국을 비판하는 글과 함께 우리나라의 힘을 키우자는 의견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번과 같은 사건이 발생하지 않기 위해서 중국어선에 대한 불법조업 단속을 해경이 할 것이 아니라 해병대가 맡아서 해야 된다는 의견도 찾아볼 수 있으며, 중국이 이번 사건에 대해 진심 어린 사과가 없는 것은 우리나라의 국방력을 우습게 본 것이라고 할 수 있어 국방력 강화에 힘을 쏟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한반도가 또 다시 각국의 군비 각축장이 될 수도 있다는 일각의 의견에 대해 정통한 외교소식통은 “그건 아닌 것 같다. 군비경쟁은 이번 사건과는 별개로 지금까지 진행됐던 것”이라며 반대의견을 내세웠다.

 

실제로 국방력 강화에 힘을 쓰자는 주장은 자칫 더 큰 외교분쟁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경계론이 있어 크게 힘을 받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자주국방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대부분이 공감하는 듯하다.

 

현재까지 정부의 기조는 예전과는 다르게 강경노선을 고수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도 총기사용까지 언급하며 이 같은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라고 당부했기 때문에 당분가 강경노선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대해 외교부 관계자는 “지난번에 대통령께서 말씀하신 총기 사용을 포함한 다양한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며 “하지만 자칫 우리나라만의 입장만을 내세울 경우 첨예한 외교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진행할 예정이다”라고 설명했다.

 

과연 중국이 이번 사건에 대해 어떤 방안을 마련할지에 관심이 쏠리면서 우리나라의 대중(對中) 외교정책은 기존과는 다르게 갈 것이라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는 상황이다.

 

<전수영 기자>jun6182@ilyoseoul.co.kr

전수영 기자 jun6182@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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