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전날 약속대로 15일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했다.
하루 전까지만 해도 거칠게 탈당을 불사할 태세였던 쇄신파 의원들도 '순한 양'이 돼 의총 한 구석을 차지하고 앉았다.
‘재창당을 뛰어넘는 당 개혁’이라는 박 전 대표의 설득에 이날 의총에서는 ‘재창당’이라는 표현이나 발언이 더 이상 나오지 않았다.
이른 아침 시각에 열린 의총인데도 120여명의 의원들이 자리를 가득 메웠다. 한 당직자의 입에서 한나라당 의총장으로 이용되는 국회 본청 246호가 이렇게 꽉 찬 것은 처음 봤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이 자리에서 박 전 대표는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떻게 하면 국민의 신뢰를 다시 얻을 수 있는가”라면서 “그것을 이루기 위해서 말보다는 실천으로 열심히 노력해서 진정성을 인정받는 것”라고 했다.
또 “그런데 주어진 시간은 많지 않다”며 “아직 비대위원장도 아닌데 이런 말 하는 것은 어색하지만 그렇게 된다면 우리가 추구하는 최고 가치 위해서 우리 모두가 하나가 돼서 열심히 함께 노력해 나가자”고 각오를 내비쳤다.
그는 “이 말 속에 친이·친박 문제라든가 이런 저런 문제가 다 녹아있다”며 비상국면이라는 위기 상황 극복을 위한 탈계파의 필요성을 역설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미 탈당계를 제출한 김성식, 정태근 의원에 대해 씁쓸함이 묻어났다. 이와 관련해 황우여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서 말할 수 없는 허전함을 느낀다”며 “두 분의 탈당계가 아직 내 책상에 그대로 있다. 수리할 수 없다. 두 의원을 마음에서 지우지 말고 같이 만나자”라고 분위기를 돋웠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 쇄신파 의원들은 그간의 오해와 불만들을 걷어낸 것처럼 서둘러 덮으려는 모습이 역력했다. 마그마처럼 끓어오르던 쇄신파의 거센 요구를 박 전 대표는 특유의 카리스마로 설득했고, 또 통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 의총이었다.
그러나 박 전 대표의 의총 참석이 뿔뿔이 갈라졌던 당내 지류들을 모처럼 하나로 모으며 겉으로는 평온을 되찾은 것으로 보였지만, 실상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갈등은 잠시 수면 아래로 잠복한 것에 불과하다는 불안한 분석이 여기저기서 흘러나온다.
박 전 대표는 지금 한나라당이 내놓을 수 있는 마지막 보루인 셈. 여기서 무너지면 산산조각 날 운명이라는 것을 잘 알기에 황우여 원내대표도 의총에 참석한 대부분의 의원들은 숨죽이며 박 전 대표의 입만 주시했다.
하지만 원희룡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비대위가 또 다른 박근혜 사당화가 돼서는 안된다. 측근 대리 정치는 안된다. 혼자 끌고 가서는 안된다”며 “당내 다른 지도자들은 물론 당밖의 인사들과 광폭의 대화정치를 증명해보여야 길이 열릴 것”이라고 거듭 불신의 날을 세웠다.
<고동석 기자> kds@ilyoseoul.co.kr
고동석 기자 kd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