孫 - 朴 최종 결선 진출 넘어야 할 산 첩첩

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10.3 전당대회에서 승리한 이후 야권내 유력한 차기 대선후보로 급부상하고 있다. 당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였지만 사실상 민주당 대선 후보 선출 성격을 띠면서 나타난 결과다. 차기 대선은 여전히 2년여 넘게 남았지만 벌써 정치권은 ‘손학규 대 박근혜’ 대결 구도를 점치며 주판알 튕기기에 여념이 없다. 역대 대선에서 첫 번째 남녀 성대결이자 수도권 대 영남 후보, 한나라당 출신 간 대결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하지만 ‘손-박 대결’이 현실화되기 위해선 두 인사 모두 넘어야 할 산들이 산재해 있다. 수도권 지지기반이 취약한 박 전 대표나 분열된 진보진영을 통합해야 하는 손 대표이기 때문이다.
모 케이블방송에서 가수의 꿈을 실현시켜주는 인기절정의 한 프로그램이 있다. 생존자중 강력한 우승후보로 준수한 외모와 뛰어난 가창력, 아메리칸 아이돌 출신의 존박이 연예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연예계에서 ‘존박’이 있다면 정치권에는 ‘손박’이 뜨고 있다. 손학규 전 대표와 박근혜 전 대표를 줄여 지칭하는 말이다.
눈에 띄는 대선후보가 없던 민주당에서 손 후보가 당 대표로 당선된 이후 차기 대권 구도에 적잖은 파장이 일고 있다. 민주당 전대이후 조사된 여론조사에서 손 대표는 박 전 대표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동서리서치는 전당대회 직후인 지난 10월 5일 성인남녀 1천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여야 통틀어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를 물었다.
이 조사에서 손 대표가 박 전 대표(31.5%)에 이어 11.8%로 2위를 차지했다고 나타났다. 손 대표가 2위를 차지한 것은 2007년 12월 대선이후 처음이다. 이어 오세훈 시장(8.2%)과 유시민 전장관(7.2%)이 뒤를 이었고 김문수 지사(6.5%), 한명숙 전총리(5.4%), 정동영 의원(4.8%), 정몽준 의원(3.7%), 이회창 대표(2.1%) 순이었다. 손 대표는 전당대회 이전 대선 후보 선호도 조사에서 박근혜, 오세훈, 김문수 3인에 비해 뒤져 있었다.
손 대선후보 선호도 2위, 진보진영 1위
또한 손 대표는 같은 날 발표된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9월 마지막주 실시한 주간 정례여론조사에서 진보진영내 대선 유력 주자 후보군중 15.4%를 차지해 14.5%를 기록한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을 제치고 1위를 기록했다.
특히 동서리서치조사에서 선호하는 차기 정부의 성향을 물은 결과 진보개혁성향의 정부를 선호한다는 응답이 49.2%로 보수 안정 성향의 정부를 선호한다는 41.1%를 앞서 정권교체 요구가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손 대표 입장에선 차기 대권을 잡기위한 기본 발판은 마련된 셈이다.
손 대표의 정치 이력은 한나라당 대선 구도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당장 수도권에 터를 잡고 있는 이재오-김문수 두 잠룡들에겐 차별성이 없다는 점에서 비상등이 켜졌다. 특히 김문수 도지사의 경우 YS 정치문하생, 3선, 경기도지사 등에서 겹치고 민중당 출신에 서민적인 행보까지 비슷해 한나라당 지지자들로부터 차별성을 얻기가 힘들게 됐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최근 “여권은 긴장해야 한다”고 경고를 보낸 배경이다.
반면 박근혜 전 대표로서는 손 대표의 부상에 ‘침묵’을 지키면서 애써 무시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명박 대통령과 회동이후 친이계 의원들과 연쇄적인 만남을 통해 당내외에 안정적인 입지를 갖추고 있는 모습이다. 무엇보다 이 대통령이 박 전 대표를 ‘국정의 동반자’ 수준을 넘어 차기 대선의 유력한 주자로 인정했다는 ‘대권 밀약설’까지 퍼져 친이계를 긴장하게 만들고 있다.
부동의 박근혜도 ‘친이계’ 튀면 필패
하지만 박 전 대표나 손 대표의 양자구도를 형성하기위해선 ‘양날의 칼’과 같은 존재들이 있다. 바로 이재오 특임장관과 국민참여당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다. 박 전 대표를 겨냥해 ‘독재자의 딸’이라고 일성을 날린 이 장관이다. 2004년 8월 한나라당 연찬회 때에는 ‘서로 나가라’며 치받기도 했다. 서로 정치적으로 원수지간까지 갔지만 차기 대권을 준비하는 박 전 대표로선 이 장관의 도움이 절실하다. 친이재오계 다수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는 점에서 자신의 취약점을 보완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 장관은 오랜 정치적 동지관계인 김문수 경기도지사와 가깝다. 서울 이재오-경기 김문수 두 인사가 공조한다면 수도권에서 그 영향력은 무시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나아가 당내 경선보다는 본선에서 박 전 대표를 위협할 공산이 높다는 관측마저 나왔다. 경선에서 패한 두 후보가 박 전 대표가 아닌 야권 후보를 간접적으로 지원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 한 예로 97년 대선에서 YS가 신한국당 이회창 후보가 대선 후보로 결정됐지만 경선에서 패한 이인제 후보의 대선 출마를 방치했고 또한 상대 후보인 DJ의 검찰 수사를 중단시킴으로써 이회창 후보가 대통령이 되는 것을 막은 바 있기 때문이다. 박 전 대표로선 친이계가 주류이자 정권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친이계의 반발을 무마하고 어떻게 포용하느냐가 최대의 숙제인 셈이다.
박 전 대표의 대권 숙제가 당 안에 존재한다면 손 대표는 당 밖에 존재하고 있다. 바로 국민참여당의 유시민 전 장관이다. 유 전 장관은 여야 차기 대선 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손 대표가 대표로 선출되기 전까지 늘 앞서 있었다. 손 대표는 전당대회 과정에서 ‘진보진영의 통합’을 주창하며 국민참여당과 합당 카드를 꺼냈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손 대표의 측근들은 의견이 분분하다.
대선 2년 남았지만 싸움은 이미 시작
민주당내 친손학규 한 인사는 “유 전 장관과 그를 따르는 인사들을 만만하게 보면 안된다”며 “유 전 장관이 당내 들어올 경우 당내 친노 인사를 비롯해 486인사들이 당을 장악해 오히려 대선 후보 자리를 내줄 수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또한 높은 대중 인지도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 비서실장’으로 친노 성향의 고정 지지자를 갖고 있다.
또 다른 손 대표의 측근은 “유 전 장관은 2012년 4월 총선까지 민주당에 들어오지 않을 것”이라며 “오히려 민주당 외곽지역에서 잠룡으로 남아있다가 민주당 대선후보와 야권 후보 단일화에 나설 공산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 인사는 “민주당 후보로 나서 정몽준 후보와 단일화에 승리한 노무현 대통령 케이스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하다”며 “이래저래 손 대표로선 유 전 장관을 넘어야하고 포용해야 하는 위치”라고 덧붙였다.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pot.co.kr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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